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예선 H조 1차전 한국과 러시아의 경기가 18일 오전 (한국시간) 쿠이아바 아레나 판타날 경기장에서 열렸다. 경기를 관전하러 붉은 악마들이 열정적인 응원전을 펼치며 입장하고 있다. 쿠이아바(브라질)=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4.06.18/
거리 곳곳을 붉은 물결과 미녀들, 열정이 수놓았다. 축제의 시작이었다.
한국-러시아 간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H조 첫 경기가 열린 18일(한국시각), 브라질 쿠이아바는 인종의 전시장이었다. 한국과 러시아, 브라질 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의 축구팬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아레나 판타날 인근 펍에서 브라질-멕시코전을 관전한 브라질 현지 팬들 대부분은 이날 러시아와 맞붙은 한국을 응원했다. 쿠이아바(브라질)=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태극전사가 가는 길에 항상 그들이 있다. 국가대표 서포터스 붉은악마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도 '대~한민국!'을 외쳤다. 지구 반바퀴를 돌아야 하는 브라질월드컵은 이동시간만 하루가 넘게 걸린다. 비용도 상상을 초월한다. 2006년 독일월드컵,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 비해 크게 줄어든 107명의 원정대가 꾸려졌다. 70여명의 1진이 17일 쿠이아바에 도착했다. 15일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미국 디트로이트와 브라질 상파울루를 거쳐 쿠이아바에 입성하는 28시간의 대장정이었다. 하지만 이들에게 피곤함은 사치였다.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예선 H조 1차전 한국과 러시아의 경기가 18일 오전 (한국시간) 쿠이아바 아레나 판타날 경기장에서 열렸다. 붉은악마로 분장한 한국팬 가족이 경기장에 입장하고 있다. 쿠이아바(브라질)=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4.06.18/
12번째 태극전사들의 열정은 쿠이아바 현지에서도 화제가 됐다. 흥겨운 북소리와 열정 넘치는 응원이 현지인들을 매료시켰다. 한국인과 브라질인 모두 붉은악마였다. 거리를 통제하던 자원봉사자까지 확성기를 들고 구호를 외쳐댔다. K-리그 챌린지(2부리그) 대전 시티즌 서포터스의 콜(Call)리더이기도 한 최해문 붉은악마 원정단 현장팀장의 러시아전 필승 전략은 '고향'이었다. "교민들이 마음놓고 '대한민국'을 외칠 기회가 없잖아요. 그 분들께 자부심이 되고 싶습니다. 태극마크를 달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에게도 한국의 힘을 느끼게 해줄 겁니다."
◇교환학생으로 브라질에 체류 중인 김필만씨(오른쪽)는 세종대왕을 모티브로 한 복장을 하고 경기장을 찾아 현지인들의 사진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쿠이아바(브라질)=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이들 옆에는 '세종대왕'이 현지인들의 사진촬영 요청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물론 세종대왕이 환생한 것은 아니었다. 브라질 유학생인 김필만씨(28)가 주인공이었다. 명지대 재학 중 교환학생으로 지난 3월 브라질에 온 김씨는 "브라질에 한국을 알리고 싶어 학교 발표수업 때 세종대왕을 테마로 분장을 하고 옷을 입었더니 반응이 좋았다. 특별한 응원을 위해 같은 복장을 했다"고 밝혔다. 세종대왕 테마를 완성하기 위해 1달 간 수염을 기른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김씨는 "브라질에서 한국 축구의 힘을 보여주기 바란다"며 다시 현지인들 속으로 사라졌다. 김씨 외에도 갓과 도포를 갖춘 조선시대 선비 복장을 하고 아레나 판타날을 찾은 한 팬은 러시아 미녀와 '셀카(셀프카메라)' 삼매경에 빠진 모습이 포착되어 웃음을 자아냈다.
사연이 넘쳤다. 월드컵 응원을 위해 미국에서 브라질까지 날아온 가족, 남미 배낭여행 중 계획에 없던 쿠이아바로 일정을 바꾼 학생, K-팝(POP)에 매료되어 자국 브라질 경기 대신 한국-러시아전을 찾은 소녀팬. 모두가 그들만의 방식으로 월드컵이라는 축제를 즐겼다. 승패는 중요하지 않았다. 분위기에 몸을 실을 뿐이었다.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예선 H조 1차전 한국과 러시아의 경기가 18일 오전 (한국시간) 쿠이아바 아레나 판타날 경기장에서 열렸다. 경기를 관전하러 축구팬들이 독특한 복장으로 응원전을 준비하고 있다. 쿠이아바(브라질)=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4.06.18/
홍명보호는 러시아전에서 1대1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16강 진출 목표를 향한 첫 발을 떼었다. 아직 두 번의 승부가 남아 있다. 다음 경기에서 과연 그들의 월드컵은 어떤 색깔로 빛을 발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