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정대세가 K리그에 보내는 충고

기사입력 2015-07-13 09:14


12일 오후 부산 아시아드 경기장에서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수원과 부산의 경기가 열렸다. 사진은 수원 정대세
부산=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7.12.

"특급 선수들의 이적 러시를 막기위해서는 K리그가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

떠나는 정대세(31)의 진심어린 충고다. 여름이적시장을 통해 일본 J리그 시미즈로 이적했다. 정대세를 1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났다. 최하위에 있는 시미즈는 정대세의 빠른 합류를 요청했다. 정대세는 곧바로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정대세는 전날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부산과의 K리그 클래식 22라운드를 치렀다. 그의 수원 고별전이었다. 정대세는 "중요한 순간에 떠나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에게 미안하다. 서정원 감독님이 가장 아쉬워하셨다. 열심히 하라는 격려를 받고 왔다"고 했다. 경기 후 곧바로 인천국제공항으로 이동한 정대세는 "한시간 밖에 못잤다"며 피곤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내 K리그에 대한 얘기를 시작하자 진중한 표정을 지었다.

정대세는 2013년 수원 유니폼을 입었다. 북한 국가대표 공격수의 K리그 입성은 많은 화제를 낳았다. 정대세는 "수원에 오기 전 중동에서 거액의 제안이 왔었다. 하지만 수원을 택했다. K리그에 흥미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K리그는 정대세가 기대했던 모습이 아니었다. 그는 K리그에서 보낸 2년 반이 '외로웠다'고 했다. 정대세는 "K리그는 사람들의 관심이 없어서 외로웠다. 많은 관중이 함께 한 독일과 일본 시절과는 달랐다. 물론 수원 홈경기에는 관중이 많아서 이기면 보람이 있었지만, 하위권팀으로 원정을 가면 연습경기 처럼 뛰니까 외로웠다"고 했다. '부담감'도 그를 힘들게 했다. 정대세는 "처음 입단했을때 기대감이 너무 컸다. 골을 못넣어도, 경기에 뛰기만 해도 이슈가 됐다. 하지만 이 후 기대만큼의 성적이 안나오니까 아예 언론과 팬들의 관심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 속에 살았다. 그런 부담감, 압박과 계속 싸워야 했다"고 했다.

그래도 축구적으로는 발전한 시기였다고 했다. 정대세는 "상상 이상으로 K리거들의 수비가 강했다. 신체조건이나 스피드 모두 탁월했다. K리그는 독일, 일본에 비해 미드필드 플레이가 약하다. 스트라이커 입장에서 도움은 못받고 수비는 강하다 보니 살아남기 위해 많이 연구해야 했다. 어떻게 볼을 받을지, 어떻게 골을 넣을지 노력하다보니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고 했다. 정대세는 72경기 23골-8도움으로 수원의 간판 공격수 역할을 했다.

정대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올시즌 슈퍼매치 5대1 대승을 꼽았다. 그는 2골-2도움을 올리며 맹활약을 펼쳤다. 가장 기뻤던 순간은 2013년 4월 대구와의 경기에서 데뷔골을 터뜨렸을때, 최악의 순간은 2013년 4월 가시와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페널티킥을 두번 놓쳤었던 때를 꼽았다. 물론 가장 아쉬운 것은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한 것이다. 정대세는 "선수 생활하면서 한번도 우승을 못했다. 수원을 선택하면서 우승에 대한 기대가 있었는데 우승을 못해서 아쉽다"고 했다.

정대세는 항상 지지를 보낸 수원팬들에 대한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그는 "팀이 어떤 상황에서도 큰 소리로 응원을 보내줬다. 야유도 없었고, 좋은 소리만 해줬다. 고마운 마음이다"고 했다. 정대세는 수원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맞대결을 펼치길 소원했다. 그는 "아마 색다른 느낌이 들 것 같다. 재밌을 것 같다. 그 순간을 꿈꿔본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정대세에게 '자신을 비롯해 에두 등 특급 선수들이 K리그를 떠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던졌다. 떠나는 정대세는 "응원하기 때문에 싫은 말 하는거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정대세는 어쩌면 K리그에 가장 필요한 얘기를 전해줬다. "일본에서 축구를 하면서 돈 보다는 보람을 택했다. K리그에 올때도 마찬가지 였다. 사람들의 관심이 없으면 보람을 느끼기 어렵다. K리그는 아직도 기업 위주다. 관중을 모으려는 노력 보다 결과에 집중한다. 중국의 돈과 일본의 시스템에 대해 사람들이 얘기한다. 하지만 전제는 사람들의 관심이다. 외로운 경기를 하면서 멍할때가 많았다. 홈경기 외에는 보람이 없었다. 연봉공개가 문제가 아니다. 좋은 제안이 오면 나가는게 맞다. 중요한 것은 어차피 K리그의 관중수는 똑같다는 점이다. 구단들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K리그는 더 바뀌어야 한다. 더 발전해야 한다."


인천공항=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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