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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권력은 영원할 것 같았다. 퇴장은 없었다. 79세의 고령에도 또 한번의 전진을 선택했다.
1981년부터 1998년까지 17년간 FIFA 사무총장을 지낸 블래터 회장은 1998년 축구 대권을 잡았다. 무려 17년간 지구촌 축구를 좌지우지했다. 그러나 권력에 집착한 그의 말로는 허망하고 씁쓸했다.
정 회장은 1994년 FIFA 부회장에 당선됐다. 2011년 1월 5선 도전에 실패하면서 국제 축구계에서 사라졌다. 당시 정 회장의 상대가 이번 FIFA 회장 선거에서 블래터에 도전장을 낸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다. 당시 36세의 알리 왕자는 정 회장을 꺾고 FIFA 입성에 성공했다. 그의 뒤에는 블래터 회장과 아시아 체육계의 거대 권력인 쿠웨이트 출신의 세이크 아흐마드 알파라드 알 사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회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FIFA 부회장 시절 철저하게 '반 블래터' 노선을 걸었다. 블래터 회장도 정 회장이 '눈엣가시'였다.
정 회장은 이날 블래터 회장을 향해 다시 한번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차기 선거는 FIFA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다. 선거 관리는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 그러나 블래터 회장의 사임 글을 읽어보면 FIFA 개혁을 못한 것이 집행위원회 때문이라고 하더라. 책임을 전가한 부분은 사실이 아니다. 또 차기 회장이 결정될 때까지 자신이 개혁을 주도하겠다는 말을 하고 있다. 개혁 대상이 개혁을 추진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리고 "블래터 회장은 하루빨리 FIFA에서 손을 떼야 한다. 사무총장인 제롬 발케도 업무를 다 놓아야 한다. 문제를 만든 둘이 선거를 관리하고 개혁을 주도하겠다는 건 잘못됐다. 집행위원회에서 지혜를 발휘해 중지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상은 돌고 돈다. 알리 왕자는 이번 FIFA 회장선거에서 유럽축구연맹(UEFA)의 든든한 후원을 받으면서 블래터와 맞섰지만 1차 투표에서 133-73으로 패한 뒤 2차 투표를 앞두고 사임했다. 알리 왕자도 FIFA 회장 후보로 꼽히고 있다. 국제 축구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UEFA도 움직이고 있다. 미셸 플라티니 UEFA 회장(60)도 강력한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여전히 블래터 회장도 무시할 수 없다. 그는 사퇴를 밝혔지만 12월까지 회장직을 계속 수행한다. 여전히 아프리카(CAF)와 아시아(AFC),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이 블래터 회장을 지지하고 있다. 블래터 회장이 17년 전 주앙 아벨란제 전 FIFA 회장과 손을 잡은 것처럼 자신의 치부를 감춰줄 수 있는 측근을 후계자로 내세울 수 있다. 블래터 회장은 사무총장으로 아벨란제 회장을 보좌했지만 '말년'에는 앙숙이었다. 당시 개혁파인 레나트 요한슨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이 선거에 뛰어들면서 블래터 회장이 아벨란제 회장의 비리를 덮는 조건으로 합종연횡이 이루어졌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블래터와 반블래터의 선거 구도는 재연될 수 있다.
정 회장은 "난 정말 축구를 좋아한다. 출마 확률이 51%인지, 49%인지는 조만간 이야기 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측근 그룹에선 정 회장의 FIFA 회장 도전 출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최후의 선택만 남았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