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우 빛바랜 '삭발투혼', 박수 받을 만했다

최종수정 2015-05-11 08:29


10일 울산월드컵경기장. 경기 시작을 앞두고 그라운드로 나서는 울산-전북 선수들 틈 사이로 까까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프로의 특권인 멋과 개성이 살아 숨쉬는 K리그 그라운드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주인공은 울산 오른쪽 풀백 임창우(23)였다.

최근 팀 무승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었다. 울산은 전북전 전까지 5경기 연속 무승(4무1패)에 시달렸다. 선제골을 얻고도 무너지기 일쑤였다. 지난 5일 제주 원정에선 역전패를 하며 시즌 첫 패배를 맛봤다. 삭발은 포백라인의 일원으로 팀 승리를 지켜내지 못한 자책이자 반전을 위한 자신과의 다짐이었다.

임창우는 올 시즌 울산에서 가장 기대를 모은 선수 중 한 명이었다. 2014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대전에 임대되어 챌린지(2부리그) 우승의 한 축을 이뤘고, 이광종호의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신화를 일궜다. 그라운드를 수놓은 기량이 울산에서도 발휘될 것으로 보였다. 올 시즌 초반부터 주전 자리를 꿰차며 승승장구 했다. 하지만 만족은 없었다. 지난달 15일 수원전에서 득점에 성공한 뒤에는 "챌린지와 클래식 간의 차이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런데 막상 경험해보니 차이가 컸다. 아시안게임 이후 분에 넘치는 조명을 받았다. 시즌 초반부터 주전으로 나서다보니 자신감이 자만심으로 변질됐다. 현실에 안주하는 경향이 생긴 것 같다. 그래서 죽기살기로 했다"고 자신을 채찍질 했다.

임창우는 전북의 파상공세에 맞서 분주히 움직였다. 남다른 각오 속에 출전한 승부였던 만큼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로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끝내 웃진 못했다. 1-1 동점이던 후반 23분 에두-이동국의 연계 플레이에 수비 뒷공간이 뚫리며 실점했고, 울산은 1대2로 패했다. 경기 직후 임창우는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아쉬움을 삼켰다.

임창우의 전북은 해피엔딩이 아니었다. 그러나 전북전에서 드러낸 남다른 의지는 시즌 첫 연패로 침체된 울산 선수단에 좋은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울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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