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의 정신적 지주' 스테보는 매경기전 국민의례 때면 어김없이 가슴에 경건하게 손을 얹는다. 에스코트 어린이들의 손 매무새도 바로잡아 준다. 천생 '한국사람'이다. "제2의 조국, 한국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사진제공=전남드래곤즈 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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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말하지만 한국은 내게 '제2의 조국'이다. 국가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는 건 당연하다."
지난달 프로농구 LG 외국인선수 데이본 제퍼슨의 태도 논란이 불거졌다. 애국가가 울려퍼지는 도중 스트레칭을 했다. 팬들의 격분 속에 결국 퇴출됐다. 그 때문이었을까. 12일 수원전 국민의례 때 목도한 '전남의 중심' 스테보(33)의 모범적인 자세는 인상적이었다.
스테보는 경기 전 국민의례 때 애국가가 흘러나오면 언제나 가슴에 손을 얹는다. 혼자만의 참여에 그치지 않는다. 매경기 그라운드에 함께 입장한 에스코트 어린이의 고사리손을 가슴에 살포시 얹어주며 바른 국민의례 자세를 일러준다. 스테보는 국민의례 때 가슴에 손을 얹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국가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나라의 관습을 따르는 것도 당연하다."
K리그 8년차 스테보의 국민의례는 지난 시즌 전남 이적 이후 시작됐다. "가슴에 손을 얹게 된 건 전남에 와서부터다. 이전에 뛰었던 구단들은 식전행사에 국기에 대한 경례가 없었다"고 했다. 스테보는 아이들에게 '국기에 대한 경례'를 가르치는 데 대해 "아이들에게 올바른 행동을 가르쳐 주는 것은 어른으로서 당연한 의무다. 지금은 그냥 하는 일쯤으로 생각하겠지만 자라나면서 국가를 존경하는 마음에 대해 조금은 느끼는 바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아이들의 경우 국민의례 때 실제로 뭘 어찌할지, 잘 모르는 것도 사실"이라며 웃었다.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테보형' 스테보는 팀내에서도 선배이자 어른의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12일 수원전에서 2경기 연속골을 터뜨린 '10살 터울 브라더' 이종호는 스테보를 위한 '화살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스테보는 "종호는 부모가 다른 내 형제다. 내게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노력한다. 형으로서 가르쳐 줄 수 있는 게 있어 행복하다. 진심으로 내가 골을 넣는 것보다 종호가 골 넣는 걸 보는 게 더 행복하다"고 했다. "종호는 아직 어리다. 앞으로 대표팀도 가야 하고 전남을 끌어나가야 할 선수다. 계속 흔적을 남겨야 성장한다. 언론에서 더 많이 다뤄주고 팀에서 이슈가 돼야 대표팀 발탁 가능성도 높아진다"며 각별한 애정을 표했다. "운동장 안팎에서 늘 이런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내 브라더'가 골 세리머니로 나를 표현해줘서 정말 눈물날 듯이 기쁘고 고마웠다"며 웃었다.
이미 K리그에서 8시즌을 보낸 스테보는 '외국인선수인 듯, 외국인선수 아닌, 외국인선수 같은' 존재다. 된장찌개를 뚝딱 비워내고,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외칠 줄 하는 한국인보다 더 한국적인 남자다. 제주와의 개막전 첫골을 넣은 후 기자회견에선 "스리타워, 진짜 힘들어!"라는 느닷없는 한국어로 취재진을 웃음짓게 했다. 전북(2007~2008), 포항(2008~2009), 수원(2011~2013) 어느팀에서나 K리그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2007년 전북 입단 당시 생후 3개월이었던 스테보의 딸은 광양의 초등학교에서 한국식 교육을 받으며 자란다.
국민의례는 기본, 선후배의 정과 사나이 의리를 아는 스테보는 진정 '한국남자'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