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욱(왼쪽)이 20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귀저우와의 2014년 ACL 경기에서 프리킥을 차려 하자 조민국 울산 감독이 격려하고 있다. 울산=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김신욱이 페널티킥을 찼어야 했다."
조민국 울산 감독은 김신욱(26) 이야기가 나오자 다소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아름다운 양보였다. 김신욱은 지난 20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귀저우(중국)와의 2014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본선 조별리그 H조 3차전에서 후반 13분 페널티킥 기회를 양보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시즌 전 경기 득점(4골)을 기록 중이었다. 하지만 직접 페널티킥을 얻어낸 하피냐에게 기회를 넘겼다. 하피냐는 페널티킥 기회를 깔끔하게 성공 시켰고, 김신욱은 연속골 기록을 4경기에서 마무리 했다. 김신욱의 양보는 조 감독에게 어떻게 비쳤을까. "그 페널티킥은 김신욱이 찼어야 했다. 당연히 찰 줄 알고 있었는데, 하피냐에게 양보를 하더라."
나름의 계획을 갖고 있었다. 조 감독은 김신욱을 귀저우전에 교체로 내보내려던 생각을 바꿔 선발 라인업에 포함시켰다. 득점만 올리면 바꿔줄 생각이었다. 연속골로 자신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다음 경기도 준비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조 감독은 "(페널티킥이기는 하지만) 골을 넣을 수 있는 타이밍을 살려야 다음 경기에도 흐름을 이어갈 수 있는 법"이라며 "경기 후 '다음에는 기회가 오면 주저 말고 차라'고 지시를 했다"고 밝혔다.
김신욱은 이번만큼은 양보하지 않았다. 23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인천과의 2014년 K-리그 클래식 3라운드에서 경기시작 4분 만에 골망을 갈랐다. 하피냐가 문전 오른쪽에서 가위차기로 올려준 패스를 반대편에서 지체없이 헤딩골로 마무리 지었다. 순간 상황에 집중력을 잃지 않으면서 킬러 본능을 유감없이 뽐냈다. 15분 뒤에는 도우미로 변신했다. 왼쪽 측면에서 수비 뒷공간으로 치고 들어오던 한상운에게 패스를 연결, 한상운의 왼발 추가골을 이끌어 냈다. 잇단 공격포인트에 조 감독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후반 33분 김신욱을 벤치로 불러들이면서 만족감을 표했다. 울산은 후반 하피냐의 골까지 보태 인천을 3대0으로 완파했다. 조 감독은 경기 후 김신욱에 대해 "우리 팀에서도 중요하지만 월드컵에서도 역할을 해주기 위해선 득점을 위한 집중력이 필요하다"며 "발도 중요하지만 머리를 잘 활용해 득점하면 (대표팀에) 도움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많은 득점을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신욱은 "페널티킥을 놓고 골을 넣으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하피냐가 골을 넣지 못했다. 하피냐가 살아나야 나에게도 좋은 부분이라고 생각해 페널티킥을 양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님이 골을 넣는 상황에 대해 말씀해주신다. 연습한 부분을 오늘 경기서 이뤄내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체력적인 부담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하지만 나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실망시키고 싶진 않았다. '나는 지치지 않았다'는 마음을 갖고 싸웠더니 좋은 결과를 얻게 됐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