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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대표팀(FIFA랭킹 18위)이 14일 오전 8시(한국시각) 캐나다 몬트리올올림픽경기장에서 펼쳐진 국제축구연맹(FIFA) 캐나다여자월드컵 코스타리카(FIFA랭킹 37위)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후반 44분, 통한의 동점골을 허용하며 2대2로 비겼다. 월드컵 사상 첫승이 눈앞에서 가물거리다 사라졌다. 경기 직후 축구 팬들의 아쉬움은 "왜 이기는 상황에서 '잠그지' 않았냐"는 원망과 비판으로 이어졌다. 윤 감독이 극단적 수비전술을 택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중원사령관' 조소현은 "우리가 수비적으로 내려섰다면 코스타리카 선수들이 더 편하게 뛰었을 것"이라고 했다. "어리고 빠른 코스타리카 선수들의 뛰는 양을 늘리기 위해, 우리도 더 공격적으로, 더 많이 뛰려고 했다"는 설명이다. 무승부의 이유를 수비가 아닌 공격에서 찾았다. "공격적인 패스가 많았고, 후반에도 좋은 찬스가 많았는데 해결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했다.
이날 이은미 황보람 심서연 김혜리 4명이 포백라인에 섰다. 중고등학교, 소속팀 이천대교에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황보람과 심서연이 센터백으로 섰다. 1m70대 장신으로 상대를 압박했다. 김혜리는 오른쪽 측면을 오르내리며 '윙어' 강유미와 찰떡 궁합을 보여줬다. 브라질전에서 몸을 날리는 태클로 골을 막아낸 이은미도 안정적이었다.
후반 39분 김혜리 대신 센터백 임선주가 투입됐다. 중앙에 섰던 심서연이 김혜리의 오른쪽으로 옮겼다. 공교롭게도 수비라인을 흔든 지 5분만인 후반 44분 실점했다. 이 교체와 관련 윤 감독은 "마지막 수비에 변화를 줬던 부분은 김혜리가 근육 경련 및 타박상이 있어서, 심서연을 사이드로 빼고, 센터백 임선주를 가운데 투입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소현은 막판 수비라인의 변화가 실점의 빌미가 됐느냐의 질문에 "수비라인의 책임이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뒷공간에 볼이 쉽게 들어가게 수비수들이 불편하게 만든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전반적인 압박이 느슨해졌다. 앞에서 더 강하게 눌러줬어야 했다"고 했다. 윤 감독 역시 실점 장면에서 중원 압박이 부족했던 점을 지적했다. "상대는 지고 있는 상황이라, 적극적인 공격 형태를 띠는 것이 당연했다. 미드필드에서 상대에 대한 압박이 부족했다. 이 부분이 실점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조커 예고' 박은선은 왜 쓰지 않았을까
윤 감독은 코스타리카전을 '총력전'으로 규정했다. 아껴뒀던 박은선을 '조커'로 활용할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날 박은선은 벤치를 지켰다. 대신 공격수 정설빈, 이금민, 수비수 임선주 3장의 교체카드를 썼다. '원톱' 박은선을 활용한 '한방'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다. 윤 감독은 지고 있거나,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의 박은선 투입을 고려했었다. 전반 지소연 전가을이 2골을 몰아치는 역전의 흐름은 나쁘지 않았다. 점유율도 53%대 47%로 앞섰고, 슈팅수, 유효슈팅수 모든 기록에서 코스타리카를 앞섰다. 양발목이 모두 좋지 않은 박은선을 투입하는 모험을 택하지 않았다. 훈련에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인 선수를 선택했다. 브라질전 직후 전술훈련에서 정설빈과 이금민은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프리킥에서도 강세를 보였다. 슈팅 훈련에서도 박은선은 발목 보호를 위해 강한 임팩트를 하지 않았다. 전반전 '원톱' 유영아, '측면 공격수' 강유미가 많이 뛴 상황에서 '젊고 빠른'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가장 활동량 많고, 잘 뛸 수 있는 공격수들을 투입했다.
몬트리올(캐나다)=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