김보경 동점골, 동료들 놀란 이유는?

최종수정 2013-11-25 16:47

◇김보경(가운데)이 25일(한국시각)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유와의 2013~2014시즌 프리미어리그 12라운드에서 후반 추가시간 헤딩 동점골을 터뜨린 뒤 상의를 탈의한 채 그라운드를 질주하는 모습. 사진출처=카디프시티 구단 홈페이지

세트플레이는 철저한 약속에 의해 이뤄진다.

11명의 선수가 모두 똑같이 움직일 수 없다. 볼의 궤적이나 위치, 경기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각 팀은 이런 변수를 줄이기 위해 세트플레이는 5~6가지 상황을 설정해놓고 훈련을 반복한다. 약속된 플레이에 의해 펼쳐지는 세트플레이의 득점은 팀플레이의 꽃이라 부를 만하다. 프리킥을 지체없이 헤딩골로 연결한 김보경의 멋진 골도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재미있는 주장이 나왔다. 김보경의 동점골 장면은 말키 맥케이 카디프 감독 뿐만 아니라 동료들 조차 모르고 있었던 상황이라는 것이다. 카디프 미드필더 피터 위팅엄은 맨유전을 마친 뒤 웨일즈 지역지인 웨일즈온라인과의 인터뷰에서 "절묘하게도 킴보(김보경의 영문 철자에서 딴 애칭)가 그 곳(득점 위치)에 있었다. 그가 거기서 뭘 하고 있는지 몰랐다. 킴보는 원래 세트플레이 상황에서 (페널티)박스 구석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위팅엄의 말에 따르면, 김보경이 팀 훈련에서 약속된 세트플레이 위치를 무시한 채 맨유 진영에 침투해 결국 득점까지 이뤄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위팅엄은 "환상적인 득점이었다"며 김보경의 득점을 칭찬했다.

김보경은 그동안 세트플레이에서 루즈볼을 따내는 역할을 했다. 동료들과 상대 수비수들이 몰려 있는 페널티에어리어 바깥에서 흘러나오는 볼을 슛으로 마무리 하는 역할이었다. 하지만 맨유전에서는 후반 32분 교체 투입 이후 줄곧 세트플레이에서 문전 경합을 하면서 찬스를 노렸다. 팀이 1-2로 뒤지고 있는 상황과 맨유 선수들이 2선에 겹겹이 서 있는 측면을 고려했다. 문전 경합하는 팀 동료들에 비해 왜소한 체격이지만, 그만큼 상대 마크는 허술할 수밖에 없다. 올림픽대표팀, A대표팀 등을 거치면서 지도자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던 '축구지능'이 번뜩인 것이다. 찰나의 판단으로 패배 직전의 팀을 수렁에 건졌다.

김보경을 막지 못한 것은 맨유 수비진의 명백한 실수다. 그런 가운데 맨유 수비진의 정신적 지주인 리오 퍼디낸드가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퍼디낸드는 지난 8월 맨시티전에서 김보경이 동점골과 역전골로 연결되는 화려한 돌파를 선보이자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내가 말했잖아, 김보경 잘 한다니까!'라는 멘트를 남기며 극찬한 바 있다. 영국 일간지 메트로는 김보경의 동점골 소식을 전하면서 '김보경이 노쇠한 퍼디낸드의 뒤통수를 쳤다'고 평했다. 퍼디낸드는 경기 후 트위터에 '뼈아픈 세트플레이였다'며 충격을 감추지 않았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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