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토레스-수줍은 펠라이니, '믹스트존'의 스타들은

기사입력 2014-06-23 05:59


펠라이니. ⓒAFPBBNews = News1

전세계 축구의 별들이 모두 모인 브라질월드컵. 아무리 수백억원의 연봉을 받는 스타플레이어라고 하더라도 이들의 희비는 팀의 운명과 함께 할 수밖에 없다. 한 경기 결과에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스타플레이어들의 얼굴 표정도 각양각색이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희비가 온 몸으로 느껴진다. 믹스트존은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의 성격 및 심리를 가장 먼저 파악할 수 있는 곳이자, 공식적인 기자회견장이 아닌 만큼 여과 없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승리한 직후에는 어린애처럼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반면 패배의 아픔앞에서는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때로는 취재진에게 짜증을 내며 퇴장을 하기도 한다. 믹스트존에서 만난 스타플레이들도 다를 바 없었다. 스타들의 믹스트존 인터뷰 대응법을 세 가지로 유형으로 나눠봤다.

친절형 '다 물어보세요'

경기 결과도 상관없다. 그들은 진정한 프로였다. '벨기에의 호날두'로 불리는 에덴 아자르는 벨기에대표팀 중 믹스트존 인터뷰에 가장 성실하게 응한 선수 중 한 명이었다. 18일(이하 한국시각) 벨루오리존치 에스타디오 미네이랑에서 열린 알제리전 승리 직후 아자르는 믹스트존 초입부터 취재진의 질문 공세를 받았다. 한 차례 인터뷰가 끝난 뒤 또 다른 취재진에게 붙잡혔다. 끝이 아니었다. 그는 믹스트존의 끝자락에서 다시 발걸음을 멈춰섰다. 총 세 번의 인터뷰를 위해 그는 20분 이상을 믹스트존에 머물렀다. 승리의 기쁨 때문인지, 얼굴에서는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스페인의 디에고 코스타는 의외였다. 브라질에서 스페인으로 귀화한 뒤 첫 월드컵에 출전한 그는 경기장에 나설 때마다 브라질 국민들의 야유를 받고 있다. 14일 브라질 사우바도르의 아레나 폰테 노바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는 팀이 1대5로 대패한 이후에도 믹스트존을 피하지 않았다. 그를 향해 몰려드는 브라질 기자들을 모두 상대했다. 브라질 언론의 비판적인 시각에도 모국어(브라질)인 포르투갈어로 20분 넘게 인터뷰에 응했다. 팀은 대패를 당했지만 표정은 밝았다. 코스타의 '환대(?)'에 믹스트존 인터뷰 분위기도 밝아졌다. 코스타도, 브라질 언론도 모두 만족스러운 인터뷰가 된 듯 인사를 건네며 또 다른 만남을 기약했다. 스페인의 공격수 페르난도 토레스는 친절, 그 자체였다. 취재진의 질문이 끝이 나자 그는 주위를 둘러 봤다. 자신을 찾는 취재진이 더 있는지를 살폈다. 토레스는 마지막 한 마디를 남기고 떠났다. "더이상 질문 있는 분 있으세요? 없으면 이제 가도 되겠습니까?"

무시형 '건들지 마세요'

심기가 불편한 스타 플레이들은 끝내 믹스트존을 외면했다.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믹스트존 최고의 인기스타다. 17일 독일전이 끝난 뒤 무려 60~70여명의 기자들이 믹스트존에서 그를 기다렸다. 그러나 뒤늦게 굳은 표정으로 믹스트존에 나타난 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이름을 부르는 취재진의 외침에 짧게 답했다. "다른 선수들이 인터뷰하고 있으니 난 안합니다." 독일에 0대4로 당한 참패가 호날두의 '여유'마저 앗아갔다. 반면 외모에는 여유가 넘쳤다. 모자를 뒤로 뒤집어 쓰고, 헤드폰을 착용하고, 스타킹을 무릎까지 올려 신고, 명품 가죽 가방을 둘러 멘 그는 유유히 믹스트존을 빠져 나갔다. 포르투갈이 대패를 당한 상태에서 자신을 꾸밀 여유는 있어도, 믹스트존에서 인터뷰할 여유는 없었나보다. 20일 상파울루 아레나 코린치안스에서 열린 조별리그 D조 2차전에서 우루과이에 1대2로 패한 잉글랜드 대표팀의 공격수 웨인 루니도 마찬가지였다. 그를 붙잡는 취재진을 향해 그는 고개만 저으며 쏜살같이 발걸음을 옮겼다. 스페인의 미드필더 사비 알론소도 '무시형' 대열에 합류했다.

기타형 '겉과 속이 달라요'

스페인을 5대1로 물리치는데 앞장선 네덜란드의 공격수 로빈 판 페르시.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판 페르시는 스페인전에서 2골을 넣고 'MOM(Man Of the Match)'에 선정됐다. 기쁜 마음에 기자들을 향해 MOM 트로피를 자랑했다. 그러고는 인터뷰를 시도하자 "MOM 인터뷰에서 다 말했습니다. 늦었습니다. 빨리 가야해요"라며 발걸음을 옮겼다. 잉글랜드전에서 2골을 떠뜨리며 MOM에 선정된 루이스 수아레스는 눈물을 보였다. "내 생애 최고의 경기"라며 감격스러워했다. 그러나 믹스트존 인터뷰 내용은 날카로웠다. "그동안 내가 겪은 좋지 않은 일들로 나를 비난했던 사람들을 생각하며 눈을 감고 공을 찼습니다. 잉글랜드에서 많은 사람들이 나를 비웃었는데 이제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시 확인해보고 싶습니다." 수아레스는 눈물 속에 숨겨뒀던 날선 칼을 꺼내들었다.

벨기에의 미드필더 마루안 펠라이니의 인터뷰 태도는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겉과 속이 달랐다. 외형적인 모습은 거침이 없다. 1m90이 넘는 장신에 벌어진 어깨, 독특한 헤어스타일 등 '상남자'를 연상케하는 외모다. 그러나 인터뷰 모습은 정반대였다. 기자들의 질문에 수줍게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들리지 않을 정도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였다. 벨기에의 알제리전 역전승을 이끈 주역임에도 그는 아주 차분하고 조용하게 믹스트존 인터뷰를 마쳤다.
상파울루(브라질)=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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