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판 할 감독은 주제 무리뉴(위)-펩 과르디올라(아래) 감독을 모두 지도한 바 있다.
루이스 판 할(63) 감독의 맨유 부임이 확정됐다. 맨유는 19일 판 할 감독과 3년 계약을 맺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맨유가 판 할 감독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맨유는 판 할 감독에 앞서 최근 세계 축구를 이끄는 '대세' 감독들에게 두루 접촉했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위르겐 클롭 감독이 대표적으로, 맨유 측은 실제로 관계자를 독일로 급파해 클롭 감독과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클롭 외에도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과의 친분이 두터웠던 주제 무리뉴 현 첼시 감독, 이번 시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18년만의 리그 우승으로 이끈 디에고 시메오네, 바이에른 뮌헨을 이끌고 있는 펩 과르디올라, 레알 마드리드를 이끌고 라 데시마(챔피언스리그 10회 우승)에 도전중인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 등 거물들의 이름이 줄줄이 거론됐다.
하지만 맨유는 이번 시즌 리그 7위에 그치며 다음 시즌 유로파리그 출전에도 실패한 상황인데다, 팀내에 능력 있는 영건들을 다수 보유하지도 못했다. 오히려 그간 팀을 이끌어오던 네바냐 비디치, 리오 퍼디난드 등 노장들마저 떠나 전체적인 스쿼드가 사실상 황폐화됐다. 수뇌부가 적극적인 투자를 약속했다고는 하나,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던 감독들이 이런 맨유로 와줄리 없었다.
때문에 맨유의 '선택'은 사실상 판 할 감독에게로 처음부터 기울어있었다고 봐야한다. 판 할은 아약스 암스테르담과 바르셀로나, 네덜란드 국가대표팀, 바이에른 뮌헨 등을 이끈 명장으로, 맨유의 감독직에 어울리는 풍부한 경험과 화려한 업적을 가졌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선수단을 장악하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데다 '후계자 양성'을 비롯한 팀 리빌딩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퍼거슨 시절부터 약점으로 지적받아온 중원은 물론 수비진마저 무너져내린 맨유에게 있어 더없이 적합한 감독인 셈.
특히 판 할의 바르셀로나 시절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1997-98시즌 바비 롭슨의 뒤를 이어 바르셀로나 감독으로 부임했던 판 할에게 바르셀로나가 썩 기분좋은 기억은 아니다. 판 할은 바르셀로나를 이끌고 리그 우승 2번, 스페인 국왕컵(코파 델 레이) 우승 1번의 영광을 차지했다. 하지만 판 할은 바르셀로나 지역 언론과 가장 불화가 심했던 감독으로 꼽히며, 히바우두와 세르히 바르후안 등 주요 고참 선수들과의 관계도 매우 좋지 않았다. 2002 월드컵 이후 판 할이 바르셀로나로 복귀하자 팀의 핵심 선수였던 히바우두는 AC밀란으로, 바르후안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팀을 옮겼을 정도다. 결국 판 할이 영입한 후안 리켈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판 할은 시즌을 채 마치지 못하고 경질당했다.
그러나 이때 판 할은 바르셀로나에게 중요한 선물을 남겼다. 판 할에 의해 가능성을 인정받고 집중 육성된 선수가 바로 카를레스 푸욜과 차비 에르난데스다. 당시 판 할은 푸욜과 에르난데스의 기용 때문에 언론으로부터 강도높은 비판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공수에 걸친 바르셀로나의 10년 농사를 책임지고 떠난 셈이다.
또 판 할은 바르셀로나에서 무리뉴와 과르디올라를 모두 지도, '명감독 제조기'의 역할도 겸하고 있다. 때문에 맨유는 '살아있는 전설' 라이언 긱스(40)를 판 할의 수석코치로 함께 하게 했다. 맨유는 판 할에게 무너진 팀의 재건 뿐만 아니라 '판 할 이후'를 맡아줄 명감독 또한 기대하고 있는 셈이다.
판 할은 명장답게 잘 짜여진 시스템을 중시하는 축구를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판 할이 사실상 '황무지'가 된 맨유를 어떻게 재건할지 궁금하다.
현재 네덜란드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판 할은 2014 브라질 월드컵이 끝난 뒤 맨체스터에 입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