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천재'에서 군기가 바짝 든 '일병'으로 거듭난 허인회(28)가 2015년 KPGA 투어 개막전인 동부화재 프로미오픈 우승컵을 거머쥔데 이어 국군체육부대 소속 맹동섭이 KPGA 챌린지투어 3차대회 정상에 올랐다. 맹동섭은 28일 경남 함안군 레이크힐스 경남CC(파72·7118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1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7언더파 137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허인회에 이어 맹동섭의 우승까지, 상무골프단은 연이은 우승 소식에 웃음을 짓고 있다.
창단 3개월여만에 거둔 경사다. 국군체육부대는 10월 경북 문경에서 열리는 세계군인체육대회를 겨냥해 지난 2월 상무골프단을 창단했다. 세계군인체육대회를 위해 창설된 상무골프단은 올해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허인회를 비롯해 맹동섭 박현빈 박은신 양지호 방두환과 국가대표 함정우 김남훈(이상 남자) 정현주 하사 오은화 준위(이상 여자) 등 총 10명으로 팀을 꾸렸다. 허인회 맹동섭 박현빈 김남훈 함정우 등은 국군체육부대로 지난해 12월 입대했고, 복무 중이던 방두환 양지호 박은신은 체육부대로 파견됐다.
상무골프단 창단에 KPGA도 지원군으로 나섰다. KPGA는 지난 2월 이사회를 열고 상무가 요청한 입대 선수들의 2015시즌 대회 출전을 허용했다.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실전 감각을 쌓고자 상무가 KPGA에 협조 요청을 했고 이를 KPGA가 수용했다. 1개 대회에 출전하는 상무 선수는 최다 6명으로 제한되고 군인 신분임을 감안해 상금 수령은 할 수 없다. 허인회는 우승상금 8000만원을, 맹동섭은 1600만원을 준우승자에게 양보했다.
군인선수들의 출전은 KPGA 투어에도 신선한 바람으로 작용하고 있다. 검게 그을린 얼굴에, 버디를 낚은 뒤 무표정으로 거수경례를 하는 '군인 골퍼'들의 모습은 갤러리에도 새롭다. 스토리도 풍성해졌다. 군인 골퍼들의 대회장 숙소생활부터 하루 일과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허인회와 맹동섭의 우승 상금 양보 및 포상 휴가 여부도 화제다. 국군체육부대 관계자는 "부대에 복귀한 후 휴가에 대한 얘기가 나올 수 있겠지만 규정대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규정상 국내대회에서 1위를 하면 3일, 2~3위를 하면 이틀의 휴가가 주어진다"고 설명했다. 스타 플레이어들이 부족한 KPGA 투어에 군인 골퍼들이 새롭게 흥행 카드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내년 시즌에도 상무골프단 선수들이 KPGA 투어에서 볼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반반이다. 고명현 국군체육부대장은 지난 15일 경북 문경의 국군체육부대에서 열린 JDX와의 협약식에서 '상무골프단 존속 여부'를 묻는 질문에 "현재는 한시적인 팀이다"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세계군인체육대회 성적에 따라 상무골프단의 운명이 바뀔 수 있다. 세계군인체육대회에서 목표로 하고 있는 남자 개인전-단체전 금메달 2개, 여자 단체전 동메달을 따낸다면, 존속 가능성이 커진다. 고 부대장은 "상급 부대의 지침에 따라 향후 존속 여부가 결정될 것 같다"고 했다. 상무골프단이 내년에 폐지되더라도 군인 골퍼들의 KPGA 투어 대회 출전길이 아예 막히는 건 아니다. 국군체육부대 관계자는 "세계군인체육대회가 끝나면 다른 부대에서 파견된 선수들은 원소속 부대로 복귀한다. 하지만 허인회 맹동섭 박현빈 김남훈 함정우 등 5명은 국군체육부대에서 직접 선발했다. 이들은 내년 9월 전역까지 국군체육부대 소속이다. KPGA가 올해처럼 특별 규정을 만들어 대회 출전을 허용한다면, 투어 대회에 참가시킬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