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형제' 박선용 박선주 티격태격

기사입력 2015-02-07 17:00


박선용-박선주. 사진제공=포항 스틸러스

"형이 우리 팀에 오지마." (동생 박선주)

"더 열심히 뛰어봐." (형 박선용)

같은 유니폼을 입고 나란히 좌우 측면수비수로 선발출전하는 꿈을 가진 축구 형제가 있다. 바로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포항 스틸러스의 박선용(25) 박선주(22)가 그 주인공이다. 전남에서 뛰던 박선용이 올 시즌을 앞두고 황선홍 포항 감독의 부름을 받고 이적했다. 그의 동생 박선주는 2013년 자유 계약 우선 지명을 통해 포항 유니폼을 입었다. 3살 터울인 두 선수는 축구화를 신고나서 처음으로 한솥밥을 먹는다.

서로 다른 성장기

두 선수의 아버지는 해남중학교에서 오랫동안 축구부를 지도해 온 박기동 전 감독이다. 박선용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축구계에 몸담았다. 어린 시절부터 축구장에서 살았던 박선용은 자연스럽게 축구화를 신었고, 초등학교 5학년 때 정식으로 축구부에 가입했다. 동생은 축구와 거리가 멀었다. 박선주는 "어린 시절 형이 아버지께 엄하게 혼나는 모습을 보고 '절대 축구는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고 뒷얘기를 전했다. 하지만 피는 속일 수 없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황선홍 감독의 골 장면은 본 박선주는 축구의 매력에 매료, 형과 같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축구에 발을 들여놨다.

그런데 두 선수의 성장기는 전혀 달랐다. 형은 성실함의 '표본'이었고, 반면 박선주는 '뺀질이(?)'로 찍혔다. 박선주는 "형은 휴가 중에도 집에 오면 아침부터 구보로 등산할 정도"라며 "늦잠자고 일어나면 나는 게으름뱅이가 돼 있었다"고 눈을 흘겼다. 그래서인가. 대학시절 큰 사건이 있었다. 호남대 4학년인 박선용과 연세대 1학년인 박선주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라운드에서 격돌한 것. 박선주는 "그때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꼭 형을 이기고 싶었다. 그런데 형에게 완전히 당했다. 거의 농락 수준이었다"며 "너무 흥분해서 경기 도중에 형 무릎을 발로 찼다. 그때 부모님도 보고 계셨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러면서 "승부차기에서 이기긴 했지만, 경기력 정신력 매너에서 완전히 패했다"고 형을 바라봤다. 박선용은 "당시 준결승전이었는데, 동생이 경고 누적으로 결승전 못 뛸까봐 걱정했다. 근데 다른 반칙으로 결국 경고 누적을 당했다. 바보다"고 웃었다.

의기투합

박선주는 "형이 우리 팀에 오면 또 비교 당할까봐 오지 말라고 했다"고 껄껄 웃었다. 그러면서도 "형이 오니깐 너무 좋다. 사실 같은 포지션이라 옆에서 조언도 많이 해주고, 고민도 털어놓을 수 있다. 의지가 된다"고 전했다. 형은 "동생에게 '내가 가니깐 각오해라'고 했다. 좀 이른 시점에서 한 팀에서 뛰는 생각도 했지만, 새롭게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며 "우리는 이제 직업인 축구선수다. 사회생활이라고 할 수 있다. 동생이랑 함께 생각을 공유하고, 서로 장단점도 짚어 줄 수 있다. 의지가 된다"고 설명했다. 박선주는 "형이랑 한 팀에서 뛰니깐 아버지가 정말 좋아하시더라.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니신다. 그러면서도 나에게는 '형 따라다니면서 더 열심히해라'고 하시더라"고 껄껄 웃었다.


주전경쟁부터

포항은 올 시즌을 앞두고 신광훈과 박희철이 군에 입대했다. 측면에 공백이 생겼다. 박선용·선주 형제는 이들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 특히 박선주는 김대호와의 주전 경쟁도 펼쳐야 한다. 박선용은 "내가 포항에 합류했다고 해서 군에 입대한 두 형의 공백을 한 번에 메울 수는 없다. 부담감도 있다. 그래서 욕심부리면 탈이 나기 마련"이라며 "꾸준히 차곡차곡 내 역할에 충실하면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박선주 역시 "이제 3년 차다. 아직 부족한 부분도 있고, 대호 형보다 경험이나 실력 면에서 부족하다"며 "형 말처럼 감독님이 원하시는 플레이에 집중하면 언젠가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 형이 우리 팀에 오면서 서로 분석도 해주고, 보완점도 공유한다. 자신감이 생겼다"고 전했다.

형제 선수의 '윈윈'

한국에도 이들 외에도 형제 선수가 많다. 하지만 형제 선수가 동시에 같은 유니폼을 입고 같은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들의 큰 '꿈'도 바로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는 것. 형제는 "우리 형제가 항상 꿈꾸는 것이 있다. 바로 같은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함께 선발 출전하는 것"이라며 "형제 선수가 모두 잘하는 경우는 드물다고들 하시더라. 그 소리를 듣지 않도록 더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우선 포항에서 같은 유니폼을 입고 함께 선발 출전의 기회를 맞았다. 그 기회를 잡는 것은 이제 형제의 몫이다. 그들이 꿈을 하나씩 이뤄갈지 시선이 모이고 있다.
안탈리아(터키)=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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