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픔을 치유할 무대가 마련됐다. 9월 A매치 2연전이다. 베네수엘라(5일·부천종합운동장), 우루과이(8일·고양종합운동장)와의 평가전이 펼쳐진다. 25일 브라질월드컵 이후 첫 A대표팀(22명)이 꾸려졌다. 두 가지 화두가 눈에 띈다. '올드보이의 귀환'과 '월드컵대표의 명예회복'이다.
'베테랑의 품격' 이동국·차두리
예상대로였다. '라이언킹' 이동국(35·전북)이 1년2개월만의 태극마크를 되찾았다. 태극마크를 단 것은 지난해 6월18일 이란과의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이 마지막이었다. 시간을 거꾸로 되돌리고 있는 이동국의 발탁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기량은 물이 오를대로 올라있다. K-리그 클래식 득점 선두(11골)다. 6도움을 합쳐 공격포인트 1위(17개)에 랭크돼 있다. 35세의 적지 않은 나이다. 그러나 점점 더 플레이는 노련해지고 있다. 철저한 몸 관리로 후배 공격수들보다 몇 걸음 앞서 달리고 있다. 김신욱(울산)이 인천아시안게임에 와일드카드로 차출되지 않았더라도 이동국의 발탁은 이견이 없었다. 국내외 통틀어 가장 컨디션이 좋은 스트라이커였다. 이번 발탁으로 이동국은 역대 최장기간 대표팀에서 활약한 선수 2위를 차지하게 됐다. 1998년 A대표팀에 첫 이름을 올린 이동국은 2014년 9월까지 16년4개월간 대표팀에서의 활약을 인정받게 됐다. 이동국은 1999년, 2003년, 2008년을 제외하고 매년 A매치에 출전했다. 1위는 이운재다. 16년5개월(1994년 3월~2010년 8월)간 대표팀에서 활동했다.
두 가지 대기록 달성도 눈앞에 뒀다.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이상 출전) 가입에 한 경기만 남겨놓고 있다. 한국 축구 사상 아홉번째다. 또 역대 최고령 A매치 득점이다. 9월 A매치 2경기에서 골을 터뜨릴 경우 4위에 오를 수 있다. 현재 4위는 1964년 5월 31일 베트남과의 친선경기에서 골망을 흔든 우상권이다. 당시 34세 170일이었다. 이동국은 "은퇴하는 순간까지 최고의 목표가 국가대표 선발이다. 기회가 주어진 만큼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센추리클럽 가입은 영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경기에 나서게 된다면 의식하지 않고 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차미네이터' 차두리(34·서울)도 2년9개월만의 대표팀에 승선했다. 마지막 A매치는 2011년 11월 15일 레바논과의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이었다. 3월 한 차례 기회가 있었다. 그리스 원정 평가전 명단에 포함됐다. 그러나 뜻밖의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허벅지 뒷근육(햄스트링)을 다쳐 대표팀 합류가 불발됐다. 그러나 차두리의 기량은 이동국과 마찬가지로 명불허전이었다.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플레이로 올시즌 서울의 비상을 이끌었다. 꾸준한 활약이 태극마크를 되찾은 원동력이었다. 지난시즌 30경기에 출전, 3도움을 기록했다. 올시즌에는 리그 17경기에 나섰다. 특히 이번 시즌 서울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8강, FA컵 4강행을 이끌었다. 차두리는 "선수로서 열심히 뛰는 것이 내 몫이다. 그 결과 대표팀에 뽑힐 수 있었던 것 같다. 내 능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2개월 전 고통, 스스로 치유한다
홍명보호는 브라질에서 씻을 수 없는 고통을 받았다. 컨디션 난조로 제대로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1무2패로 조별리그에서 짐을 쌌다. 이들에게 주어진 미션은 명예회복이다. 23명 중 12명이 미션을 수행하게 됐다. 주인공은 이범영(부산) 김창수(가시와) 김영권(광저우 헝다) 곽태휘(알힐랄) 이 용(울산) 박종우(광저우 부리) 기성용(스완지시티) 이청용(볼턴) 손흥민(레버쿠젠) 한국영(카타르) 구자철(마인츠) 이근호(상주)다. 이들의 발탁은 한국 축구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선수들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전술적으로 대체하기 쉽지 않은 자원들이다. 결국 A대표팀의 연속성을 가져가기 위해선 '홍명보의 아이들'의 합류는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다. 브라질월드컵대표의 발탁은 선장이 없는 대표팀의 큰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이명주(알아인) 남태희(레퀴야) 한교원(전북) 등 새 얼굴들과 치열한 주전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 9월 A매치가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