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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믿는 도끼'라고 하는가 보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이번 빈즈엉전을 앞두고 일찌감치 특유의 '닥공(닥치고 공격)'축구를 예고했다.
그런 기대는 적중했다. 전북은 이동국 효과를 등에 업고 빈즈엉을 3대0으로 완파했다. 2승1무(승점 7)를 기록한 전북은 이날 산둥 루넝(중국)을 2대1로 물리친 가시와 레이솔(일본)과 골득실 경쟁에서 앞서며 조 1위로 올라섰다.
이동국은 이날 올 시즌 첫골을 ACL에서 신고한데 이어 팀에 쐐기골을 안겼다. 지난 14일 FC서울과의 K리그 클래식 경기에서 30여분간 몸풀이를 한 이동국은 골 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1-0으로 앞서 있던 전반 40분 페널티 에어리어(PA) 왼쪽에서 올라온 에닝요의 크로스를 헤딩골로 마무리했다. 베테랑의 여유가 묻어난 헤딩골이었다. 높이에서 열세인 상대 수비수 틈에서 훌쩍 뛰어올라 골키퍼의 역동작까지 봐가며 대각선 방향으로 밀어넣었다.
초반부터 수비축구에 치중하던 빈즈엉은 전반 15분 에닝요에게 선제골을 내준 이후 뒷문을 더욱 틀어막으려고 했다. 포백라인은 좀처럼 전진하지 않았고 전북이 치고올라가면 수비 숫자는 금세 6∼7명으로 늘었다. 간혹 역습 찬스를 만들더라도 공격 숫자가 모자란 까닭에 PA 근처에만 와도 위협적이지 못한 슈팅을 날리는 것으로 만족할 정도였다.
이 때문에 전북도 답답해졌다. 레오나르도와 에닝요가 좌-우에서 부지런히 공격에 가담하며 이동국과 에두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했다. 하지만 전북이 자꾸 두들기는 만큼 빈즈엉은 문고리를 더 죄어 맸고, 전북은 좀처럼 활로를 열지 못했다.
이 때 체면을 살려준 이가 이동국이었다. 좀처럼 흐트러지지 않는 상대 수비수들이 에닝요의 크로스에 급급하는 사이 뒷공간으로 슬쩍 돌아가더니 보란듯이 그물망에 구멍을 낸 것이다.
이어 공격축구가 좀처럼 먹혀들지 않던 후반 41분에는 상대 수비가 공을 잘못 걷어내는 상황을 놓치지 않고 자신의 장기인 발리슛으로 마무리했다.
사실 전북은 이날 기대했던 만큼 화끈한 '닥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선수들이 너무 신중하게 경기를 풀어가려고 했는지 과감하게 전진 배치하라는 벤치의 지시가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 이동국의 멀티골이 더욱 빛났던 이유이기도 하다.
전북은 다음달 8일 E조 4차전을 위해 빈즈엉과의 원정경기를 치른다.
전주=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