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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아니면 살기다. 포기는 없다." 황선홍 포항 감독의 선전포고였다.
두 사령탑은 끝을 보겠다고 했다. "무조건 잡아야 한다. 연장전은 물론 승부차기까지 간다는 생각으로 하겠다." 두 감독의 이구동성이었다. 현실이었다. 혈투는 120분 연장전을 넘어 승부차기까지 이어졌다. 각본없는 드라마, 피날레는 '서울 극장'이었다. 서울이 FA컵 3연패를 노리는 포항에 대역전극을 연출하며 FA컵 8강에 올랐다. 연장 접전 끝에 2대2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했다.
끝이 아니었다. 극적 승부의 서막에 불과했다. 15분간의 연장 전반, 두 팀은 다시 침묵했다. 연장 후반 반전에 반전이 이어졌다. 연장 후반 8분 고명진의 스루패스를 받은 고광민이 역전골을 터트렸다. 최 감독은 "만약 선제골을 허용할 경우 윤일록 윤주태 고광민이 대기하고 있다. 전원 가동하겠다"고 했다. 윤주태에 이어 고광민의 연속골을 터트리며 전략은 적중하는 듯 했다. 승부의 추는 서울 쪽으로 기울었다.
그러나 지난해 정규리그와 FA컵 더블을 달성한 데 이어 올시즌 클래식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는 포항은 저력은 무서웠다. 경기 종료 직전인 연장 후반 15분 강수일이 동점골을 작렬시켰다. 왼쪽 측면으로 길게 넘어온 볼을 페널티박스 왼쪽으로 치고 들어가 왼발슛으로 연결, 골망을 갈랐다. 7분 만에 환호는 포항의 몫이었고, 서울은 절망했다.
결국 가혹한 '신의 룰렛게임'인 승부차기에서 두 팀의 희비는 엇갈렸다. 포항이 선축했다. 두 팀의 첫 번째 키커인 김재성과 오스마르가 나란히 성공했다. 그러나 포항의 수난이 시작됐다. 2번째 키커 김승대의 슛을 유상훈이 막아냈고, 3번째 키커 문창진의 왼발슛은 왼쪽 골대를 맞고 나왔다. 반면 서울은 윤주태와 김치우가 침착하게 골망을 흔들었다. 포항의 4번째 키커 손주호가 골을 성공시켰지만 서울의 강승조가 마지막 골문을 열며 기나긴 승부는 막을 내렸다.
이날 경기는 올시즌 정규리그와 FA컵을 통틀어 최고의 명승부였다. 서울과 포항은 이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8강전에서 재충돌한다. 다음달 20일과 27일에는 ACL 8강 1(포항), 2(서울)차전, 9월 7일에는 클래식 24라운드(포항)에서 차례로 맞닥뜨린다.
두 감독 모두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최 감독은 해피엔딩이었고, 황 감독은 뼈아픈 패배였다. 두 감독의 올시즌 라이벌전은 아직 반환점을 돌지 않았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