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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6시, '포천시민축구단'이라고 적힌 버스가 막 강릉 종합운동장에 도착했다. 팀만의 개성이 듬뿍 담긴 전용 버스가 아니다. 원정 경기가 있을 때마다 이용하는 전세 버스로 LED판에 팀명을 띄운 게 전부다. 그뿐인가. 경기도 포천에서 강원도 강릉까지, 다섯 시간이 소요되는 일정임에도 당일치기를 감행했다. 선수들 대부분이 공익 근무요원 신분이기에 숙박할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인창수 감독은 "선수들의 몸 상태를 고려해 쉬엄쉬엄 왔다"면서도 "오후 내내 버스 타고 왔으니 아무래도 지치지 않을까"라며 우려를 표했다.
축구화 끈을 조여 매고 하나둘 피치로 들어섰다. 수비수 조형재가 팀 동료 이상돈에게 던진 첫마디는 "잔디 어때". 천연 잔디는 지난 5월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FA컵 32강전을 치른 뒤 처음 밟는다. 평상시 이용하는 인조 잔디에 비해 무릎 및 발목에 부담이 덜 가지만, 중요한 일전을 앞두고 급변한 환경이 달갑지만은 않다. 딱딱한 지면 대신 무른 땅에서 뛸 경우 축구화 스터드가 더 깊숙이 박히기에 어색함이 크다. 또, 물을 흠뻑 머금은 천연잔디는 볼 바운드가 판이하게 달라 적응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잔디 진짜 좋다"며 연신 감탄하면서도 볼 키핑 실수를 종종 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후반에 승부수를 띄울 계획이었다. 지난 주말 화성과의 K3 챌린저스리그 17라운드(0-0 무)를 치른 데다 FA컵 당일 강릉까지 이동한 것이 체력의 열세로 이어질 수 있었다. 전반전을 무실점으로 막아 홈팀 강릉시청을 급하게 한 뒤 후반부터 공세를 펼치겠다는 심산. 실제 포천은 시간이 흐를수록 공격적인 장면을 많이 연출해냈다. 하지만 후반 30분, 강릉시청 이강민에게 프리킥 결승골을 내주며 휘청했다. 상대의 측면 공격을 견제하는 과정에서 파울 숫자가 늘어난 게 치명적이었다. 이강민의 왼발은 최순호 전 강원 감독이 아껴 활용했을 만큼 날카로웠고, 기습적인 슈팅으로 타이밍을 빼앗는 노련함까지 있었다.
시간이 없었다. 짧은 패스로 차근차근 전진하기보다는 길게 찔러 넣고 공중볼 경합을 시도했다. 세컨볼을 차지하기 위해 부지런히 뛰어다녔으나, 상대 수비의 볼처리엔 빈틈이 없었다. 좌우 측면 수비가 깊숙이 전진한 크로스 패턴도 뚜렷한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오히려 강릉시청이 뒷공간으로 뛰어 들어 포천의 체력 부담을 배로 늘렸다. 골키퍼 이승규가 선방을 펼치며 추가 실점을 막기는 했지만, 공격진은 끝내 골문을 열지 못했다. K3 챌린저스리그(4부리그 격) 최초 16강 진출을 일궈낸 FA컵 도전도 여기까지였다.
인 감독은 피치 곳곳에 쓰러진 선수들을 불러모았다. 이어 "잘했다. 잘했으니까 고개 숙이지 말고 가자"며 다독였다. 프로 리그를 경험한 선수들이 많았기에 자존심도 있었고, K리그 챌린지 대전을 꺾고 올라와 사기도 충천했다. 내셔널리그 강릉시청은 해볼 만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에 더욱 아쉬웠다. 내년 FA컵을 기약하며 다시 리그로 돌아가야 할 때. 13승 2무 1패로 18개 팀 중 1위를 달리고 있는 ?포천은 19일 토요일 오후 3시 포천종합운동장에서 파주와 격돌한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