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사퇴]논란에 논란, 홍명보 감독은 웃는 날이 없었다

기사입력 2014-07-10 10:03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의 생각에 지배당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그래왔다. 어떤 길이 옳은 길인지 판단하겠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직후 홍명보 월드컵대표팀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계약 기간을 채우겠냐"는 한 외국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홍명보는 항상 그랬다. 주관이 뚜렷했다. 주변의 '흔들기'에도 중심을 잃지 않았다. 장벽을 만나면 정면 돌파로 넘어섰다. 선수 시절부터 보여준 그만의 스타일에 국민들은 홍명보의 이름 앞에 '카리스마'라는 수식어를 선사했다. 앞서 지도자로 세계무대를 노크했던 2009년 이집트 청소년월드컵(20세 이하)과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도 그는 뚝심으로 버텼다. 그 결과. 청소년월드컵 8강과 런던올림픽 동메달 신화를 달성했다.

그러나 월드컵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에 다른 그림이 그려졌다. 논란에 논란이 이어졌다. 시작부터 암초를 만났다. 지난해 6월 위기에 빠진 대표팀을 구하기 위해 소방수로 등장한 홍 감독은 월드컵 청사진을 그리기도 전에 '기성용의 SNS' 사태에 직면했다. 전임 감독 시절의 일이었다. 논란을 피하지 않았다. 그는 직접 영국으로 날아가 기성용(스완지시티)과 면담을 했고 10월 브라질-말리와의 평가전에 그를 발탁했다. 홍 감독은 "진심으로 대화를 나눴다. 본인도 지난 일에 대해 반성과 후회를 하더라. 기성용이 경기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팬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기성용도 축구에서 옐로 카드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더 잘 알 것이다"라며 기성용을 품었다. 해외파와 국내파간의 갈등도 봉합해야했다. 그는 '원팀'을 내세워 선수단에 생긴 균열을 메워갔다. 지난 1월에는 박지성(은퇴) 발탁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 올랐다. 2월 직접 네덜란드로 날아가 박지성과 대화를 나누며 논란을 종결지었다. 이번에도 당사자간 대화로 진심을 확인한 후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

3월에는 그리스전을 앞두고 박주영을 전격 발탁한 선택에 비난 여론이 일었다. '경기력'을 대표팀 발탁 최우선 원칙으로 세웠던 자신의 기준과 맞지 않았다. 그러나 경기 출전을 위해 1월 31일 왓포드 임대를 선택한 박주영을 홍 감독이 끌어 안았다. 박주영은 그리스전에서 왼발 논스톱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영화 같은 반전이 연출됐다. 5월에는 최종엔트리를 두고도 말이 많았다. 그리스전 이후 오른쪽 두 번째 발가락과 발등에 생긴 급성 염증(봉와직염) 치료를 위해 조기 귀국한 박주영을 발탁하고, 부상 중인 박주호(마인츠)를 최종엔트리에서 제외한 것을 두고 여론이 들썩거렸다. 홍 감독은 다시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그는 5월 12일 파주NFC(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 첫 소집에서 "선수 선발 원칙은 내가 깬게 맞다"고 했다. 박주호의 탈락을 두고도 비난 여론이 많았지만 그는 자신의 길을 걸으면서도 마지막 끈을 놓지 않았다. 재활 훈련 프로글매을 마련해 박주호에게 '비밀 특훈'을 지시했다. 그 사이 같은 포지션인 왼쪽 윙백의 김진수(호펜하임)이 부상이 일본에서의 진단과 달리 더 심각한 것으로 판명났고, 홍 감독은 최종적으로 미국 마이애미 전지훈련을 떠나기전 완치 판정을 받은 박주호를 전격 대체 발탁했다. 주변의 말이 아닌 자신의 판단을 믿었다.


우여곡절 끝에 맞이한 브라질월드컵, 결론은 아픔이었다. 조별리그 탈락 이후 거센 후폭풍이 불었다. "우리가 많이 부족했다. 특히 내가 많이 부족했다"며 실패를 인정한 그는 벨기에전 직후 황보관 기술위원장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원칙론'을 꺼내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긴 설득이 이어졌다. 그는 다시 한국 축구를 위해 2015년 1월 호주아시안컵까지 임기를 채우기로 했다.

숱한 논란을 극복해왔고, 또 그러기 위해 비난도 감수하기로 했다. 축구에 관한 비난은 기꺼이 삼키며 꿋꿋이 버텼다. 그러나 외적인 문제에 그는 결국 사퇴의 길을 택했다. 한 매체가 보도한 '탕 투기 논란'이 도화선이 됐다. 4월 계약금을 지불했고, 5월 15일 잔금을 치렀다는 내용이었다. 홍 감독은 축구 외적인 가정사 문제가 불거지자 버틸 힘을 잃었다. 끝내 그는 대표팀 지휘봉을 놓았다.

홍 감독은 역대 월드컵대표팀 감독 중 1년간의 재임기간 동안 가장 험난한 길을 걸었다. '독이 든 성배'를 집어든 그에게 웃음은 허락되지 않았다. 논란에 논란을 헤쳐가는데 너무 많은 힘을 소비했다. 고독히 '마이 웨이(My way)'를 걷던 그는 외로운 사투 끝에 사퇴라는 최후의 수단으로 마지막 논란을 마무리하는 길을 택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