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꼼한, 그러나 인간적인 슈틸리케씨의 세가지 일화

기사입력 2015-08-09 16:38


우한스포츠센터스타디움/ 2015 EAFF 동아시안컵/ 남자대표팀/ 일본 vs 한국/ 울리 슈틸리케 감독/ 사진 김재훈

#1. 여자대표팀의 '캡틴' 심서연(이천대교)이 1일 중국전에서 부상으로 쓰러졌다. 가슴이 아팠다. 위로해주고 싶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에게 화환을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당부한 사항이 있었다. 자신의 이름을 꼭 빼달라고 했다. '선수단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화환이 전해졌다.

#2. 태극낭자들이 1일 중국을 완파했다. 자신의 일처럼 기뻤다. 윤덕여 감독과 여자 대표팀 선수들에게 축하의 말을 건내고 싶었다. 협회 관계자에게 이렇게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전반전에 보여준 축구는 유럽 강호들을 만나도 이길 수 있는 축구였다. 멋진 축구를 보여줘서 고맙다.'

#3. 어떤 일이 있어도 대표팀 스케줄을 직접 선수들에게 전달한다. 코치들에게 맡겨도 되지만 직접 챙긴다. 선수들이 완벽하게 숙지할때까지 전한다. 아침에 전한 내용을 점심에 또 공지한다. 선수들이 스케줄을 완벽하게 숙지하면 그 다음부터는 자율에 맡긴다. 아침식사를 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협회 관계자가 전한 이번 동아시안컵 기간 중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일화다. 그가 얼마나 꼼꼼한지, 그리고 얼마나 인간적인지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슈틸리케 감독의 꼼꼼함은 정평이 나있다. 그는 훈련 스케줄을 종이에 적어온다. 준비한대로 훈련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아주 사소한 문제도 슈틸리케 감독은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이번 대회에서도 슈틸리케 감독의 꼼꼼함은 빛났다. 이번 대회에는 새로운 선수들이 대거 합류했다. 기존의 분위기를 모르는 선수들은 '어리바리'할 수 밖에 없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들을 위해 작은 부분까지 모두 숙지할 수 있도록 한다. 협회 관계자는 "코치들에게 직접 맡겨도 되는 것들도 본인이 직접 한다. 못믿는다기 보다는 특유의 꼼꼼함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꼼꼼함이 꽉 막힌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슈틸리케 감독은 스케줄 외의 부분에서는 철저하게 선수들의 자율에 맡긴다. 슈틸리케 감독은 무뚝뚝하지만, 선수들의 장난에는 관대하다. 분위기 메이커들이 짖궂게 장난을 쳐도 웃어넘긴다. 팀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적인 면모도 빼놓을 수 없다. 심서연에게 화환을 보낸 것이나, 여자 대표팀에게 칭찬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 그렇다. 슈틸리케 감독의 메시지를 전달 받은 여자 대표팀 선수들은 "정말 슈틸리케 감독이 그렇게 말했나"고 기뻐했다. 윤 감독도 슈틸리케 감독의 칭찬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동아시안컵 통합단장인 유대우 협회 부회장은 "동료에게 받은 칭찬이 상사에게 받은 칭찬보다 기쁨이 크다고 하더라. 그래서인지 여자 선수단이 많이 좋아했다"며 "호주아시안컵에도 단장을 해서 오랜기간 슈틸리케 감독을 지켜볼 수 있었다. 누구보다도 한국적 정서를 잘 알고 있는 감독"이라고 엄지를 치켜올렸다.


우한(중국)=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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