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축구전용경기장/ K리그 클래식/ 전남드래곤즈 vs 인천유나이티드/ 전남 스테보, 이종호, 노상래 감독/ 승리/ 기쁨/ 사진 정재훈
전남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광양루니' 이종호(23·전남)의 부상이 예상보다 경미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남 공격의 중심, 이종호는 26일 K리그 클래식 8라운드 전북과의 홈경기 전반 16분, 무릎을 붙잡고 주저앉았다. 전반 9분 강력한 헤딩골로 전북 문전을 위협하는 등 유난히 몸놀림이 가벼웠다. 수비수 이주용과 가볍게 충돌하는가 싶더니 돌아서며 주저앉았다. 의무진이 'X' 사인을 냈고, 이종호는 들것에 실려나갔다. 1강 전북전에서 골잡이 이종호의 부상 아웃은 최대의 위기상황이었다.
이종호의 부재는 오히려 전남을 강하게 했다. 이종호가 빠진 위기 상황에서 전남은 하나로 똘똘 뭉쳤다. 이종호 대신 교체투입된 오르샤가 질풍같은 스피드로 측면을 허물어뜨리며, 전반 21분 이창민의 선제골을 도왔다. 하프타임 노상래 감독은 "함께 전북전을 치열하게 준비해온 종호를 위해 열심히 뛰어달라"는 한마디만 했다. 후반 17분 이창민의 두번째 골이 터졌다. 전북에 2대1로 승리했고, 전북의 무패기록은 22경기에서 멈춰섰다. 경기후 기자회견에서 이창민은 "종호형이 부상으로 나가면서 선수들이 똘똘 뭉쳤다"고 말했다. 라커룸에서 선수단은 뜨거운 박수로 이종호의 쾌유를 기원했다.
'광양루니'라는 별명처럼 이종호는 전남의 상징이다. 순천중앙초-광양제철중고를 거치며 전남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했고, 스테보, 김병지, 현영민 등 걸출한 선배들의 애정과 기대속에 매시즌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프로 데뷔 후 첫 두자릿수 득점을 신고했고,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이끌었으며, 지난해말 슈틸리케호 제주 소집훈련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4월 5일 인천, 12일 수원전에서 2경기 연속골을 터뜨린 후 "열심히 하면 슈틸리케 감독님이 뽑아주시겠죠"라며 태극마크를 향한 꿈도 숨기지 않았었다.
노 감독은 '애제자의 부상'에 전북전 승리를 맘놓고 기뻐하지 못했다. 경기 직후 한동안 이종호의 곁을 지켰다. 눈물을 쏟는 제자를 보며, 아픈 마음에 눈물을 글썽였다. '고교 최대어'로 기대속에 프로에 입단한 후, 프로무대에서 갖은 비판에 굴하지 않고 겸손한 마인드와 오롯한 노력으로 살아남은 이종호의 분투를 노 감독은 누구보다 잘 안다.
이종호의 아버지는 전남 드래곤즈 선수단 조리장 출신이다. 노 감독의 '캐넌슈터' 시절, 식당에서 아버지를 졸졸 따라다니던 '당찬 꼬마' 이종호에게 '노상래'는 우상이자, 멘토였다. 2011년 3월 20일 서울과의 홈경기에서 프로 데뷔골을 터뜨린 후에도 이종호는 노 감독을 언급했었다. '마음을 비우고 동료를 이용하는 플레이를 해라.' 당시 2군 감독이던 노 감독의 문자를 공개했다. 노 감독은 올시즌 첫 지휘봉을 잡으며 자신의 번호 '8번'을 이종호에게 물려줬다. 이종호는 "8번을 달았으니, 더 잘해야 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약속을 지켰다. 5일 인천전에서 22경기 무패 징크스를 깨며, 마수걸이골과 함께 스승 노 감독에게 프로 데뷔 첫승을 선물했다. "매경기 감독님께 승리를 선물하고 세리머니를 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진 12일 수원전에선 2경기 연속골을 신고했다. 15일 포항전의 1대4 대패 악몽을 딛고 19일 부산전에선 또다시 환상적인 어시스트로 스테보의 골을 도우며 2대0 완승, '반전의 일등공신'이 됐다. 몸이 새털처럼 가벼웠던 전북전, 예기치 못한 부상이 찾아왔다..
이종호는 탱크처럼 강하다. 웬만한 충격에는 끄떡도 않는다. 타고난 체력과 철저한 자기관리로 선수생활을 하면서 큰부상이 없었다. 그런 이종호가 스스로 손을 들고 부상의 심각성을 호소했던 만큼, 장기부상에 대한 우려가 깊었다. 이종호는 27일 서울의 전문병원 2곳을 찾았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전치 3~4주 진단을 받았다. 이종호는 "처음 손으로 내진했을 때 인대파열, 연골 손상 가능성까지 있다고 해 가슴이 철렁했었다. MRI를 찍어봤는데 거짓말처럼 깨끗하다고 하더라. 내측 인대가 아주 조금 손상됐다. 열심히 재활에 전념해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웃었다. 스승 노 감독도 미소를 되찾았다. "선수가 가진 꿈을 알기 때문에, 중요한 시기에 부상이 더욱 안타까웠다"고 마음을 털어놨다. "내측인대가 10% 정도 손상됐다고 하더라. 수술없이 3~4주 재활하면 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무리해서 재활기간을 앞당기기보다 선수보호를 위해 충분한 시간을 주고, 완벽하게 몸을 만들도록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