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FIFA 회장 출마 저울질, 블래터 회장에게 직격탄

최종수정 2015-06-03 18:29

정몽준 국제축구연맹(FIFA) 명예부회장이 3일 오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몽준 부회장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FIFA 회장 선거 출마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해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은 지난달 29일 5번째 FIFA 회장에 당선됐지만 각종 비리 의혹 및 외부의 반발 등으로 2일 사임했다. FIFA 회장 자리가 공석이 된 가운데 오는 12월 후임 FIFA 회장 선거가 치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회장 선거에 나설 후보로는 요르단의 알리 빈 알 후세인 왕자, 미셸 플라니티 유럽축구연맹 회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6.03/

그의 권력은 영원할 것 같았다. 퇴장은 없었다. 79세의 고령에도 또 한번의 전진을 선택했다.

그러나 역사를 거스를 수 없었다.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결국 백기를 들었다. 지난달 30일(이하 한국시각) FIFA 회장 선거에서 5선에 성공한 그는 나흘 만인 3일 자진 사퇴했다. 블래터 회장은 "내가 FIFA 회장직을 수행하는 것이 세계 축구계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회장이 당선될 때까지만 회장의 업무를 이어 가겠다"고 밝혔다.

월드컵 유치 과정에서의 추잡한 비리 스캔들이 끝내 발목을 잡았다. 스위스 사법당국과 공조한 미국 연방 검찰의 칼날은 거침이 없었다. FIFA 부회장 등 7명의 간부가 스위스에서 체포된 데 이어 블래터 회장의 '오른팔'인 제롬 발케 사무총장이 2010년 남아공월드컵 유치 과정에서 북중미 집행위원들에게 뇌물 1000만달러(약 111억6300만원)를 전달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것이 공개됐다. 수사망이 '부패 스캔들의 몸통'으로 의혹을 받는 블래터 회장의 턱밑까지 도달했다. 동력을 잃었다.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블래터 회장측은 비리 협의로 인한 사퇴가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스캔들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1981년부터 1998년까지 17년간 FIFA 사무총장을 지낸 블래터 회장은 1998년 축구 대권을 잡았다. 무려 17년간 지구촌 축구를 좌지우지했다. 그러나 권력에 집착한 그의 말로는 허망하고 씁쓸했다.

블래터 회장의 퇴진과 함께 권력의 대이동도 시작됐다. 이제 관심은 FIFA를 개혁할 새 축구 대통령이다. FIFA는 12월 임시 총회에서 차기 회장을 선출할 계획이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겸 FIFA 명예 부회장(64)이 부상하고 있다. 정 회장은 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FIFA 회장 출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차기 FIFA 회장 선거 출마 여부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물어보는 분들도 많이 있다"며 "선거에 참여할 지 여부는 신중하게 판단해 생각하겠다. 국제 축구계의 여러 인사들을 만나 경청한 다음에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1994년 FIFA 부회장에 당선됐다. 2011년 1월 5선 도전에 실패하면서 국제 축구계에서 사라졌다. 당시 정 회장의 상대가 이번 FIFA 회장 선거에서 블래터에 도전장을 낸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다. 당시 36세의 알리 왕자는 정 회장을 꺾고 FIFA 입성에 성공했다. 그의 뒤에는 블래터 회장과 아시아 체육계의 거대 권력인 쿠웨이트 출신의 세이크 아흐마드 알파라드 알 사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회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FIFA 부회장 시절 철저하게 '반 블래터' 노선을 걸었다. 블래터 회장도 정 회장이 '눈엣가시'였다.

정 회장은 이날 블래터 회장을 향해 다시 한번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차기 선거는 FIFA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다. 선거 관리는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 그러나 블래터 회장의 사임 글을 읽어보면 FIFA 개혁을 못한 것이 집행위원회 때문이라고 하더라. 책임을 전가한 부분은 사실이 아니다. 또 차기 회장이 결정될 때까지 자신이 개혁을 주도하겠다는 말을 하고 있다. 개혁 대상이 개혁을 추진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리고 "블래터 회장은 하루빨리 FIFA에서 손을 떼야 한다. 사무총장인 제롬 발케도 업무를 다 놓아야 한다. 문제를 만든 둘이 선거를 관리하고 개혁을 주도하겠다는 건 잘못됐다. 집행위원회에서 지혜를 발휘해 중지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상은 돌고 돈다. 알리 왕자는 이번 FIFA 회장선거에서 유럽축구연맹(UEFA)의 든든한 후원을 받으면서 블래터와 맞섰지만 1차 투표에서 133-73으로 패한 뒤 2차 투표를 앞두고 사임했다. 알리 왕자도 FIFA 회장 후보로 꼽히고 있다. 국제 축구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UEFA도 움직이고 있다. 미셸 플라티니 UEFA 회장(60)도 강력한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여전히 블래터 회장도 무시할 수 없다. 그는 사퇴를 밝혔지만 12월까지 회장직을 계속 수행한다. 여전히 아프리카(CAF)와 아시아(AFC),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이 블래터 회장을 지지하고 있다. 블래터 회장이 17년 전 주앙 아벨란제 전 FIFA 회장과 손을 잡은 것처럼 자신의 치부를 감춰줄 수 있는 측근을 후계자로 내세울 수 있다. 블래터 회장은 사무총장으로 아벨란제 회장을 보좌했지만 '말년'에는 앙숙이었다. 당시 개혁파인 레나트 요한슨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이 선거에 뛰어들면서 블래터 회장이 아벨란제 회장의 비리를 덮는 조건으로 합종연횡이 이루어졌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블래터와 반블래터의 선거 구도는 재연될 수 있다.

정 회장은 "난 정말 축구를 좋아한다. 출마 확률이 51%인지, 49%인지는 조만간 이야기 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측근 그룹에선 정 회장의 FIFA 회장 도전 출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최후의 선택만 남았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