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종결포' 박주영, 이제는 본선이다

기사입력 2014-03-07 07:39


◇박주영이 6일(한국시각) 그리스 아테네의 카라이스카키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그리스와의 평가전에서 전반 18분 왼발 선제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아테네(그리스)=ⓒAFPBBNews = News1

야수의 본능이 발동했다.

전반 18분, 그리스 진영 왼쪽 측면에 선 손흥민(22·레버쿠젠)의 오른발을 떠난 볼은 포물선을 그리며 골문으로 향했다. 아크 부근 수비수 두 명 사이에 숨어 있던 박주영(29·왓포드)은 쏜살같이 뛰쳐나와 페널티박스 왼쪽으로 내달렸다. 골키퍼와 1대1로 맞선 상황, 바운드 된 볼을 침착하게 바라본 뒤 왼발등에 볼을 얹었다. 그리스 골키퍼 글리코스가 오른팔을 길게 뻗으며 다이빙 했으나, 이미 볼은 골망을 출렁인 뒤였다. 자신을 옥죄었던 모든 논란을 지운 득점이었다.

박주영이 '신화의 땅' 아테네에서 포효했다. 박주영은 6일(한국시각) 그리스 아테네의 카라이스카키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그리스와의 평가전에서 전반 18분 선제 결승골을 넣으면서 홍명보호의 2대0 완승을 이끌었다. 지난해 2월 6일 영국 런던서 펼쳐진 크로아티아전 이후 1년 1개월 만에 대표팀에 승선한 박주영은 이날 선발로 나서 전반전을 마친 뒤 김신욱(울산)에게 바통을 넘겼다. 박주영이 A대표팀에서 마지막으로 골맛을 본 것은 2011년 11월 11일 두바이에서 열린 아랍에미리트(UAE)와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경기 이후 2년3개월23일, 847일 만이다.

그리스전 45분은 '박주영 타임'이었다. 경기력 논란을 깨끗하게 지웠다. 상대 진영을 휘젓던 적극성은 수비라인까지 뻗었다. 동료가 볼을 잡은 상황에는 적극적인 의사소통과 빠른 발을 앞세운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진을 끌고 다녔다. '원팀(One Team)'을 위한 '원스피릿(One Spirit)'은 '원골(One Goal)'로 만개했다. 45분 간 박주영을 지켜본 홍 감독에게 더 이상의 테스트는 무의미했다. 그라운드 사령관과 골잡이에 대한 우려와 작별을 고했다.

박주영에겐 그리스전이 마지막 기회였다. 올 초 브라질월드컵 본선 도전을 위해 아스널에서의 도전 대신 챔피언십(2부리그) 왓포드 임대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왓포드 임대 뒤에도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부상과 동료의 맹활약 등 악재가 겹쳤다. 홍 감독이 박주영을 그리스전 소집 명단에 올렸을 때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다. '소속팀에서의 충분한 출전이 대표팀 발탁의 첫 조건'이라는 원칙을 스스로 깼다고 했다. 하지만 홍 감독은 비난을 기꺼이 짊어졌다.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게 감독의 몫이다." 홍 감독은 2년 전에도 박주영의 병풍을 자처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본선을 앞두고 병역 의무 회피 논란에 휩싸인 박주영과 함께 공개석상에 나섰다. "박주영이 군대에 가지 않겠다면, 내가 대신 가겠다"는 말로 논란을 잠재웠다. 박주영은 숙적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 득점포로 화답했다. 이번 그리스전에서도 무결점 득점포로 홍 감독의 믿음에 응답했다.

논란은 지웠다. 그래도 도전은 계속된다. 그리스전 활약으로 박주영은 비로소 어깨를 펴고 홍명보호의 주전경쟁에 합류할 수 있게 됐다. 홍 감독은 그리스전을 마친 뒤 "전날 최종 훈련에서 (박주영의)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고 판단해 선발로 내보냈다. 좀 더 뛸 시간을 주고 싶었지만 왼쪽 무릎에 작은 부상이 있어 전반전 뒤 교체했다"고 밝혔다. 그는 "박주영이 뛰면서 조직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합격점을 매겼다. 그러면서 "그리스전은 본선행에 앞선 선수 선발 마지막 평가전이었다. 최종명단 제출 전까지 2개월 이상의 시간이 남았다. 이번에 선발한 선수 중 몇 명이나 (본선에) 데려갈 지는 차차 준비하겠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공격수는 결국 골로 말한다. 축구의 평범한 진리다. 그리스전 박주영의 모습 그 자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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