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최고 명승부 연출한 최용수와 황선홍, 그 후

최종수정 2014-07-18 06:48

FC서울과 포항스틸러스이 '2014 하나은행 FA컵' 16강전 경기가 16일 서울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렸다. 서울 최용수 감독과 포항 황선홍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지하고 있다.
상암=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4.05.16/

이견이 없었다.

올시즌 최고의 명승부였다. 후반 45분과 연장 후반 15분, 두 차례나 믿기지 않는 극적인 동점골이 터졌다. 120분간의 연장 혈투(2대2), 마침표는 승부차기였다. FC서울이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하며 3연패를 노린 포항을 제압하고 FA컵 8강에 올랐다.

뜨거웠던 혈투에 양팀 선수들도, 벤치도 혼이 빠졌다. 환희와 탄식이 교차하면서 관중들도 애간장을 태웠다. 그래도 행복했다. "매번 오늘과 같은 경기만 펼쳐지면 K-리그도 관중 걱정은 안해도 될 것이다." 주중인 수요일(17일) 밤 경기장을 찾은 한 축구팬의 미소였다.

명승부를 연출한 최용수 서울 감독과 황선홍 포항 감독, 두 사령탑도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명암이 엇갈렸지만 두 감독의 수는 대단했다. 장군멍군이었다. 최 감독은 후반 10분 선제골을 허용하자 7분 뒤 주장이자 중앙수비의 핵인 김진규 대신 윤주태를 투입했다. 스리백에서 포백으로 전환하면 공격 숫자를 늘렸다. 그러자 황 감독은 수비 강화가 아닌 스피드가 뛰어난 문창진을 교체시키며 역습으로 추가골을 노렸다. 최 감독은 후반 29분 고광민 카드를 꺼냈고, 황 감독은 34분 히든카드 김재성을 수혈했다.

연장에 들어서자 최 감독은 다시 스리백으로 전환했다. 황 감독은 승부차기를 염두에 둔 듯 지공으로 서울의 라인을 끌어올렸다. 그야말로 전술의 경연장이었다. 최 감독은 교체한 윤주태와 고광민이 골을 터트려 기뻤다. 황 감독은 아쉬움이 남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선수들의 투혼은 수확이었다.

"우리에겐 중요한 경기였다. 1998년 이후 FA컵과 인연이 없었다. 하지만 한 번 쯤은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싶었다. 큰 동기부여가 됐다. 포항이 왜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지 볼 수 있었던 경기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황선홍 포항 감독의 지도력에 배울 점이 많았다." 최 감독의 '인사'였다.

"단판승부는 미세한 장면에서 승부가 갈리기 마련이다. 우리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지만 마지막 힘이 부족했다. 아쉬움이 남지만 선수들이 더 성장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황 감독의 '희망'이었다.

브레이크없던 사투에 두 팀 모두 출혈이 크다. 체력적인 부담은 상상을 초월했다. 서울은 사흘 만인 19일 2014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6라운드를 벌인다. 제주와 원정경기를 치른다. 포항은 하루 더 여유가 있다. 20일 부산을 홈으로 불러들인다. 최 감독은 "너무 힘든 경기를 했다.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도록 잘 회복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서울은 월드컵 휴식기 후 패전이 없다. 클래식 순위도 7위로 끌어올렸다. 황 감독도 "다음 경기가 걱정되지만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포항은 리그 선두를 사수하고 있다.


두 감독의 자존심 대결은 이제 시작이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8강전에서도 충돌한다. 다음달 20일과 27일에는 ACL 8강 1(포항), 2(서울)차전, 9월 7일에는 클래식 24라운드(포항)에서 차례로 맞닥뜨린다.

"오늘 승리하긴 했지만, 부족한 점이 많았다. 선수들이 착각하면 안된다. 이럴 때 개선점을 빨리 알아야 한다. ACL은 다르게 준비해야 한다.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빨리 잊는 수밖에 없다. ACL까지는 시간이 있다. 서울이 자신감을 가질 수도 있지만, 준비할 시간이 있다. 우리가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다. 우리의 플레이가 중요하다."

희비는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라이벌만 남았다. 명승부가 팬들을 유혹하고 있다. 서울과 포항의 힘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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