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生 막내 듀오' 손흥민-이재성, 존재감은 '에이스'

최종수정 2015-06-16 23:17



미얀마는 전원이 하프라인 아래에서 수비에 주력했다. 경기 초반 파상공세를 펼쳤지만 미얀마의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염기훈(수원)의 중거리 슈팅은 골포스트를 강타했고, 골키퍼가 없는 골문을 향해 쏜 손흥민(레버쿠젠)의 발리 슈팅은 수비수의 가슴에 맞고 튕겨 나왔다. 불안감마저 슈틸리케호를 휘감았다.

꼬인 매듭을 푼건 슈틸리케호 막내 '1992년생 23세 듀오'였다. '손세이셔널' 손흥민과 '슈퍼 루키' 이재성(전북)이 2018년 러시아월드컵 첫 여정에 나선 슈틸리케호에 귀중한 승점 3점을 선사했다. 0-0으로 맞선 전반 34분, 손흥민의 날카로운 코너킥을 이재성이 헤딩으로 첫 포문을 열었다. 코너킥은 예고편이었다. 손흥민은 1-0으로 앞선 후반 22분 무회전 프리킥으로 슈틸리케호에 두 번째 골을 선사했다.

손흥민과 이재성은 1992년으로 슈틸리케호에서 막내다. 최고참인 곽태휘(34·알힐랄)와는 11세 차이다. 나이는 막내지만 둘은 한국 축구의 현재이자, 미래다. 이들의 축구 인생은 정반대의 길을 달려왔다. 일찌감치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한 손흥민은 유망주 시절부터 큰 관심을 받았고, 설명이 필요없는 아시아 최고의 공격수로 성장했다. 분데스리가에서 3시즌 연속 두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유럽 빅클럽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성은 2년전만해도 철저히 무명이었다. 대학시절까지 태극마크와의 인연은 2012년 아시아축구연맹(AFC) 22세 이하 챔피언십 예선 한 차례가 전부였다. 2014년 자유선발로 전북에 입단할 당시에도 왜소한 체격(1m80-70㎏)에 프로 무대 적응이 힘들 것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반전 드라마가 쓰여졌다. 신인 이재성은 '신인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전북의 주전 자리를 꿰찬데 이어 2014년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역이 되며 한국 축구의 혜성처럼 등장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시선도 전북에서 존재감을 뽐낸 이재성을 향했다. 지난해 12월 제주 서귀포 전지훈련에 합류시켜 가능성을 확인한 뒤 3월 A매치 2연전에서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선물했다.

축구 인생에서는 극명하게 다른 길을 걸었지만, 둘은 축구 센스라는 공통 분모를 갖고 있었다. 손흥민은 한국 선수들에게서 보기 힘든 리듬감 있는 드리블과 킥 능력을 소유했다. 이재성은 최강희 전북 감독의 입이 쩍 벌어질만큼 놀라운 축구 센스를 자랑한다. 최 감독은 "신인 공격수들은 프로에서 수비 훈련을 다시 받는데 이재성은 공격수이면서 수비를 하는 방법까지 알고 있는 몇 안되는 선수"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재성은 좌우 날개와 섀도 공격수,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소화하는 전형적인 멀티플레이어다.

미얀마와의 아시아지역 2차예선 1차전에서도 손흥민과 이재성은 슈틸리케호의 에이스로 동반 맹활약을 펼쳤다. 손흥민은 날카로운 킥으로 1골-1도움을 기록하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동갑내기 친구에게 배달한 코너킥은 날카로웠고 예리했다. 무회전 프리킥 득점으로 클래스를 증명했다.

박지성(은퇴)의 활동량과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의 기술을 골고루 갖춘 이재성은 순간순간 번쩍였다. 오른쪽 측면 공격과 섀도 공격수를 오가며 미얀마의 수비진을 유린했다. 공격의 시발점이었다. 중원에서는 상대의 허를 찌르는 전진 패스로 뛰어난 축구 센스를 선보였다. 뛰어난 위치 선정으로 만들어 낸 헤딩골은 하이라이트였다. 이재성의 득점과 손흥민의 골은 답답한 경기에 반가운 청량제였다. 이들 막내 듀오가 2018년 러시아월드컵을 향한 첫 여정에 귀중한 승점 3점을 선사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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