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은 왜]포항전 KO승, 절대1강 전북이 완성됐다

기사입력 2014-08-17 16:25


◇전북 미드필더 신형민(오른쪽)이 16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펼쳐진 포항과의 2014년 K-리그 21라운드에서 포항 미드필더 손준호(가운데)의 드리블을 저지하고 있다. 사진제공=포항 스틸러스

최강희 전북 감독은 포항 앞에만 서면 웃지 못했다.

그동안 전북은 포항과의 6차례 맞대결서 1무5패의 참담한 성적에 그쳤다. '절대1강'이라는 수식어는 '스틸타카' 앞에서 무색무취였다. '봉동이장'이라는 수더분한 별명 속에 숨은 최 감독의 승부욕이 꿈틀댔다.

"이제 우리가 이길 때가 됐다." 16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포항과 2014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1라운드에 나선 최 감독의 선전포고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전북은 승점 41로 선두, 포항(승점 40)은 2위였다. 적지에서 배수의 진을 쳤다. "원정이지만, 무승부도 만족스럽지 않다"고 이야기 했다. "그동안 포항이 잘했다기보다 우리의 실수가 많았다. 오늘은 반드시 이긴다." 최 감독의 말을 전해들은 황선홍 포항 감독은 "나는 물러설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맞받아쳤다. 올 시즌 최고 명승부는 그렇게 막을 올렸다.

포항도 놀란 전북의 모험, 최강희는 불안했다

전북 선발 라인업을 확인한 관계자들이 웅성댔다. 최 감독은 이날 수비형 미드필더 김남일과 신형민을 나란히 세운 '더블 볼란치'를 가동했다. 전북은 그동안 김남일과 신형민을 번갈아 썼다. 공격적인 팀 성향을 극대화 하기 위해 수비형 미드필더 숫자를 1명으로 줄였다. 닥공(닥치고 공격)의 힘을 다소 빼더라도 포항을 잡겠다는 최 감독의 승부수였다. 황 감독도 미처 생각지 못한 변화였다. "오늘 아침에야 (더블볼란치 기용과 김남일 투입) 소식을 알았다. 의외다."

모험이었다. 김남일이 정상이 아니었다. 부상으로 4개월 간 쉬었다. 13일 강릉시청과의 FA컵 8강전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갓 회복세를 드러낸 터였다. 김남일은 풍부한 경험을 갖춘 베테랑이다. 컨디션은 다른 문제다. 최 감독도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시즌 막판이라면 좀 더 안정적인 승부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아 있다. 오늘은 (결과가) 잘못돼도 상관없다."

황 감독은 전북전 무패의 한축이었던 배슬기 카드를 꺼내들었다. 배슬기는 김형일을 대신해 김광석과 호흡을 맞췄다. "배슬기는 빌드업 능력이 좋다. 특히 전북전에서 좋은 플레이를 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경기 전부터 그라운드에는 수싸움이 춤을 췄다.

최 감독이 내놓은 한수, 포항을 울렸다


'닥공'이 그라운드를 지배했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거세게 몰아쳤다. 곧 포항의 저력이 나왔다. 전북 공세를 버텨낸 뒤 패스와 측면 역습으로 맞받아쳤다. 그러자 전북의 더블 볼란치가 파열음을 냈다. 김남일-신형민이 우왕좌왕 했다. 공간, 역할 분담이 이뤄지지 않았다. 최 감독이 결국 벤치를 박차고 나왔다. 전반 20분 김남일을 전방으로, 신형민을 후방에 배치하며 변화를 줬다. 묘수였다. 2012년까지 포항서 뛰었던 신형민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포항 패스루트를 길목마다 차단했다. 신형민의 패스를 받은 김남일을 축으로 원톱 이동국과 이재성 이승기 한교원으로 이어지는 전북 공격라인이 포항 수비진을 헤집었다.

포항은 변수에 울었다. 전반 22분 상대 공격수와 경합하던 왼쪽 풀백 김대호가 무릎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일찌감치 교체카드 1장을 썼다. 이후 포항은 후반 승부처에서 좀처럼 변화를 주지 못했다. 자원이 넘치는 전북보다 먼저 수를 꺼내드는 것은 불리함을 의미했다. 한정된 공격 백업 자원 문제도 여실히 드러났다. 황 감독은 공격라인에 선 고무열 김재성 김승대를 중앙과 측면으로 계속 바꿔가면서 기회를 노렸다. 효과는 미미했다. 후반 중반 잇달아 내놓은 유창현 문창진 카드도 실패였다. 포항은 90분 내내 전북 수비진에 막혀 유효슈팅 0개의 수모를 당했다. '스틸타카'를 앞세워 클래식 무대를 평정했던 포항의 침묵은 충격적이었다. 포항은 후반 46분 손준호의 중거리슛으로 겨우 체면치레를 했다. 또 다른 비극의 시작이었다. 곧바로 반격에 나선 전북은 이동국의 왼발 중거리포로 한 골을 더 얻으면서 2대0으로 경기를 마쳤다. 내용과 결과 모두 전북의 압승이었다.

친정팀 울린 이동국, 절대1강 전북의 완성

친정팀 포항을 울린 이동국이 최대 수훈갑이었다. 전반 35분 이승기의 선제골을 도운데 이어 쐐기골까지 터뜨리는 원맨쇼로 포항 스틸야드를 가득메운 1만7000여 고향 팬들을 침묵시켰다. 이날 득점은 이동국이 2009년 전북에 입단한 뒤 터뜨린 100번째 득점이다. 프로통산 한 팀에서 세 자릿수 득점을 올린 선수는 데얀(서울·122골), 김현석(울산·110골), 서울의 전신인 안양LG 소속이었던 윤상철(101골)에 이어 이동국이 4번째다. 포항은 이동국의 고향이자 1998년 처음으로 프로무대를 밟은 팀이다. 스틸야드의 그라운드에서 상대팀 유니폼을 입고 대기록에 골인한 이동국의 모습은 포항에겐 아픔, 전북에겐 환희였다. 포항 관계자는 "오늘 패배가 유독 더 쓰린 것 같다"고 고개를 떨궜다. 이동국은 "포항은 내가 프로 생활을 시작한 곳이다. 하지만 전북은 제2의 축구인생을 보내고 있는 팀"이라며 기록의 공을 동료와 팬에게 돌렸다.

최 감독은 "올 시즌 최고의 경기를 펼쳤다"고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2위 포항과의 승점차를 4점으로 벌린 최 감독은 "포항전 승리가 선수들에게 큰 의미가 될 것이다. 부상, 징계 등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충분히 치고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패장 황 감독은 스스로를 채찍질 했다. "전술적 실패는 내 미스였다.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 전북은 절대 1강이 맞다." 포항은 김대호의 부상 뿐만 아니라 내용과 결과에서 모두 패했다. 육체적, 심적 피로가 상당하다. 전북전 패배가 나흘 뒤 같은 장소에서 펼쳐질 서울과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까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황 감독은 "서울전은 그동안 많이 치러봤고, 데이터도 많이 축적해 놓았다. 전북전과는 다를 것"이라고 입술을 깨물었다.

클래식 선두 경쟁은 또 다른 세상에 접어들었다. 절대1강 전북의 거침없는 질주가 시작됐다.

포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