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은 광저우 헝다(중국)만 떠올리면 표정이 돌변한다. 갚아줘야 할 빚이 있다. 아픔도 되돌려줘야 한다.
투자 단위가 1000억원대인 광저우는 영원한 우승후보다. 적장이 바뀌었다. 이탈리아 출신 세계적인 명장 마르첼로 리피 감독(67)이 물러났다. 그는 그 자리를 애제자에게 넘겨줬다. 세계적인 수비수로 이름을 날린 파비오 칸나바로 감독(42)이 지휘봉을 잡았다. 하지만 지도자 경력은 일천하다. 초보 사령탑이다. 2015년이 감독으로 맞은 첫 시즌이다.
광저우와 다시 만나는 최용수 서울 감독은 어느덧 '5년차 사령탑'이다. 그는 2011년 지휘봉을 잡았다. 이듬해 K리그 정상 오르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2013년 광저우는 최 감독에게는 한으로 남아 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결승전에서 맞닥뜨렸다. 2012년까지 결승전은 단판승부였다. K리그가 우승컵을 독식하자 그 해부터 홈 앤드 어웨이로 바뀌었다. 1차전은 서울에서 열렸다. 2대2로 비겼다. 무대를 옮긴 2차전에서도 승부를 내지 못했다. 1대1이었다. 하지만 정상은 광저우의 몫이었다. 원정 다득점에서 앞서 ACL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최 감독은 그 날을 잊을 수 없다. 차두리 등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눈물을 쏟아냈고, 최 감독은 허공만 바라봤다. 정상 문턱에서의 쓴잔은 말이 필요없었다. 지난해 4강에서 첫 충돌을 꿈꿨다. 하지만 광저우가 웨스턴 시드니(호주)에 덜미를 잡혔다.
올해 조별리그에서 고대하던 대결이 성사됐다. 서울은 25일 오후 9시(한국시각) 텐허 스타디움에서 광저우와 ACL H조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다. H조에는 디펜딩챔피언 웨스턴 시드니와 복병 가시마 앤틀러스(일본)도 포진해 있다. 각 조 1, 2위가 16강에 오른다. 기선제압, 첫 단추를 잘 꿰야한다. 그래야 조별리그 통과에 근접할 수 있다.
최 감독과 칸나바로 감독의 첫 대결에도 눈길이 쏠린다. 두 감독은 동시대에 현역 생활을 했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한 차례 충돌했다. 당시 이탈리아가 2대1로 승리했다. 그러나 한국과 이탈리아는 모두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이제 벤치에서 지략대결을 펼쳐야 한다. 칸나바로 감독은 이미 ACL 정상을 정조준했다. 그는 "ACL 우승컵을 다시 찾아오겠다"고 했다. 하지만 출발이 불안했다. 칸나바로 감독은 15일 데뷔전인 중국 슈퍼컵에서 산둥 루넝에게 우승 트로피를 내줬다. 시즌 개막전에서 패전의 멍에를 안았다.
반면 최 감독은 17일 하노이 T&T(베트남)와의 ACL 플레이오프에서 7대0으로 대승하며 산뜻하게 2015년의 문을 열었다. 최 감독은 광저우전에서 거추장한 출사표보다 내실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데얀과 하대성이 이적한 서울은 올해 김주영을 품에서 떠나보냈다. 에스쿠데로도 중국 장쑤로 이적했다. 2년 전에 비해 분명 누수가 있다.
최 감독은 서울다운 경기를 하면 충분히 광저우를 넘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공은 둥글고, 축구는 팀으로 한다. 응집력을 유지해서 선수들이 각자의 역할을 한다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최 감독은 광저우 원정에서 칸나바로 감독에게 부담을 줘야 홈에서의 일전을 효과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 서울의 화두는 명승부와 더불어 복수혈전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