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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클래식에서 각별한 인연을 가진 두 감독이 만났다. 5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4라운드로 격돌한 울산 윤정환 감독(42)과 광주 남기일 감독(41)이다.
공교롭게도 양 팀은 시즌 초반 '잘나가는' 상황에서 만났다. 골득실에서 울산이 약간 앞섰다 뿐이지 2승1무로 성적으로는 '도긴개긴'이었다. 이유는 다르지만 각자 절박한 것도 마찬가지. 울산은 전날 전북과 수원이 각각 1승을 챙기는 바람에 선두 자리를 잠깐 내준 상태였고, 광주는 역대 울산전 1무4패로 한 번도 못 이겼다. 이번에 강호 울산까지 잡으면 광주발 '돌풍'을 '태풍'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경기 시작 전 두 감독은 다른 플레이를 예고했다. 윤 감독은 김신욱-양동현의 '트윈타워'를 강조했고, 남 감독은 개인이 아닌 팀으로 승부한다고 했다. 결국 "한 수 가르쳐주겠다"던 선배 윤 감독이 웃었다. 울산은 이날 광주와의 4라운드 경기서 장신 공격수 김신욱의 활약에 힘입어 2대0으로 완승했다. 개막전 이후 무패행진(3승1무)를 이어간 울산은 골득실(울산 +6, 전북 +4)에서 전북을 따돌리고 1위를 탈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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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일 감독 '실수'에 막혔다
남 감독은 울산의 김신욱-양동현 고공 투톱을 예상했다. 그래서 내세운 비책이 광주 특유의 조직력이었다. 남 감독은 "광주는 챌린지에서부터 개인이 아니라 팀이 하는 축구를 구사한다"고 했다. SK 시절 명장 니폼니시 감독 밑에서 선배 윤 감독과 함께 배웠던 시절을 떠올리면서는 '니포축구(니폼니시 스타일에 따라 패스와 조직력을 중심으로 하는 세밀한 축구)'에 더 근접한 쪽은 자신이라고도 말했다. 윤 감독의 울산은 "(장신을 활용한 긴 패스 위주의)큰 축구를 한다"고 표현했다. 장신 투톱뿐만 아니라 따르따, 제파로프 등 막강 공격진이 포진한 울산 앞선을 깰 비책도 준비했다. 수비를 많이 하도록 만들겠다는 것. 광주의 장점인 패스 게임을 통해 상대의 힘을 빼놓으면 공격 위력도 약화될 것을 노렸다. 하지만 남 감독의 바람대로 공을 많이 소유했지만 그라운드 현실이 따라주지 않았다. 광주는 이날 볼 점유율에서 전반 55%대45%, 후반 62%대38%로 우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패스에서의 실수가 많았다. 패스 횟수는 많지만 상대 진영으로 넘어가서는 번번이 걸리는 등 영양가가 없었다. 전반 초반에는 김신욱-양동현을 의식하느라 수비라인이 흐트러지는 경우도 잦았다. 후반 들어 패스 게임이 더 활발해지는 듯 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짧은 패스에 너무 의존했다. 때로는 긴 패스나 킥으로 빈공간을 노려야 하는데 잦은 패스가 오히려 상대 수비가 정비하는 시간을 벌어 준 셈이 됐다. 남 감독은 "실수와 미숙한 부분이 많았던 게 아쉽다. 하지만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다. 클래식에서 안착을 바라는 광주 입장에서 우승을 노리는 울산과 이 정도 경기를 한 것으로도 다음 경기에 큰 데미지는 없을 것"이라며 희망을 찾았다.
울산=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