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4일 코스타리카 대표팀과 평가전을 치렀다. 전반 막판 동점골을 넣은 이동국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4.10.14/
괜히 꺼낸 말이 아니었다. '라이언 킹' 이동국(전북)이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파라과이전에서 내가 2골을 날려버렸다. 코스타리카전에서 반드시 만회하겠다." 평소 골 약속을 하지 않던 이동국은 코스타리카전을 앞두고 작심한 듯 말했다. 파라과이전에서 교체 투입돼 두 번의 골찬스를 날린 이동국은 머릿속에 두고 두고 그 장면을 떠올랐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과의 첫 만남을 이대로 끝내기 아쉬웠다. 슈틸리케 감독 역시 "6대3이 되었어야 할 경기"라며 놓친 네 번의 찬스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래서 이를 악 물었다. 평소와 달리 득점을 예고했다. 상대가 2000년, 자신의 A매치 데뷔골의 상대였던 코스타리카라 더욱 반가웠다.
14일 열린 코스타리카전, 드디어 이동국의 세리머니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졌다. 이동국은 0-1로 뒤지던 전반 46분 손흥민의 크로스가 낮고 강하게 올라오자 수비수를 등지고 득점에 성공했다. 문전앞으로 흐른 볼을 가볍게 밀어넣었다. 코스타리카전에서 마음가짐이 달랐다는 것은 골 세리머니에서도 드러났다. 이동국은 '테니스 세리머니'로 동점골을 자축했다.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가족에게 보내는 메시지였다. 겹쌍둥이로 네 딸에 뱃속에 다섯째까지 둔 '아빠' 이동국은 요즘 테니스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초등학교 1학년인 둘째 재아가 테니스에 재능을 보이자 딸을 위해 테니스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동국은 "대회에 나가는 딸을 위해 테니스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날 세리머니는 재아를 위한 아빠의 선물이었다.
그러나 득점이 나오기까지 과정은 험난했다. 파라과이전 실수를 만회하려는 의지가 너무 컸던 것일까. 이동국의 몸은 무거웠다. 전반 초반부터 코스타리카의 강한 압박에 밀렸다. 전반 15분 기성용의 크로스를 왼발로 연결한 것이 첫 슈팅이었다. 이후에도 이동국은 문전에 고립됐고, 이렇다할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후반 45분 동안에도 큰 의미 있는 움직임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한 방으로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다. 상대의 압박이 잠시 느슨해진 순간, 이동국은 문전으로 침투, 한국의 유일한 골의 주인공이 됐다.
1대3 패배로 진한 아쉬움이 남았지만 이동국에게 이번 득점의 의미는 남다르다. 슈틸리케 감독이 지적한 '골 결정력 부재'를 해결할 공격수로 인상을 남길 수 있게 됐다. 호주아시안컵을 준비하는 슈틸리케 감독과 여행을 지속할 가능성을 열었다. 새역사를 기념하는 '자축포'이기도 하다. 이동국은 슈틸리케호 합류로 역대 최장기간 대표팀에서 활약한 선수가 됐다. 1998년 5월 A매치에 데뷔한 이후 2014년 10월까지 16년 5개월동안 태극마크를 달았다. 1위를 지키던 이운재(전 아시안게임 대표팀 코치·1994년 3월~2010년 8월)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