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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FPBBNews = News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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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중원 사령관' 사비 에르난데스(34·바르셀로나)는 어릴 때부터 축구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였다. 사비의 아버지 요아큄이 아들을 축구선수로 키우기 위해 마음먹었던 일화에서 알 수 있다. 다른 아이들은 열심히 공을 쫓아다니면서 공몰이를 하고 있는데 사비는 혼자 동떨어져 멀뚱히 있었다. 그 모습을 의아해하던 아버지는 사비에게 "너는 왜 다른 아이들처럼 공을 쫓아다니지 않니"라고 물었더니 돌아온 아들의 답은 이랬다. "이렇게 떨어져 있으니 애들이 나한테 공을 보내더라구요." 그 대답을 들은 아버지는 그 때부터 축구하는 사비에 대한 시선을 달리했다고 한다.
그의 출중한 축구센스는 언제, 어디서든 빛났다. 11세 때 본격적으로 선수로 성장했던 바르셀로나 유소년팀 '라 마시아'에서부터 스페인대표팀에서까지 돋보였다. 물흐르듯 유연한 피봇, 좀처럼 발에서 떨어지지 않는 볼컨트롤, 상대 수비진을 한 번에 허무는 킬패스, 컴퓨터 롱패스는 사비의 전매특허였다.
'무적함대'의 조타수, 그가 키를 놓는다. 2000년부터 성인 대표로 활약한 이후 14년 만이다. 사비가 스페인대표팀 은퇴를 발표했다. 6일(한국시각) 기자회견을 통해 "대표팀에서 은퇴하기로 결정했다. 대표팀에서 보낸 모든 시간들은 환상적이었다. 이제 난 대표팀을 떠난다"고 밝혔다. 이어 "내 결정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이제 나의 시대는 저물어 가고 있다. 나 역시 실망스럽다"고 덧붙였다.
사비는 스페인 황금기의 주역이다. 유로2008, 2010년 남아공월드컵, 유로2012 우승을 이끌었던 멤버다. 메이저대회마다 죽을 쑤던 스페인을 메이저대회 킬러로 탈바꿈시킨 주역이다. 사비는 유로2008 당시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전성기였다. 2년 뒤 남아공월드컵에선 월드 사커지가 선정한 올해의 선수에 이름을 올렸다. 2010년과 2011년에는 나란히 국제축구연맹(FIFA) 발롱도르 3위를 차지했다. 특히 2002년 한-일월드컵, 2006년 독일, 2010년 남아공, 2014년 브라질 대회 등 4회 연속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그야말로 자타공인 2000년대 최고의 중앙 미드필더 중 한 명으로 기억될 선수다.
사비는 A매치 133경기에 출전, 13골을 터뜨렸다. 수문장 이케르 카시야스(156경기)에 이어 스페인 역대 A매치 최다 출전 2위에 랭크돼 있다.
대표팀만 떠난 것일 뿐이다. 여전히 그라운드에서 사비를 볼 수 있다. 소속팀 잔류를 택했다. 사비는 "바르셀로나를 떠나기로 결정했지만 루이스 엔리케 감독과 안도니 주비자레타 단장이 아직 내가 팀에 유용한 선수라고 설득했기에 뒤늦게 철회했다"고 말했다. 또 "지난시즌이 끝나고 난 실망이 컸다. 내가 바르셀로나와 대표팀에서 불필요한 선수라는 느낌이 들었다. 내 인생 최대의 좌절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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