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축구 남자 4강 한국과 태국의 경기가 열렸다. 전반 선취골을 성공한 한국 이종호가 환호하고 있다. 인천=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9.30.
30일 인천아시안게임 남자축구 태국과의 준결승, '광양루니' 이종호의 선제골이 터지자 하석주 전남드래곤즈 감독은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1일 성남 원정을 앞두고 수원 숙소에서 한국-태국전을 지켜봤다. "우리 애가 골을 넣어주니 정말 기분이 너무 좋다"며 활짝 웃었다. 올시즌 전남에서 낯이 익은 세트피스 헤딩골이었다. 전반 41분 박스 오른쪽에서 얻은 코너킥 상황에서 임창우가 올려준 날선 크로스를 이종호가 태국 수비수들 사이에서 필사적으로 솟구쳐 오르며 방향을 바꿔놓는 헤딩으로 기어이 골을 만들었다. 이종호의 헤딩골, 장현수의 페널티킥골에 힘입어 한국은 태국에 2대0으로 승리했다. 28년만의 아시안게임 결승진출의 역사를 썼다. 프로 4년차 이종호가 시련을 훌훌 털고 날아올랐다. 이종호는 엘리트 출신 선수다. 광양제철고 시절 '초특급 스트라이커'로 그라운드를 호령했다. 지동원, 김영욱, 황도연 등 선배들과 함께 전국대회에서 무수한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강한 파워와 투지, 골감각으로 연령별 대표팀에서 가장 촉망 받던 에이스였다. 그러나 2011년 프로 입성후 의외로 고전했다. 동기생 손흥민(레버쿠젠), 윤일록(서울)에게 밀렸다. '이광종호'에서도 시련이었다. 2011년 콜롬비아에서 열린 20세 이하 월드컵에 나섰지만 좀처럼 출전기회를 받지 못했다. 살이 쭉 빠져 귀국할 만큼 마음고생이 컸다. 이종호가 "축구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때"로 떠올리는 시기다. 올해 1월 22세 이하 아시아챔피언십에 소집됐지만 종아리 부상으로 중도하차했다. 연습경기에서 맹활약했지만 본선을 앞두고 부상했다. 잇단 좌절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올시즌 9골을 터뜨리며 K-리그에서 맹활약했다.강인한 멘탈과 강력한 체력, 꾸준한 노력으로 전남의 6위 돌풍을 이끌었다. 이광종호 아시안게임 엔트리에 절친 김영욱 안용우와 함께 '전남삼총사 3명'이 이름을 올린 직후 이종호는 "좋은 공격자원이 많기 때문에 솔직히 안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감독님마다 추구하는 스타일이 다 다르신데, 이광종 감독님께서 저같은 스타일을 좋아하실지, 저돌적이고, 많이 뛰고, 박스 안에서 꽝 때리는, 스타일을 좋아하실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웃었다. 하 감독은 애제자 이종호에게 김신욱, 김승대와의 치열한 주전경쟁속에 기회를 잡으려면, 한발 더 뛰고, 한골 더 넣어야함을 강조했다. 하 감독은 "김신욱처럼 키가 큰 것도 아니고 신체 조건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결국 부지런히 움직이고, 많이 뛰면서 한번의 찬스가 왔을 때 무조건 잡아야 한다"고 했다.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모두 모인 대표팀에서 기회는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 아시안게임의 경우 약체와의 경기도 있다. 선발로 뛰든, 백업으로 뛰든 기회는 온다. 약체와의 경기에서 골을 몰아치는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남은 치열한 6위 전쟁중에 전력의 절반에 해당하는 주전 3명(이종호 안용우 김영욱)을 이광종호에 기꺼이 내줬다. 사실 선수층이 두터운 빅클럽과는 사정이 달랐다. 넉넉지 못한 살림, 절체절명의 순위경쟁속에 우려의 시선도 컸다. 레전드 대표선수 출신인 하 감독은 선수와 한국축구의 미래라는 대의를 우선시했다. "당장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선수는 대표팀을 다녀와야 큰다. 광양같은 소도시에서 이런 선수들이 자꾸 나와줘야 팬들도 찾아오고, 선수도 원하는 구단이 되지 않겠나"라고 했다. "팬들은 K-리그 100경기보다 대표팀의 한 경기를 훨씬 많이 본다. 임팩트가 다르다. 더 큰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지도자는 미래를 열어줘야 한다. 이 선수들에게 아시안게임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알고 있다"고 했다.
이종호는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광종호는 물론 자신을 기꺼이 보내준 전남의 기대에 보답했다. 21일 조별리그 3차전 라오스전에서 선제결승골을 터뜨리며 2대0 승리를 이끌었다. 8강전 일본전에서 몸 던지는 투혼은 페널티킥으로 연결됐다. 코피를 쏟아냈지만, 팀은 승리했다. 4강전에선 기어이 헤딩결승골을 밀어넣었다. 포기없는 투혼과 집중력으로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이광종호를 2번이나 살려냈다. 28년만의 한국축구 새 역사를 썼다.
2014년 첫 인터뷰에서 이종호는 "인천아시안게임이 열리는 2014년은 내게 가장 중요한 시기다. '2014년은 내 축구인생의 전성기가 시작되는 해'라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묵묵히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가고 있다. 인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