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레상(브라질 대표팀 애칭)'을 상징하는 노란색 유니폼을 맞춰 입은 5만5000여 브라질 관중들은 선수들과 국가를 합창하면서 전의를 불태웠다. 64년 만에 다시 자국에서 펼쳐진 월드컵, 우승은 따놓은 당상으로 생각했다. 주장 다비드 루이스는 8강전에서 부상한 동료 네이마르의 유니폼을 들고 국가를 열창하면서 감동을 자아냈다. 누구도 브라질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다.
거기까지였다. 삼바군단은 전차군단에 철저히 짓밟혔다. 브라질은 9일(한국시각) 브라질 벨루 오리존치의 에스타디오 미네이랑에서 가진 독일과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4강전에서 1대7로 참패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12년 만의 우승을 노렸던 브라질은 안방에서 독일에게 참패를 당하면서 눈물을 흘렸다.반면 독일은 2002년 브라질에 0대2로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던 한을 풀면서 12년 만에 다시 월드컵 결승에 오르는 환희를 맛봤다.
전반 11분 만에 선제골이 터졌다. 오른쪽에서 올라온 코너킥 상황에서 수비수들이 한 쪽으로 몰린 상황을 틈타 토마스 뮐러가 노마크 찬스를 잡았고, 오른발로 날아온 코너킥을 침착하게 득점으로 연결시키면서 브라질의 골망을 흔들었다. 브라질은 마르셀루와 헐크를 앞세워 반격을 시도했으나, 독일의 짜임새에 막혀 좀처럼 활로를 개척하지 못했다.
전반 23분 클로제가 폭발했다. 토니 크루스의 패스를 받아 골문 정면에서 시도한 슛이 훌리우 세자르에 막혔으나, 재차 슈팅으로 연결하면서 골망을 갈랐다. 이날 득점으로 클로제는 월드컵 통산 16호골을 터뜨리면서 호나우두(15골)와 함께 갖고 있던 월드컵 최다골 기록을 넘어섰다.
브라질은 클로제의 추가골 뒤 엄청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전반 23분 람의 오른쪽 측면 돌파를 바라보고 있다가 문전 쇄도하던 크루스에게 3번째 골을 내줬다. 2분 뒤에는 수비수들이 볼을 돌리다 케디라에 볼을 빼앗겨 다시 크루스에게 4번째 골을 내주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당황한 브라질은 11명 모두 수비라인에 내려갔으나, 전반 29분 외질의 패스를 받은 케디라가 5번째 골을 터뜨리면서 브라질을 망연자실케 했다. 5번째 골 이후 브라질은 전의를 완전히 상실한 모습을 드러냈다. 독일은 브라질의 빈틈을 공략하면서 5골차 리드를 지킨 채 전반전을 마무리 했다.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브라질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헐크, 페르난지뉴를 빼고 파울리뉴와 하미레스를 투입했다. 수비라인에서 공간을 벌린 페르난지뉴와 공격진에서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헐크를 제외하면서 긴급처방에 나섰다. 브라질은 후반 중반에 접어들면서 집중력이 다소 떨어진 독일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의 선방에 막혀 땅을 쳤다.
전열을 정비한 독일은 다시금 브라질 팬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후반 24분 안드레 쉬얼레의 득점으로 6번째 골을 얻었다. 필립 람이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에서 낮게 깔아준 볼을 쉬얼레가 문전 정면에서 오른발슛으로 마무리해 골망을 갈랐다. 쉬얼레는 후반 33분 왼쪽 측면에서 넘어온 패스를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침착하게 받아 왼발슛을 성공시켜 멀티골을 터뜨렸다. 5000여 독일 팬들은 환호했고, 5만5000여 브라질 팬들도 독일의 득점에 박수를 터뜨리면서 브라질을 향한 분노를 드러냈다. 브라질은 후반 45분 오스카가 득점에 성공했지만, 추격은 이미 멀어진 상황이었다.
독일은 14일 오전 4시 리우데자네이루의 마라카냥 주경기장에서 네덜란드-아르헨티나 간의 4강전 승자와 우승 트로피를 놓고 다툰다. 브라질은 13일 브라질리아의 에스타디오 나시오날에서 3, 4위 결정전을 치른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