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광저우 헝다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3차전 패배의 충격이 컸다.
오심으로 얼룩진 경기였다. 1-2로 뒤진 후반 13분, 정인환의 헤딩골이 반칙으로 선언돼 동점 기회를 놓친 전북은 3분 뒤 쐐기골을 허용하며 1대3으로 패했다. 전북은 광저우와의 역대 전적도 1승2무2패로 열세에 놓이게 됐다.
후유증이 컸다. 2주간 호주와 중국을 포함한 원정 4연전을 치른 전북은 체력적 열세와 광저우전 패배로 인한 정신적 타격을 극복하지 못했다. 23일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상주 상무와의 K-리그 클래식 3라운드에서 0대0 무승부를 기록했다. '뉴 닥공(닥치고 공격)'을 내세운 전북이 올시즌 득점없이 경기를 끝낸 것은 6경기 중 상주전이 처음이었다.
그러나 최강희 전북 감독의 마음을 더욱 쓰라리게 한 것은 광저우전 패배도 오심도 아니었다. 최 감독은 "오심은 억울하지만 지도자가 먼저 잊어야 한다. 광저우전 패배는 받아들여야 한다. 중국에 가면 어느 정도 (편파 판정은) 감수해야 한다. 2006년 상하이와의 원정 경기에서 2명이나 퇴장했다. 당시에 원정에서 0대1로 지고 홈에서 4대2로 승리했다"며 "홈에서 광저우에 되갚아주면 된다"고 밝혔다.
A대표팀에서 전북으로 복귀해 3년 만에 출전한 ACL 무대에서 중국팀의 발전을 직접 피부로 느꼈다. 동시에 한국과 중국 축구의 상반된 행보에 쓴웃음을 지었다. "중국 선수들이 예전에는 체력과 멘탈이 약했다. 그 전에는 중국 선수들은 코치 말도 잘 안듣고 체력 훈련도 잘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르첼로 리피(광저우 헝다) 감독 등 좋은 감독들이 중국 리그에 오면서 훈련을 제대로 시키니깐 중국 축구가 좋아졌다. 좋은 선수들과 뛰면 중국 선수들의 기량이 향상될 수 밖에 없다." 중국 축구는 막대한 자금을 앞세워 동아시아 축구의 강호로 떠 올랐다. 광저우 헝다가 대표적이다. 세계적인 명장 리피 감독과 콘카, 무리퀴, 엘켄손을 영입해 지난해 아시아 정상에 우뚝 섰다. 올시즌에는 콘카가 팀을 떠났지만 이탈리아 대표팀 공격수 디아만티를 영입해 전력을 유지했다. 다른 중국 팀들의 성장도 눈부시다. ACL 조별리그 3차전에서 나란히 중국 팀과 대결을 펼친 전북과 울산(vs귀저우 런허), 포항(vs산둥 루넝) 중 한 팀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중국의 거대 자금은 K-리그도 집어 삼켰다. 서울의 '캡틴' 하대성(베이징)과 '독도남' 박종우(광저우 부리), 데얀(장쑤) 등 K-리그의 스타 플레이들이 올시즌 중국 리그로 적을 옮겼다. 최 감독은 스타 플레이어들의 유출이 가져올 K-리그의 경쟁력 저하를 경계했다. 그는 "K-리그의 좋은 선수들이 많이 빠져나가는 데 문제다. 세금 없이 100만달러씩 연봉을 준다면 K-리그가 선수들을 지킬 수 없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하지만 선수들이 많이 빠져나갈 수록 K-리그의 질과 경쟁력이 떨어진다. 큰일이고 슬프다"고 했다.
돈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프로 선수들의 생리지만 손을 놓고 K-리그 경쟁력 저하를 지켜볼 수 만도 없다. 그래서 최 감독이 제시한 해법은 하부리그의 발전이다. "2부리그, 3부리그 팀이 많아져야 스타들이 많이 빠져 나가도 꾸준히 선수 공급이 되고 새로운 스타가 나온다. 프로축구연맹이나 대한축구협회에서 클래식만큼 하부리그에 더 신경을 많이 써 줬으면 좋겠다."
중국 축구의 발전이 5년 연속 ACL 결승 진출팀을 배출한 K-리그에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최 감독의 울림을 곱씹어볼 때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