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페널티킥 선방' 이범영, PK가 오히려 반가운 이유

기사입력 2014-03-24 07:25


FC서울이 23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4' 3라운드에서 부산아이파크와 맞대결을 펼쳤다. 페널티킥 두 개를 선방한 부산 이범영이 동료와 포옹을 나누고 있다.
상암=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03.23

"부적이 있다면 찢어버리고 싶다. 부적이 있는지 찾아볼 것이다." 최용수 FC서울 감독(43)의 투정이었다.

"있어야 찢지, 용수가 못 찾는데 숨겨 놓았다." 윤성효 부산 감독(52)의 대답이었다.

최 감독은 K-리그 클래식 첫 승이 절박했다. 이미 첫 승을 신고한 윤 감독은 여유가 흘렀다. "비기면 성공이고, 이기면 더 좋고, 져도 할 수 없다." 윤 감독과 최 감독은 중·고·대학(동래중→동래고→연세대) 선후배 사이다. 윤 감독이 9년 선배다. 둘 사이에는 '천적'이라는 다리가 놓여 있다. 2011년 4월 최 감독이 대행으로 서울의 지휘봉을 잡으면서 선후배의 사령탑 대결이 시작됐다. 지난해 윤 감독이 부산 사령탑으로 말을 갈아탔지만 기운은 변하지 않았다. 7승2무2패, 윤 감독의 일방독주였다.

두 사령탑이 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올시즌 처음으로 충돌했다. 2014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라운드, 서울과 부산의 만남이었다. '성효부적'은 10년 넘은 징크스를 허물었다. 부산이 1대0으로 서울을 꺾었다. 부산이 K-리그 서울 원정에서 승리한 것은 2002년 9월 25일 이후 12년 만이다. 17경기 연속 무승(3무14패)의 악몽에서 벗어나며 귀중한 승점 3점을 챙겼다. 서울의 부산전 안방 6연승 행진도 멈췄다.

희비의 중심에는 부산 수문장 이범영(25)이 있었다. 부산은 전반 22분 서울의 실수를 놓치지 않았다. 양동현이 선제골을 터트렸다. 서울은 전반 33분과 후반 33분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두 차례의 페널티킥 찬스였다.

'신의 룰렛게임'인 페널티킥은 확률상 키커가 더 유리하다. 골라인에서 11m 떨어진 페널티마크에서 키커가 찬 볼이 골라인을 통과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0.4초다. 하지만 골키퍼가 볼의 방향을 감지하고 몸을 움직이는 데 걸리는 시간은 0.6초(반응시간 0.15초 + 동작발현시간 0.25초 + 이동시간 0.2초)다. 또 키커가 골대의 모서리로 볼을 차기라도 한다면, 골키퍼가 가로 7m32, 높이 2m44의 공간을 모두 커버하기엔 역부족이다. 결론적으로 순발력이 아무리 뛰어난 골키퍼라 할지라도 수치상으로는 전체 골문의 43.5%를 겨우 방어할 수밖에 없다.

서울이 자랑하는 1, 2번 키커가 모두 나섰다. 처음은 오스마르, 두 번째는 김진규였다. 공교롭게 둘이 선택한 방향은 오른쪽이었다. 이범영의 완승이었다. '신의 손'이 두 차례 페널티킥을 막아냈다. 그는 한국 축구에서 페널티킥 선방률이 가장 높은 선수 중 한 명이다. 2012년 런던올림픽 8강전 영국전 승부차기에선 다니엘 스터리지(리버풀)의 슛을 막아내며 4강 진출을 이끌었다.

이범영은 경기 후 행복해 했다. 그는 "오스마르는 올시즌 K-리그에 새롭게 온 선수라 분석된 내용이 없었다. 즐겨 차는 코스가 그쪽이라 생각해 방향을 잡았다. 김진규는 K-리그의 대부분 선수들처럼 머릿속에 분석 내용이 있었다. 그것이 적중했다"며 웃었다. 페널티킥이라 오히려 반가웠다는 말도 곁들였다. "페널티킥이 전혀 부담스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골키퍼가 막을 확률이 훨씬 적지만 막아낸다면 훨씬 좋은 상황이 온다. 페널티킥은 골키퍼만의 축제다. 즐기고 잘하다보니 잘되는 것 같다."


1m95, 94kg인 이범영은 상대가 페널티킥을 차기 전 키커 앞에서 두 손을 번쩍들고 '시위'를 벌인 후 골문에 선다. "심리싸움이다. 키가 크고 덩치가 커 상대에게 위협을 주려고 그런 동작을 펼친다. 런던올림픽 때부터 늘 하던 것이다. 상대방이 골문을 작게 보는 데 효과가 있다."

부산은 2연승을 달렸다. 2승1패를 기록했다. 이범영은 "경기 시작 전에 몸을 풀때 서포터스석에 '윤성효 부적'이 걸려 있더라. 그걸 본 순간 왠지 믿음이 가더라"며 "그 전까지 믿지 않았는데 페널티킥을 두 개 막고 보니 부적이 생각났다. 앞으로도 부적의 힘이 발휘됐으면 좋겠다"며 해맑게 웃었다.

반면 서울은 클래식 첫 승(1무2패) 기회를 또 다시 다음으로 미뤘다. 이범영이 빚은 작품이었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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