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래의 전남은 윤정환의 울산을 어떻게 묶었을까

최종수정 2015-03-23 06:33

울산월드컵경기장/ K리그 클래식/ 울산현대 vs 전남드래곤즈/전남 노상래 감독/
 사진=프로축구연맹

"재미없는 축구를 해 죄송하다." 윤정환 울산 감독이 21일 K리그 클래식 3라운드 전남과의 홈경기에서 0대0으로 비긴 후 말했다. "(김태환의) 퇴장 이후에도 전남에 내려설 것이라곤 생각 못했다"고 했다. 노상래 전남 감독은 잘라 말했다. "우리는 상대가 잘하는 걸 못하게 하는 데 집중했을 뿐이다. 무조건 내려서는 수비축구는 하지 않는다. 슈팅수(9개)가 말해주지 않나."

서울, 포항전에서 6골을 몰아치며 2연승을 달린 울산과 제주, 성남전에서 2무를 기록한 전남의 맞대결을 앞두고, 대부분 '상승세' 울산의 우위를 점쳤다. 결과는 무승부였다. 내용은 팽팽했다. 승점 1점을 나눠가졌지만, 경기 후 양 감독의 말에서 내비치듯 홈팀 울산의 아쉬움이 조금 더 컸다. 전남은 어떻게 '상승세'의 울산을 묶어냈을까.


울산월드컵경기장/ K리그 클래식/ 울산현대 vs 전남드래곤즈/ 울산 윤정환 감독/ 아쉬움/
 사진=프로축구연맹
전남, 꿀릴 것 없어!

전남 수석코치로 잔뼈가 굵은 노상래 감독은 완벽주의자다. 상대 전적, 선수들의 특성과 기록이 머릿속에 모조리 입력돼 있다. '난적' 울산 원정을 앞두고 상대를 머리가 아플 만큼 치밀하게 분석했다. "강한 압박을 구사하다가 몰아치는 역습 한방에서 대단한 집중력을 보여주는 팀"이라고 봤다.

개막 후 2경기에서 마스다와 제파로프가 지키는 울산 중원의 힘은 강력했다. 노 감독은 김영욱과 김평래에게 이들을 봉쇄할 특명을 내렸다. "영욱아, 너 마스다 한번 잡아볼래? 내 생각엔 네가 꿀릴 건 없어." 김영욱에게 강력한 자극제였다. '진공청소기' 김평래에겐 성남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제파로프의 밀착마크를 지시했다. 울산전을 앞두고 꼬리를 내리지 않겠다는 각오를 분명히 했다. 김영욱과 김평래는 리그 최강 미드필더진에게 자존심을 걸고 온몸으로 맞섰다. 중원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김영욱은 "감독님이 말씀하신 대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질 이유가 없다고 하셨다. 이 악물고 감독님이 말씀하신대로 했더니 되더라"고 했다.

전남은 지난 시즌 리그 최다 실점을 기록했다. '캐넌슈터' 노 감독은 수비 안정을 모토 삼았다. "초반부터 공격, 수비 많은 걸 말하면 헷갈릴 수 있다. 우리 공격진은 알아서 해결할 능력이 있다. 선수들에게 우선 수비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울산전을 앞두고 공격수들과 수비수들이 따로 나뉘어 비디오 미팅을 가졌다. 주장이자 센터백인 방대종은 호언했다. "수비수 미팅 시간이 공격수들보다 더 길다. 다들 울산의 우세를 이야기하는 것같던데 걱정 말라. 우린 안 진다."

'트윈타워' 막았을 뿐, 수비축구 아냐

울산-전남전 후반 20분 울산 김태환이 전남 이종호의 팔을 밟았다. 즉시퇴장을 명받았다. 전남이 11대10, 수적 우세를 점했다. 윤 감독은 후반 23분 김신욱을 투입했다. 양동현-김신욱의 '트윈타워'가 재가동됐다. 노 감독은 곧장 '장신 센터백' 임종은을 투입했다. 울산전을 위해 아껴둔 '깜짝카드'였다. 올시즌 처음으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윤 감독은 "퇴장 이후에도 전남이 내려설 것이라 생각지 못했다"고 했지만, '트윈타워' 경계령을 내린 전남 입장에선 수적 우세에도 불구하고 라인을 올릴 뜻이 없었다. 전남은 후반 '양동현-김신욱' 투톱을 예상하고, 예습했다. 미드필드에서 패스가 끊긴 후 이어지는 울산 역습의 위력도 숙지하고 있었다. 1명이 적은 울산이 롱볼에 이은 양동현, 김신욱의 머리를 노릴 것은 불보듯 뻔했다. 모험보다 안정을 택했다.


노 감독은 "상대가 잘하는 것에 대비했을 뿐, 수비축구 생각은 결코 없었다"고 강조했다. 공격적인 측면에서 아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전반 스테보의 2차례 결정적 슈팅이 김승규에 선방에 걸린 것은 아쉬웠다. 후반에도 공격적인 고민은 계속됐다. "임종은 투입 후 측면 공격수로 오르샤와 이지민을 넣었다. 공격카드였다. 김태환이 빠진 만큼 사이드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했다. 양동현-김신욱 때문에 중앙은 비울 수 없었다. 사이드백의 공격 가담이 더 활발했다면 좋았겠지만, 그러기엔 체력 부담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2라운드까지 서울, 포항을 상대로 6골을 터뜨렸던 울산은 침묵했다. 전남전에서 7개의 슈팅 중 유효슈팅은 1개에 불과했다. 울산은 3경기에서 총 24개의 슈팅, 12개의 유효슈팅을 기록했다. 전남은 총 38개의 슈팅 가운데 20개가 유효슈팅이다. 1라운드 제주전에서 슈팅 14개, 유효슈팅 6개, 2라운드 성남전에서 슈팅 15개, 유효슈팅 10개를 기록했다. 울산전에서 슈팅 9개, 유효슈팅 4개를 기록했다. 슈팅수에서는 총 39개를 기록한 전북, 제주에 이어 12개구단 중 3위, 유효슈팅률에서는 서울(0.61) 수원(0.59) 전북(0.54)에 이어 4위(0.53)다. 마무리, 효율성의 아쉬움은 있지만, 슈팅 횟수, 순도, 내용면에서 다분히 공격적이었다는 뜻이다.

전남은 3경기에서 3무, 승점 3점을 기록했다. 강팀 울산과의 원정 무승부 후 선수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노 감독에게 데뷔 첫승을 선물하고 싶었던 이들은 라커룸에서 고개를 숙였다. 노 감독은 선수들을 오히려 위로했다. "승점 3점(3무)을 따줬으니, 첫 승해준 것과 마찬가지다. 고맙다."

3경기에서 1골은 아쉽지만, 3경기에서 1실점, 2번의 무실점은 뜻깊다. 노 감독은 "코칭스태프의 전술을 선수들이 완벽하게 이해하고 따라줬다. 그 부분이 고맙다"며 웃었다. "이제 수비는 어느 정도 갖춰졌다. 남은 2주동안 공격에 최대한 신경을 쓰겠다. 인천과의 홈경기에선 화끈한 공격축구를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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