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부일체]21.'반전남' 김창수와 스승 이강민 감독의 채찍

기사입력 2014-06-11 07:27


김창수. 사진제공=김창수 가족

스승은 최근 지인들에게 식사 대접을 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애제자'가 브라질월드컵 대표팀 23명에 들었기 때문이다. "지인들이 홍명보호에 부산 출신의 유일한 월드컵대표가 내 제자라고 밥 한끼 사라는데 안 살 수 없잖아요. 그쵸?" 스승은 마냥 뿌듯했다. 이강민 전 동명정보고 감독과 홍명보호의 풀백 김창수(29·가시와), 묘한 인연의 사연은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반전남'이었다

시작은 공격수였다. 이 감독은 창원에서 '소위' 공 좀 차던 김창수를 동래중으로 데려왔다. 김창수는 공격형 미드필더를 비롯해 섀도 스트라이커와 윙어까지 소화했던 멀티플레이어였다. 이 감독은 "팀 사정상도 그랬지만, 창수 성격도 공격수가 맞았다. 다혈질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평소 생활은 얌전하고 내성적인데 운동장에만 들어가면 눈빛이 달라지더라. 운동장 안팎에서 딴판인 선수가 창수였다"고 밝혔다. 당시 이 감독은 제자의 방패막 역할도 했다. "(창수는) 2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뛰었다. '왜 우리 아들에게는 출전 기회를 주지 않느냐'는 3학년 학부모들의 원성이 높았지만, 창수의 무궁무진한 발전가능성을 보고 출전 기회를 줬다."


김창수.
감독과 난상토론 펼쳤던 고집

이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라도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더 나은 팀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 감독은 "선수들에게 의견이 있으면 '네'라는 답만 하지말고 과감하게 얘기를 하라고 주문했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모를 수 있고, 내가 잘못 보는 부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대화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창수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질문을 하더라. 욕을 들어 기분이 좋지 않아 퉁명스럽게 표현하긴 했지만 설명을 듣고 이해를 하면 수긍을 하더라. 그러나 자신이 수긍하지 못하면 나와 난상토론을 펼쳤다. 그 때 될만한 놈이라고 느꼈다"며 웃었다.

이 감독은 의리를 지킨 김창수를 끝까지 챙길 수밖에 없었다. 김창수는 동래중 졸업 이후 부산상고(현 개성고)에 입학했다. 그런데 이 감독이 동명정보고로 말을 갈아타자, 김창수는 성적이 보장된 부산상고 대신 동명정보고로 전학을 택했다. 모험이었다. 이 감독은 팀 성적이 좋지 않아 김창수가 대학을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자 프로 팀 테스트생으로 추천했다. 이 감독은 "당시 120명의 연습생이 왔더라. 그런데 창수 혼자 뽑혔다. 그만큼 기량을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될 만한 선수였기 때문에 끝까지 챙겼다"고 말했다.


이강민 감독. 사진제공=김창수 가족
경기를 안뛰어도 팬은 기억한다

이 감독은 김창수에게 당근보다는 채찍을 많이 든다. 쓴소리는 김창수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사상 첫 동메달 신화를 달성한 런던올림픽 때도 쓴소리를 했다. 이 감독은 "창수가 런던올림픽에서 팔이 부러졌다. 마음이 앞선 것이다. 팔이 부러질 장면이 아니었다. 오버페이스를 했다. 좀 더 차분하고 볼을 잡을 때 자세를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공격 가담에 대한 과감성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고 했다. 브라질월드컵 최종명단 발표 직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이 감독은 "이 용에 밀려서 경기를 못뛰고 있는 것에 창수가 좁은 소견을 가지고 있더라. 그래서 23명에 뽑힌 것에 만족하라고 했다"며 "이미 실력이 입증됐고 몸을 만들면 충분히 기회가 온다고 다독여줬다. 그리고 흥분하지 말고 침착하라고 강조했다. 초심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라고도 했다"고 전했다. 또 "얼굴 색깔 변하지 말고 편안한 마음을 가지라고 말했다. 프로 팀의 한 선수가 아닌 5000만명이 응원하는 선수라는 점을 각인시켰다. 경기를 안뛰어도 팬들은 기억한다고 조언했다"고 얘기했다. 이 감독은 김창수에게 홍명보 월드컵대표팀 감독의 철학인 '원 팀'도 강조했다. "선발은 11명이고 3명이 교체선수다. 벤치에 앉은 나머지 선수도 한 마음이 돼야 한다. 주전으로 출전하지 못해도 항상 열성적으로 도와주면서 준비를 하라고 했다. 불만불평을 가지면 팀도, 너도 망가진다고 주의시켰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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