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감독의 엄살과 미소 "벵거 감독 신세 될 뻔 했는데…"

기사입력 2014-03-25 07:37



"밤새 잠도 못잤다."

23일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상주 상무와 전북 현대의 K-리그 클래식 3라운드 하루 전. 박항서 상주 감독은 밤잠을 설쳤다.

전북전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다. '원소속팀 경기 출전 금지' 규정에 의해 전북 출신 선수 8명이 전북전에 출전할 수 없었다. 수비수 최철순, 공격수 김동찬 이승현, 골키퍼 김민식의 공백이 컸다. 수비와 뒷문 불안은 물론 후반에 투입할 조커 자원이 없었다. 무릎 부상 중인 이근호의 공백도 뼈 아팠다. 게다가 상대는 '1강'으로 꼽히는 '닥공(닥치고 공격)'의 전북이었다.

경기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난 박 감독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망신만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박 감독은 한 마디만 남긴채 짧은 인터뷰를 마쳤다.

전북의 막강한 화력을 막아서기 위해 박 감독이 꺼내든 히든카드는 이후권이었다. 이후권과 이 호를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배치해 밀집 수비를 구성하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박 감독의 우려는 기우였다. 상주는 전북의 17개 슈팅을 모두 막아내며 0대0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전북보다 한 발 더 뛰는 수비로 전북의 화력을 무력화시켰다. 후반 추가시간으로 주어진 5분까지 모두 지나자 박 감독은 그제서야 마음을 놓고 얼굴에 희미한 미소를 흘렸다.

경기가 끝난 뒤 박 감독이 솔직한 심경을 고백했다. "밤에 잠도 못자고 아침에 뉴스를 보니 벵거 감독의 아스널이 첼시에 0대6으로 대패했더라. 그 소식을 들으니 깜깜하더라." 아스널은 23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1라운드에서 첼시에 대패했다. 이 경기는 벵거 감독이 아스널 사령탑에 오른뒤 치른 1000번째 경기였다. 벵거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내 경력 중 최악의 날이다"라는 짧은 소감만을 남겼다. 벵거 감독의 얘기를 꺼내며 박 감독은 비로소 웃음을 보였다. "남의일 같지가 않았는데, 우리도 망신 당하면 어쩌나 걱정했다. 무승부지만 정말 귀중한 승점 1점이다."

암울한 징조도 있었다. 아스널은 첼시전에서 키어런 깁스가 퇴장당하는 등 최악의 경기 속에 대패했다. 상주도 후반 11분 중앙 수비수 이재성이 팔꿈치 가격으로 퇴장을 당했다. 순간 박 감독의 머릿속에 다시 아스널-첼시전이 스쳐 지나갔다. 다행히 상주는 수적 열세를 극복했다. 결과적으로 아스널의 대패는 상주에 약이 됐다. 경기를 앞두고 아스널을 교훈 삼아 선수단들에게 정신 무장을 단단히 시킨 결과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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