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4시 파주NFC, 윤덕여 여자대표팀이 선수들을 믿음직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캐나다월드컵(6월6일~7월5일)을 앞두고 마지막 담금질을 위해 지난 8일 입소한 여자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충무구장에 일렬로 늘어섰다. 선수들의 심폐 지구력과 유산소 능력, 회복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요요 테스트, '공포의 20m 셔틀런'이 예고됐다. 일명 '삑삑이'라고도 불리는, 20m 양쪽 콘 사이를 쉴새없이 오가는 '왕복달리기'다. 단계별로 짧아지는 기준 시간 내에 20m 거리를 오가며 '극한'의 체력에 도전해야 한다.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후 스타트대에 선 선수들 사이엔 결연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윤 감독이 현장에 설치된 노트북 모니터링 화면을 주시했다. "여기 너희 심박수가 실시간으로 다 뜬다. 박희영 102, 전가을 144, 시작도 하기 전에 뭐 이렇게 심장이 뛰어? 긴장했어?" 긴장감을 풀어주려는 코칭스태프의 농담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대형 스피커에서 스타트 신호음이 흘러나왔다. 가슴에 심박측정기를 부착한 선수들이 '스피커'의 구령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심서연, 임선주 등 최근 부상에서 갓 돌아온 선수들이 예정된 30회를 뛰고 뒤로 물러났다. 35회를 넘어서면서 고비가 찾아왔다. 봄날 오후, 태극낭자들의 '헉헉' 벅찬 숨소리가 파주 그라운드를 가득 메웠다. "포기하지마!" "이겨내야 돼" "할 수 있어!" 정성천 코치, 김은정 코치, 김범수 GK코치가 선수들과 함께 달리고, 박수를 치며 독려했다. "정미야, 좀더!" 1984년생 '맏언니' 골키퍼 김정미는 젖먹던 힘까지 다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목표했던 40회를 주파한 후에야 바닥에 쓰러졌다.
눈부신 활동량과 체력으로 이름 높은 '대한민국 7번' 전가을(현대제철)은 소문난 대로 '강철 심장'이었다. 심장이 터져나갈 듯한 고통속에 동료들이 180 이상으로 심박수가 치솟는 가운데에서도 '160대 심박수'를 한결같이 유지했다. 공격라인 팀 동료인 정설빈(현대제철)과 나란히 서서 이를 악물고 뛰었다. 전가을이 52번째 셔틀런 후 물러났다. 정설빈이 53번째만에 주저앉았다. 전가을은 의연했다. 달리는 자세에 흔들림이 없었다. "더 뛸 수도 있었는데 발목 부상 예방에서 무리하지 않았다"며 웃었다. 부상했던 왼무릎에 얼음을 대며, 관리에 전념하는 모습이었다.
'최후의 4인'은 여민지 이소담(이상 스포츠토토) 신담영(수원시설관리공단) 이금민(서울시청) 등 17세 이하 대표팀 출신 우승 멤버였다. 1993~1994년생 대표팀 막내들이 독한 패기와 체력으로 무장했다. 끝까지 물러서지 않았다. 신담영이 56회, 여민지가 57회를 뛰었다. 이소담 이금민 2명이 마지막까지 남았다. 60회 셔틀런을 확인한 후 이금민이 그제서야 손을 내저었다. '최후의 1인'은 '대표팀 체력왕' 이소담이었다. 이소담의 61회 기록으로 '지옥의 요요 테스트'가 마무리됐다.
윤 감독은 혼신의 힘을 다한 선수들에 대해 "이소담은 원래 '체력왕'이다. '17세 대표팀' 출신 멤버들이 마지막까지 남았다. 부상에서 복귀한 지 얼마 안된 전가을한테는 다치지 않게 무리하지 말라고 했다"며 웃었다. "요요테스트는 심박수, 지구력, 회복능력을 고루 체크하는 과정이다. 많이 뛰는 것도 중요하지만, 회복 능력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브라질, 스페인, 코스타리카 등 체력적으로 우위를 점한 선수들에 맞서 '피지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몸 상태를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도록 국내에서 강도높은 체력 훈련을 이어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20일 출국때까지 국내에서 열흘 정도 훈련 기간이 있다. 하루 2차례 훈련한다. 오전에는 전술, 오후에는 체력 훈련에 집중할 계획이다. 전술적으로는 공수 전환을 빨리 하고, 패스의 정확성을 높이는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덕여호는 15일 최종 엔트리를 발표한 후, 18일 서울 광화문 KT 올레홀에서 캐나다월드컵 출정식을 갖고, 20일 사상 첫승, 첫16강 꿈을 향한 장도에 오른다. 파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