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 파주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 2014년 브라질월드컵으로 가는 길이 열렸다. 홍명보 월드컵대표팀 감독이 발표한 23명의 최종명단에 포함된 선수 중 9명이 첫날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의 얼굴엔 기대와 설렘이 교차했다. 무거운 책임감도 짊어졌다. 2주 넘는 파주 생활은 총성없는 전쟁이었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그라운드에 나와 구슬땀을 흘렸다. 하나둘씩 합류 선수 숫자가 늘어갈수록 긴장감이 고조됐다. 부상한 선수들은 매일 파주NFC 치료실에서 한계를 넘나들었다. 홍명보호의 원팀은 그렇게 밑그림을 그렸다.
30일 인천국제공항을 떠나는 태극전사들의 가슴은 뛰었다. 미국 시카고를 거쳐 마이애미에 도착할 때까지 20여시간 여정의 피로감은 없었다. 본격적인 담금질은 즐거움이었다. 이청용(26·볼턴)은 선수단 버스 DJ를 자처했고, 박주영(29·아스널) 곽태휘(33·알힐랄)는 '한밤의 수영장 토크'로 후배들의 멘토 역할을 했다. 마이애미의 햇살이 홍명보호를 밝게 비췄다.
가나전 완패는 반전드라마의 서막이었다. 결전지 브라질에 입성한 뒤 이를 갈았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스스로 파이팅을 외쳤다. 23명의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여 외친 구호는 반전드라마의 클라이막스였다. 홍 감독은 그들을 바라보며 소리없이 미소를 지었다. 러시아전에서 태극전사들은 파비오 카펠로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를 애먹이면서 반전을 완성했다. 세계가 홍명보호를 달라진 눈길로 바라봤다. 베이스캠프인 이구아수에선 이근호(29·상주)의 선제골이 터지자 함성과 폭죽이 하늘을 수놓았다.
포르투알레그레 참사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홍명보호는 거짓말 같은 패배에 망연자실 했다. 백짓장 같은 얼굴로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빠져 나오는 선수들은 분을 참지 못하고 울먹였다. 이구아수로 돌아가는 전세기 속에서도 가슴으로 울었다. 침묵이 홍명보호를 감쌌다. 홍 감독은 고심 또 고심했다. 이구아수의 밤이 깊어질수록 홍명보호에 드리운 그림자도 커졌다.
마냥 주저 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원조 붉은악마' 벨기에를 상대로 후회없는 승부를 다짐했다. 스스로 변화했다. 박주영 이청용은 막내 손흥민(22·레버쿠젠)과 '꿀밤 때리기' 벌칙을 주고 받으며 웃음을 머금었다. 홍 감독도 선수들 틈에 뛰어 들며 스스로를 내려놓았다. 하지만 결국 눈물로 끝이 났다. 한국은 27일(한국시각) 브라질 상파울루 아레나 코린치안스에서 벌어진 벨기에와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H조 최종전에서 0대1로 패하며 16강이 좌절됐다.
홍명보호는 평균연령 25.9세의 역대 최연소 월드컵대표팀이다. 조별리그까지 47일 간의 동행 속에 환희와 눈물이 교차했다. 브라질에서는 울었지만, 한국 축구 미래의 도전은 계속된다. 상파울루(브라질)=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