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용인 골드컨트리클럽서 2013 축구인 자선 골프대회가 열렸다. 김봉길(인천유나이티드)감독이 9번홀에서 멋진 티샷을 날리고 있다. 용인=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12.17/
100명이 넘는 축구인들이 사상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인 축구인 골프대회. 녹색 그라운드를 떠나 하얀 눈이 덮힌 필드 위에 집결한 축구인들이 오랜만의 만남에 웃음 꽃을 피었다.
바로 어제 식사를 한 사람도, 1년 만에 만난 사람도 많은 이들의 만남에서 만담이 멈추질 않았다.
그런데…. 승부의 세계에 돌입하니 다시 눈빛이 돌변했다. 그라운드에서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이라고 하지만 필드 위에서는 '서로를 방해해야 내가 살아 남는' 냉혹한(?) 승부가 펼쳐졌다. 샷 감각 만큼 뛰어난 '입담'과 서로를 향한 '험담'은 축구인 골프대회의 또 다른 묘미였다.
전남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김봉길 인천 감독과 김봉수 A대표팀 골키퍼 코치는 대표적인 '앙숙 콤비'였다. 말로 상대방의 플레이를 방해하는 일명 '구찌 겐세이'의 가해자는 김 코치, 피해자는 김 감독이었다. 김 코치는 한 조 앞서 플레이를 펼치는 김 감독이 샷을 할 때마다 "그것도 골프야?"라며 방해를 했다. 이어 "눈이 오면 좋아하는 동물이 생각나는데 딱 그렇네"라며 '인신 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이유가 밝혀졌다. 김 코치는 "전남 시절부터 김봉길 감독과 '라이벌'이었다. 그때 골프도 많이 쳤다. 워낙 친하니깐 이런다"며 웃었다. '백돌이' 골퍼 김 감독은 '멘붕(멘탈붕괴)'이 왔다. '뱀샷' 티샷에 아웃 오브 바운스(OB)가 수 차례. 김 감독도 단단히 벼르고 한 마디 던졌다. "너나 잘해라!" '구찌 겐세이'는 때로는 라운딩의 활력소가 되지만 상대를 잘 못 만나는 순간 그날 라운딩은 접어야 할 정도로 강력한 방해 무기다.
'앙숙' 관계와 달리 서로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훈훈한' 조도 있었다. 박항서 상주 감독, 이재철 상주 사장, 오근영 안양 단장이 모인 '챌린지 조'였다. K-리그 클래식에 비해 저조한 관심에 서운했나보다. 박 감독은 "우리는 챌린지라 그런지 취재를 하나도 안해"라며 웃음을 보였다. 그러나 라운드 내내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단다. 드라이버 티샷 난조로 고생하던 오 단장이 17번홀에서 쾌조의 샷 감각을 선보이자 박 감독이 "이제 클래식에 올라가실 때가 된 것 같다. 내년에 우승하시겠다"며 덕담을 건넸다. 오 단장이 화답했다. "상주가 챌린지 우승하고 클래식에 승격한 것 처럼 우리도 따라 가야죠."
'구찌 겐세이'와 온정이 듬뿍 담긴 대화 속에서 진행된 축구인 골프대회 첫 우승의 영광은 최용수 FC서울 감독에게 돌아갔다. 준우승은 81타를 적어냈지만 신페리오 방식으로 환산한 결과 70.2타를 기록한 이철근 전북 단장이, 3위는 최진철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신페리오 70.4타)가 차지했다. 스트로크 방식으로 최저타를 기록한 이에게 주어지는 메달리스트는 조민국 울산 현대 감독에게 돌아갔다. 프로 선수 못지 않은 73타를 적어냈다. '힘의 상징'인 롱키스트(4번홀·파5)는 김도훈 코치로 무려 270m를 때려 냈다. 14번홀(파3)에서 공을 핀 70cm 거리에 붙인 이용수 세종대 교수가 니어리스트의 영예를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