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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수 FC서울 감독은 2주 전 중국 프로리그 장쑤 순톈의 영입 제의를 받은 후 웃었다.
최 감독을 향해 결정만 기다린다는 소식이 계속해서 날아들었다. 최 감독의 고민도 시작됐다. 그는 올초 서울과 3년 재계약을 했다. 재계약의 첫 해, K리그가 한창인 데다 서울을 버릴 수 없었다. 1994년 서울의 전신인 LG를 통해 프로에 데뷔한 최 감독은 원클럽맨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그는 한 클럽에서 신인상, MVP(최우수선수), 감독상 등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유일한 인물이다. 몇 해전부터 일본 J리그에서도 러브콜이 있었지만 그는 단 한 번도 눈을 돌리지 않았다.
중국은 축구 광풍이다. 시진핑 주석의 '축구 굴기(일으켜 세움)' 정책에 모든 구단이 혈안이 돼 있다. '충성 경쟁'에 장쑤도 예외는 아니다. 6위(승점 22)라는 현재 순위에 만족할 수 없었다. 탈출구는 최 감독이었다. 돈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최 감독의 팀 장악력, 성적, 전술의 유연성에 매료됐다. 올초 장쑤로 이적, 간판 스타로 자리매김한 에스쿠데로가 최 감독의 카리스마를 구단에 설명했다. 변화무쌍한 전술도 장쑤의 희망이었다. 최 감독은 서울을 이끌던 첫 해 4-3-3 시스템에 이어 2012년에는 4-4-2, 4-2-3-1 시스템을 근간으로 한 '무공해(무조건 공격) 축구'로 꽃을 피웠다. 지난해에는 스리백을 꺼내들었다. 올 시즌에도 포백과 스리백을 넘나들며 다양한 축구를 선보이고 있다.
성적도 화려하다. 단 한 차례가 실패는 없었다. 2012년 대행 꼬리표를 뗀 그는 그 해 팀을 K리그 정상에 올려놓았고, 감독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2013년에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준우승에 이어 아시아축구연맹(AFC)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K리그 3위, ACL 4강을 연출했다. 서울은 최 감독 체제에서 3년 연속 ACL 진출에 성공했다.
장쑤에는 깊은 인상도 있다. 2013년 두 차례 적으로 만났다. 서울과 장쑤는 2013년 ACL 조별리그에서 한 조에 속했다. 두 차례 대결은 일방적이었다. 서울은 안방에서 장쑤를 5대1로 대파한 데 이어 원정에서도 2대0으로 승리했다.
장쑤는 올 시즌 집중적인 투자로 이상이 크다. 선두 베이징 궈안(승점 33)과의 승점 차는 11점이다. 내년 시즌 ACL 출전을 노리고 있는 장쑤는 최 감독이 최적임자라고 판단했다.
K리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지구촌 축구가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중국을 향해 질주 중이다. 브라질 출신인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이 마르셀로 리피, 칸나바로에 이어 최근 중국 광저우 헝다의 지휘봉을 잡았다. 잉글랜드대표팀 감독을 지낸 스벤 외란 에릭손 감독도 상하이 둥야의 사령탑이다.
세계적인 선수들도 속속 입장하고 있다. 이미 디디에 드로그바, 니콜라스 아넬카가 중국 리그를 거쳤다. 광저우 헝다는 최근 브라질 국가대표 출신 미드필더 파울리뉴를 영입했다. 상하이 선화도 잉글랜드 첼시 출신의 공격수 뎀바 바와 프랑스 대표 출신 모하메드 시소코를 수혈했다.
최 감독은 장쑤의 영입 제의가 K리그의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평가했다. 세계적인 지도자, 선수들과의 경쟁도 구미를 당겼다. 중국 시장은 지도자 인생에서 분명 새로운 세계였다. 최 감독은 승부욕의 화신이다. 늘 새로운 도전을 갈망했다. 장쑤의 제의로 그 시기가 앞당겨졌다.
가족들도 최 감독의 도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최 감독은 매 시즌 꾸준한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일부 극성팬들의 '안티 노선'에 적잖이 마음고생을 했다. 결국 선택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마지막 남은 절차는
서울과 장쑤의 마지막 남은 절차는 최 감독의 합류 시기다. 장쑤는 최 감독에게 조속한 합류를 요청하고 있다. 4일 귀저우 런허전은 관중석에서 보더라도 11일 산둥 루넝과의 홈경기부터 벤치에 앉기를 희망하고 있다. 반면 서울은 최 감독이 5일 광주전, 8일 성남전, 11일 포항전까지 지휘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서울은 포항전 이후에는 22일 FA컵 8강전까지 여유가 있다.
최후의 과제지만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 감독의 '중국 정벌'은 이미 시작된 분위기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