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클래식 8라운드 최고의 빅매치였던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현대家 더비'의 히어로는 이동국(전북)이었다.
발등을 세 바늘 꿰매고, 오른쪽 발가락에 실금이 간 상태에서 선발 출격한 이동국은 페널티킥 결승골로 전북에 1대0 승리를 선사했다. 이동국의 득점은 최근 리그 2경기에서 1무1패로 부진했던 전북의 슬럼프 탈출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그러나 '현대家 더비'의 결과만큼 더욱 화제가 된 것은 이동국의 '부상 투혼'이다. 이동국은 2일 안방에서 열린 광저우 헝다(중국)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경기 중 발등을 다쳤다. 축구화에 구멍이 생길 정도로 강한 충격을 받았고, 발등이 찢어졌다. 양말이 핏빛으로 물들었지만 그는 풀타임을 소화했다. 이후 이동국은 부상에도 리그 출전을 자청했고, 울산전에서 결승골을 수확했다.
이동국이 통증을 이겨내고 경기에 출전할 수 있었던 비결이 있다. 울산전을 마친 뒤 그가 '부상 투혼' 뒷 이야기를 전했다. "상처 부위가 아직 아물지 않았다. 하지만 상처보다 금이 간게 더 문제다. 발등에 붓기가 남아 있다. 통증도 있지만 참고 뛰어야 한다. 이를 위해 평소 275mm 축구화를 신고 뛰는데 요즘 10mm 큰 윌킨슨의 축구화를 빌려 신고 있다." 축구 선수들에게 축구화는 분신과 같다. 발 사이즈에 딱 맞는 축구화를 신어야 뛰거나, 킥을 하는데 지장이 없다. 그러나 발이 심하게 부어 올라 평소 신던 축구화를 신을 수 없게 된 이동국은 남의 축구화를 빌려 신고 득점까지 뽑아냈다.
부상으로 세 바늘 꿰맨 이동국의 오른발. 사진제공=전북 현대
고통은 참을 수 밖에 없다. 그는 "축구화를 신는데 고통이 상당하다. 한 번 신으면 벗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경기장에만 들어서면 통증은 잠시 사라진단다. "통증이 있긴 한데 참으면서 뛰는게 사실이다. 경기장에서 처음에 킥을 하면 아프다. 그러나 계속 같은 곳으로 공을 차면 감각이 무뎌진다. 경기장에 나가면 이상하게 통증이 곧 사라졌다가 경기가 끝나면 또 아프다."
인터뷰를 마치고 인터뷰실을 나서는 이동국은 여전히 발을 절룩거렸다. 이동국의 투혼에 최강희 전북 감독도 혀를 내둘렀다. "쉬라고 해도 뛰겠다는데 어떻게 말리겠나. 노장 선수가 저렇게 뛰어주니 팀에 큰 도움이 된다."
이동국의 희생은 다행히 '이동국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전북 관계자는 "발가락에 금이 간 이동국이 뛰니깐 후배들이 아파도 아프다고 얘기하지도 못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선수들이 정신 무장을 다시 하고 있다"며 선수단 분위기를 전했다. 이동국은 15일 열리는 요코하마 F 마리노스와의 ACL 조별리그 출격을 앞두고 있다. 이번에도 쉼표는 없다. "감독님이 출전 여부를 결정하시지만 나는 항상 준비를 하고 있다. (의료진이) 참으면서 해도 뼈가 부러지지 않는다고 했다. 발가락 없이 공차는 사람도 있는데…(문제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