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에서 값진 준우승을 차지한 축구대표팀이 1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슈틸리케 감독과 선수들이 귀국 환영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31일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AFC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연장접전 끝에 1-2로 호주에 아쉽게 패했다. 인천공항=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2.01/
"아시안컵에서 대표팀의 선전을 통해 국민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다. 바통을 이제 K리그가 이어받는다. FC서울이 첫 경기를 한다.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 팬 한 분, 한 분을 존중한다. 투혼과 열정을 몸으로 보여주고 싶다. 역동적인 축구를 끊임없이 보여줘야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결과도 결과지만 내용을 알차게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다."
"아시안컵을 통해 한국 축구가 다시 사랑을 받고 있다. 경기력 자체가 뛰어났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선수들이 열심히 하고자 모습을 팬들이 느꼈다. K리그에서도 책임의식을 갖고 매 경기 혼신의 힘을 다하면 팬들이 찾을 것이다. 난 35세의 나이지만 엄청나게 잘했던 선수도 아니다. K리그에는 나보다 훨씬 뛰어난 선수가 많다. 그 선수들이 대표팀이나 큰 대회에 나가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많은 팬들이 K리그를 찾았으면 좋겠다." K리그에서 가장 먼저 첫 발을 떼는 최용수 서울 감독과 차두리의 '희망사항'이다.
호주아시안컵, 잔잔한 감동의 물결은 여전히 뇌리에 남아 있다. 아시안컵이 한국 축구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2015년 K리그가 드디어 세상에 나온다. 서울이 17일 오후 7시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하노이 T&T(베트남)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서울은 단판승부에서 승리해야 본선에 오를 수 있다. 24일과 25일에는 ACL 조별리그(32강) 1차전이 열리고, 3월 7일에는 K리그 클래식이 개막된다.
다시 시험대에 오른다. K리그는 2002년 한-일월드컵에 추억이 있다. 터키와의 3-4위전에서 국가대표 서포터스인 붉은 악마는 경기장 카드섹션 응원으로 'CU@K리그'를 기획했다. K리그에서 다시 만나자는 의미였다. 4강 신화의 열기는 고스란히 K리그에 흡수됐다. 2002년 정규리그가 개막한 7월 7일 부산에는 3만9427명, 전주에 3만1520명, 성남에 2만9120명, 광양에 2만3122명이 입장했다. 엄청난 기회였다. 그러나 K리그는 이를 받아들일 능력이 없었다. 그라운드에는 불신이 팽배했다. 판정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월드컵과 비교해 경기력도 떨어졌다. 스타들의 탈출도 시작됐다. 4강 신화의 주역들은 해외진출로 이어졌다. 결국 꽃도 피우기도 전에 지고 말았다.
2006년 독일, 2010년 남아공,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도 다시 'K리그의 부활'을 노래했다. '4년 주기'의 월드컵 짝사랑으로 한국 축구의 미래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K리그는 '월드컵 팬'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브라질월드컵의 해인 지난해 K리그 클래식 228경기에서 180만8220명이 입장했다. 경기당 평균 7931명에 불과했다. 시도민구단은 더 암울했다. 인천 4569명, 경남 4541명, 성남 3755명, 상주의 평균 관중은 2558명이었다. 경남과 광주의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의 관중수는 더 충격이었다. 경남의 홈경기장인 창원축구센터에는 1969명에 불과했다. 결국 경남은 2부로 강등됐다.
풀리지 않는 한국 축구의 가장 큰 숙제다. K리그는 한국 축구의 젖줄이다. 하부구조가 튼튼하지 않으면 결국 연쇄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제2의 이정협(상주 상무)도 탄생할 수 없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이 시작되지만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도 장담할 수 없다.
짧은 시간이지만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의 눈은 정확했다. 한국 축구의 위상은 아쉬움이었다. 그는 아시안컵 직후 '축구 얘기로 꽃을 피우는 한국 사회'를 꿈꾼다고 했다. "축구가 좀 더 한국 사회에서 중요해졌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술 한 잔, 커피 한 잔 하면서 정치, 일 얘기가 아니라 축구에 대해 얘기하고 일상생활, 가정, 직장에서 축구가 화제가 되는 게 장기적인 목표다."
프로의 생존 이유는 첫째도 팬, 둘째도 팬이다. 그 키는 K리그가 쥐고 있다. 휴가 중인 슈틸리케 감독도 K리그 개막 전 재입국할 계획이다. K리그에 또 다른 신데렐라가 있다고 믿고 있다. 안테나를 다시 세울 계획이다.
우리의 이웃에는 K리그 팀들이 산재해 있다. 설날이다.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된다. 섣달그믐날에 잠을 자면 눈썹이 센다고 한다. 온가족이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여 웃음 꽃과 얘기 꽃을 피운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 자리에서 축구가 화두로 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 축구가 살 길이다. 스프츠 2팀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