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후 스티븐 제라드는 눈물을 흘렸다. 이내 마음을 다잡고 선수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말했다. "다음 노리치시티전도 이렇게 하자고!"
제라드가 꿈에 한발 더 다가섰다. 리버풀은 13일(한국시각) 영국 리버풀 앤필드에서 열린 맨시티와의 2013~201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4라운드에서 3대2 승리를 거뒀다. 귀중한 승리였다. 승점 77점으로 선두를 유지했다. 1990년 이후 첫 리그 우승이 눈 앞에 다가왔다. 1998년 1군 무대에 데뷔 후 유럽챔피언스리그, UEFA컵(유로파리그의 전신), UEFA슈퍼컵, FA컵, 리그컵 등 모든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제라드이지만, 유독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유럽 최고의 미드필더로 명성을 높였지만, 리버풀은 부침이 심했다. 굳건했던 빅4 지위도 잃어버린지 오래다. 은퇴가 얼마남지 않은 그에게 마지막 기회가 찾아왔다. 리버풀은 올시즌 빠르고 다이나믹한 공격축구를 앞세워 돌풍을 일으켰다. 루이스 수아레스, 다니엘 스터리지, 라힘 스털링 등이 공격을 이끄는 동안 제라드는 때론 딥라잉 미드필더로, 때론 중앙 미드필더로 변함없이 리버풀의 허리를 지켰다. 그런만큼 우승의 첫번째 고비였던 맨시티전 승리는 감격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일정상으로는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다. 3팀 모두 하위권 팀들과의 경기가 대거 포함돼 있다. 리버풀은 남은 4경기를 모두 이겨 경우의 수와 상관없이 자력으로 우승을 확정짓겠다는 각오다. 제라드가 맨시티전 후 선수들을 불러모아 얘기를 한 것은 긴장의 끈을 놓지 말라는 메시지를 준 것이다. 일단 27일 예정된 리버풀과 첼시의 맞대결이 올시즌 EPL의 결승전이 될 것 같다. 이 경기 승자가 우승컵을 거머쥘 가능성이 높다. 분위기 상으로는 리버풀의 우세가 점쳐진다. 리버풀은 8연승을 달리고 있다. 리버풀 홈에서 경기가 열리는데다, 첼시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유럽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해야 하는 불리한 입장에 있다. 무엇보다 리버풀은 우승에 대한 열망이 대단하다. 제라드는 맨시티전 후 영국 방송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정말 많은 의미가 있는 승리다. 맨시티가 따라붙었지만 우린 끝까지 해보려는 마음가짐을 보여줬다. 내가 치른 경기 중 가장 긴 90분이었다. 때론 시계가 거꾸로 가는 것 같았다"며 "앞으로 4차례 결승전이 남아 있다. 사람들은 오늘 맨시티를 꺾은 것이 가장 중요한 경기라고들 하지만 난 동의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이룬 건 없다. 굉장한 경기였고 팬들도 아주 기뻤겠지만, 내일 휴식을 취한 뒤엔 노리치와의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과연 제라드는 EPL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을까.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