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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영. 스포츠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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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었다.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왓포드로 이적한 박주영(29)의 첫 역할은 백업이었다. 박주영은 3일(한국시각) 왓포드의 홈구장인 비커리지 로드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브라이턴과의 2013~2014시즌 챔피언십 27라운드에서 팀이 2-0으로 앞서고 있던 후반 추가시간 페르난도 포레스티에리를 대신해 투입됐다. 추가시간이 길게 주어지면서 5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었다. 박주영은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브라이턴의 설리 마치에게 한 차례 파울을 범하기도 했다.
당초 박주영은 이 경기서 후반 중반 이후 전개될 승부처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됐다. 최근 득점력 저하로 고민이 깊었던 쥐세페 산니노 감독이 변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왓포드는 이날 경기서 전반 13분 만에 이케치 아니아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다. 후반 15분에는 포레스티에리가 추가골을 터뜨리면서 일찌감치 명암이 갈렸다. 점수차가 벌어진 만큼 박주영이 시험대에 오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산니노 감독은 안정을 택했다. 후반 추가시간 홈 팬들 앞에 박주영을 선보이면서 향후 활용 의지를 드러내는데 만족했다. 왓포드는 브라이턴전 승리로 승점 34가 되면서 16위서 13위로 3계단 뛰어 올랐다. 산니노 감독은 경기 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매우 중요한 승리를 거뒀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순위 등락이 걸렸던 브라이턴전에서 여유를 갖지 못했음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산니노 감독의 박주영 활용법은 아스널과 셀타비고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에도 박주영은 조커였다. 로빈 판 페르시(현 맨유)가 버티고 있던 아스널에서는 틈이 없었다. 셀타비고에서는 일찌감치 기회가 주어졌지만, 이아고 아스파스(현 리버풀)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버티고 있었던 데다 저조한 팀 성적으로 빛을 보지 못했다. 박주영은 두 팀에서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며 결국 경쟁에서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브라이턴전을 마친 박주영의 과제는 명확해졌다. 빠른 팀 적응이다. 왓포드의 공격라인은 주포 트로이 디니와 활동폭이 넓은 포레스티에리의 투톱으로 자리를 잡았다. 디니가 막힐 경우 포레스티에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박주영은 포레스티에리의 대체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박주영의 적응 여부에 따라 포레스티에리를 제치고 선발 자리를 꿰찰 수도 있다. 하지만 막연한 경쟁보다는 산니노 감독이 기대하는 승부처에서의 역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컨디션 상승 뿐만 아니라 팀 전술과 분위기에 빨리 적응하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또 다른 경쟁자로 꼽히는 1m96의 장신 공격수 마티아스 라네기에와의 차별화도 꾀해야 한다.
박주영은 9일 킹파워 스타디움에서 펼쳐질 레스터시티와의 챔피언십 28라운드 출격을 준비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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