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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어떻게 나올 지는 정해져 있다."
최용수 감독은 칼을 숨겼다. 대신 유쾌한 '디스(disrespect의 준말·상대의 허물을 공개적으로 공격해 망신을 주는 행위)'로 응수했다. "최강희 감독님 총은 연발이 안된다. 한 발만 쏠 수 있는 구식이더라. 심장만 관통되지 않는다면 계속 맞붙을 수 있다. 나는 방탄복을 입고 하늘로 올라가 있으면 된다."
전북의 예측대로 서울은 선수비 후역습으로 나섰다. 최용수 감독은 '속도'를 더했다. 선발 라인업에 스피드가 좋은 박희성 윤일록을 넣어 발이 느린 전북 수비수 정인환 윌킨슨의 뒷공간을 계속 때렸다. 전북에 주도권을 넘겨주는 대신 빈틈을 여지없이 파고드는 실리축구를 구사했다.
승부처에서 꺼내든 과감한 공격카드도 빛났다. 후반 20분 이동국에게 동점골을 내준 뒤 분위기는 전북 쪽으로 넘어갈 듯 했다. 이 상황에서 최용수 감독은 오스마르를 투입하며 공수 밸런스를 맞추고, 안정세에 접어들자 고명진을 내보내면서 2선 공격의 힘에 힘을 실었다. 전북의 파상공세가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음에도 간결하고도 명확한 선택으로 답을 찾았다. 최용수 감독의 승부수는 결국 후반 종료 직전 윤일록의 '극장골'로 해피엔딩을 썼다.
서울은 전북의 파상공세에 몰리면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동점골 이후 위기 상황에서도 빠르게 팀을 수습해 역습으로 맞받아쳤다. 반면 전북은 실수에 울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나온 이재성의 뼈아픈 실수로 리드를 빼앗긴 뒤 흔들렸다.
경쟁으로 단련된 스쿼드
최근 서울은 주전-백업 경계가 모호하다. 전반기에 극도로 부진했던 윤일록이 지난 주 인천전에 이어 전북전 멀티골로 살아났다. 또한 고광민 최현태 이상협 박희성 김남춘 등 백업 자원들이 잇달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경쟁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서울은 터줏대감 데얀과 하대성이 떠난 뒤 표류했다. 기존 선수들은 중심을 잡지 못했다. 최용수 감독은 칼을 빼들었다. 부동의 안방마님 김용대가 벤치에 앉은 것은 서막에 불과했다. 이름값 대신 실력이 그라운드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약속된 주전이 없었다. 매 순간이 선수들 입장에선 승부처였다. 후반기부터 경쟁 효과는 단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최용수 감독은 "상승세의 분위기를 모두가 나누고자 했다. 기다림의 시간, 출전을 갈망하는 좋은 분위기였다. 출근길이 흐뭇하다"고 웃었다. 인천전 5골로 나타난 로테이션의 힘은 전북전에서도 위력을 떨쳤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경기 뒤 "우리가 못해서 진 게 아니라, 서울이 잘했다"는 말로 패배를 인정했다.
최용수의 강심장
최용수 감독의 별명은 독수리다. 현역시절의 킬러본능은 지도자로 변신한 뒤 멈출 줄 모르는 승부욕으로 탈바꿈 했다. 그러나 훈련장에선 '비둘기', '동네형'이었다. '기 살리기'를 위해 계급장을 스스럼 없이 뗀다. 부진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특급칭찬'은 어린 선수들에겐 자신감, 고참들에겐 믿음이었다.
전북전은 이런 최용수 감독의 기질이 여실히 드러난 한판이었다. 로테이션으로 백업들에 대한 믿음을 증명했다. 승부처에선 과감하게 수를 던지며 승리를 갈구했다. 흔들림이 없는 강심장이 전북전 승리의 히든카드였다. 최용수 감독은 전북전을 마치고 "우리는 전북을 이기고 싶었다"며 "나도 놀랄 정도로 전북의 공격이 매서웠다. 우리 선수들이 놀라운 집중력으로 이를 막아냈다"고 찬사를 보냈다. 그러면서 "서울은 강해지고 있다"고 자신감을 표현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