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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과의 2014년 3월 인터뷰를 꺼내봤다. 2013~2014시즌을 막 끝낸 뒤였다. 30경기에서 11승19패를 거뒀다. 7개팀 가운데 6위였다. 김 감독은 '계속 전진'을 말했다. 김 감독은 "현실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뒤'가 없었다. 그저 앞만 보고 달렸다. 다가오는 두번째 시즌도 계속 전진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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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이 앉은 자리 뒤에는 '기적을 일으키자'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OK저축은행 유니폼에도 똑같이 박혀있다. 그리고 만우절인 4월 1일. 김 감독과 OK저축은행은 거짓말처럼 기적을 일으키며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우승 이야기를 하니 밝은 표정을 지었다. "정말 기적은 기적이다. 나도 살면서 이런 기적을 경험할 줄은 몰랐다"고 말한 김 감독은 "우승 가능성은 10%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우승한 것은 선수들 덕분이다. 선수들에게 감사한다"고 했다.
청출어람? 그저 한 번 이겼을 뿐
OK저축은행의 우승 뒤 '청출어람'이라는 단어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챔피언결정전 상대는 신치용 감독의 삼성화재였다. 신 감독과 김 감독은 사제지간이다. 김 감독은 1995년 삼성화재 창단 멤버로 신 감독과 만났다. 2006년 은퇴할 때까지 감독과 선수로 함께 했다. 제자 김 감독이 스승 신 감독을 이겼다. '쪽에서 우러난 물감이 쪽빛보다 더 푸르다'는 청출어람(靑出於藍)의 표본이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저 뭣도 모르고 한 번 이겼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삼성화재는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한 번 왕좌를 놓쳤다고 무너지는 팀이 아니다. 2006~2007시즌과 2007~2008시즌 현대캐피탈에게 왕좌를 내줬다. 그 이후 7시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그게 삼성화재다. 나는 그저 아무것도 모른채 불타 올라서, 거기에 행운까지 더한 상태에서, 한 번 이겼을 뿐이다"고 말했다. 챔피언결정전 우승 직후 인터뷰와도 궤를 같이 했다. 김 감독은 "이번 우승으로 신 감독님을 이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가 돼야 신 감독을 넘어섰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날렸다. 고민을 거듭했다. 김 감독은 "우승 횟수로 따질 수도 없을 것이다. 신 감독님이 못해본 것을 해야만, 그제서야 이겼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신 감독님이 못 이룬 것이 있던가.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신 감독님은 신 감독님이고 나는 나다. 결국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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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에게 앞으로의 길을 물었다. 거침없는 단어가 돌아왔다. "앞으로는 개고생이 펼쳐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제까지 2시즌은 선수들과 즐겁게 생활했다. 꿈을 가지고 웃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시행착오도 많았다. '애썼다'는 표현을 쓰면 될 것"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이제부터는 정말 힘들 것이다. 견제 세력도 많아질 것이다. 조금만 흐트러지더라도 문제삼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우승이 독약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앞으로는 더욱 조심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말한 '앞으로의 개고생' 끝에는 뭐가 있냐고 물었다. 현실적이 답이 나왔다. "다음 시즌에 우리가 4강에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다른 팀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성적보다는 팀의 발전을 그리고 있었다. 그는 "우승보다 중요한 것은 탄탄한 팀을 만드는 것이다. 그 어떠한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팀을 만들어야 한다. 거기에 있어서 내 역할은 '지도자'가 아니나 '관리자'다. 내가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 특정 영역에는 전문가를 쓸 생각이다.전문적 도움을 바탕으로 하나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내가 꿈꾸고 추구하고 있는 큰 그림이다. 그림이 잘 그려진다면 개고생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밝혔다.
용인=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