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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하추동, 꽃은 핀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선수다." 최용수 서울 감독의 평가다. 24세, 일찍 눈을 뜬 선수는 해외도 진출하고, 대표팀에서도 왕성하게 활동할 나이다.
이상협은 지난 시즌 신인드래프트에서 3순위로 서울에 입단했다. 한때 서울에 몸담았던 '미친 왼발' 이상협(28·전북)과 동명이인이라 비교됐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의 색깔을 갖추고 있다.
데뷔 무대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다. 지난해 5월 1일 부리람(태국)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 선발, 출전했다. 16강행이 이미 결정된 상황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후반 근육 경련으로 교체됐지만 자로 잰듯한 현란한 패스와 넓은 시야는 압권이었다. 현장에서 경기를 본 차범근 전 SBS 해설위원이 엄지를 세웠다. "쟤가 누구야"라는 말로 관심을 보였다.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곱상한 외모가 축구와 잘 어울린다. 예쁘게 볼을 찬다. 시쳇말로 볼줄이 살아있다. 비결은 기본기에 있다. "초등학교 때 첫 은사가 특별했다. 3학년부터 졸업 때까지 기본기만 했다. 새벽, 오후 훈련, 한결 같았다. 솔직히 얘기해 지루했다. 그 때 경기도 뛰고 싶고, 미니경기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패스와 킥만 시켰다."
어릴 때의 반복 학습과 천부적인 재질이 만났다. 느낌으로 볼을 찬단다. "패스의 강약 조절을 할 때 발목이 빠지는 느낌이 나면 정확하다. 생각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거리 계산을 한 후 몸이 말하는 대로 패스를 한다." 준비된 중원사령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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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과 비주전의 경계에 있는 이유가 있다. 1m77, 64kg, 왜소한 체격이 발목을 잡고 있다. 태극마크와 인연이 없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상협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선수라고 하더라. 몸싸움을 잘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싫어하지 않는데 부딪히면 밀리는 것 같다"며 희미하게 웃었다.
최 감독은 시간 날때마다 "웨이트를 많이 해 체격을 키워라"고 주문한다. 그도 답답하다. "배불리 먹는다고 하는데 살은 안찌고 바로 빠진다. 가장 큰 숙제가 67,8kg으로 체격을 키우는 것이다."
왜소한 체격은 독이지만, 약이다. "매년 성장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체격이 좋아져 몸싸움도 잘하고.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현실이다. 올시즌 또 달라졌다. 터프해졌다. 몸싸움도 피하지 않는다. 중원에서 압박을 할때는 거칠게 몰아친다. "작년에 비해 내 자신이 향상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자신에게 가혹하다. 매일매일 채찍질을 하며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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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협이 대학 4학년 때다. 서울은 고려대와 연습경기를 4차례 했다. 실점을 할 때 꼭 이상협에서 플레이가 출발했다. 최 감독이 이상협을 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시즌 정규리그 5경기 출전에 그쳤다. 올해는 벌써 12경기에 출전했다. 지난달 16일 인천전에서 그림같은 중거리 슛으로 정규리그 데뷔골을 터트렸다. 지난해 연세대와의 FA컵에서 마수걸이 골을 터트린 후 프로통산 2호골이었다.
중-고교 시절에는 도움상도 3차례 받았지만 아직까지 전매특허인 어시스트 기록이 없다. 그는 "골 욕심도 있지만 어시스트 했을 때 느낌이 더 좋다"며 웃었다. 갈 길이 멀다. "솔직히 서울이란 팀을 오고 싶었지만 대학 때 높은 벽이라는 것을 느꼈다. 생각은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갈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 때는 어디서든 받아줬으면 했다. 간절했다."
그의 롤모델은 지난해 한 시즌을 함께 했던 하대성(29)이다. 그는 올시즌 베이징 궈안으로 이적했다. 이상협은 "대성이 형은 예측 못하는 패스가 일품이다. 압박 상황에서도 주저하지 않고 단 번에 패스가 나간다"고 했다.
꿈은 소박하지만 고지는 선명하다. "지금은 주전이 아니지만 정말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하고 싶다. 먼저 팀에 살림꾼이 되고 싶다. 특출난 선수보다 필요한 선수가 되고 싶다. 물론 국가대표, 해외 진출도 당연한 꿈이다. 하지만 천천히 올라가고 싶다."
진화하는 모습에서 그의 미래는 분명히 밝아 보인다. 내일은 스타가 될 재목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