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원의 센터서클]전쟁같이 싸워라, K리그가 살 길이다

최종수정 2015-03-03 07:43


2015년 K리그 클래식의 막이 오른다. D-데이는 7일이다. 9개월간의 대장정이 시작된다.

출발도 하기 전에 재를 뿌리자는 것은 아니다. K리그는 위기다. 현장에선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프로축구연맹을 비롯해 각 구단들은 개막에 맞춰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업그레이드된 마케팅, 홍보, 연고지 밀착, 공짜표 근절 등 노력들이 눈에 보인다. 그러나 현재가 바닥인지, 더 떨어져야 할 바닥이 있는 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바닥이기를 바랄 뿐이다. 빛을 찾는 노력은 쉼표가 없어야 한다.

팬들이 축구장에 오기만을 기다려서는 안된다. 가까운 곳에서 먼저 변화를 시도하자. 새로운 출발선은 그라운드에 있다. 상품으로 팬들을 유혹하는 것이 첫 단추다.

기자는 2012년 6월 20일 FA컵 16강전에서 맞닥뜨린 FC서울과 수원의 슈퍼매치를 잊을 수 없다. 쓰러지고, 찢어졌다. 42차례나 휘슬이 울렸다. 7장의 옐로카드에 이어 1장의 레드카드가 '대미'를 장식했다. 승패를 떠나 막판까지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거칠었던 감정싸움은 경기 종료 직전 정점을 찍었다. 축구에서 보기 드문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졌다. '축구의 본고장' 유럽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한국의 수도 서울에서 벌어진 '피의 수요일'이었다. 수원이 원정에서 2대0 승리로 막을 내린 그곳에는 진한 여운이 남았다.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러나 전쟁같은 축구가 반가웠다.

사생결단식으로 으르렁거리는 그라운드에는 팬들이 먼저 반응한다. 지난해 K리그 클래식의 평균관중은 7931명이었다. 슈퍼매치는 전혀 다른 세계다. 서울이 연고지를 수도로 옮긴 후인 2004년부터 총 41차례의 대결에서 무려 123만4515명이 몰렸다. 평균 3만명이 넘는다. 지난해도 명불허전이었다. 4월 27일 '세월호 참사'의 아픔과 빗속에서 열린 악재에도 2만9318명이 수원을 찾았다. 7월 12일에는 브라질월드컵의 눈물이 희망으로 채색됐다. 4만6549명이 상암벌을 달궜다. 10월 5일에도 4만1297명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11월 9일 올시즌 마지막 슈퍼매치에선 3만4029명이 입장했다.

K리그가 살 길이다. 축구 본연의 가치는 승부다. 싸울 때는 더 거칠게 싸워야 한다. 팬들도 덩달아 긴장한다. 그라운드의 선수들과 한마음이 된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단 성적지상주의에선 쉽지 않다. 매시즌 단 한 팀만 정규리그 우승을 누릴 수 있다. 챔피언만 주연이 아니다. 모두가 주연이 돼야 한다. 성적에 사로잡히는 순간 재미없는 축구는 양산된다.

스토리가 넘치는 라이벌전은 곳곳에서 호흡할 수 있다. '일등상품'인 슈퍼매치에 버금가는 라이벌전이 늘어난다면 K리그의 미래는 있다. 시장은 형성돼 있다. 올시즌 전북-수원전은 스토리가 풍성하다. 두 팀은 지난해 정규리그 우승을 다퉜다. 스토브리그에서 흥미로운 '악연'이 다시 그려졌다. 전북이 수원에서 뛴 에두, 수원은 전북에서 활약한 카이오를 영입했다. 수원의 서정진과 염기훈은 전북, 전북의 에닝요와 조성환은 수원 출신이다. 콘텐츠가 파워다. 구단간 얽히고 설킨 '배신 스토리'로 더 처절하게 싸울 수 있다.

전북과 서울, 서울과 포항전은 수를 놓는 감독간의 자존심 대결이 백미다. 최강희 전북 감독과 최용수 서울 감독은 '독설 스토리'가 있다. 최강희 감독은 지난해 마지막 대결에서 최용수 감독에 첫 승을 신고한 후 "우리도 비기고 싶으면 지지 않는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서울이 할 수 있는 게 킥하고 백패스 뿐이었다는 걸 느꼈을 것"이라며 비수를 꽂았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앞으로도 그 말을 머리 속에서 지우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최용수 감독과 황선홍 포항 감독의 싸움도 흥미롭다. 지난 시즌 K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FA컵에서 대결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최용수 감독이 독식했다. 황선홍 감독은 "최용수 감독의 얼굴만 봐도 화가 난다"고 했다. 올 시즌은 어떤 승부가 펼쳐질지 관심이다. 윤정환 울산 감독, 김도훈 인천 감독, 조진호 대전 감독, 남기일 광주 감독, 노상래 전남 감독 등 '새내기 클래식 감독'들의 도전도 주목된다. 시민구단 간에도 충분히 볼거리를 만들 수 있다.

유럽, 남미 축구는 라이벌전이 리그를 이끈다. K리그도 '앙숙 전쟁'이 반전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성적은 잊고, 매 경기 전쟁같은 승부는 펼치면 팬들은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꼴찌도 아름다운 세상이 될 수 있다. K리그가 지향해야 할 그림이다.
스포츠 2팀 newsme@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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