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원의 센터서클]슈틸리케 감독 K리그의 희망을 보여줬다

최종수정 2015-08-11 07:39

7년만의 동아시안컵 우승에 성공한 축구대표팀이 10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슈틸리케 감독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선수들이 우승 메달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중국 우한에서 펼쳐진 2015 동아시안컵 1승 2무(승점 5)를 기록하며 자력으로 우승을 확정하진 못했지만 이어 열린 경기에서 중국과 일본이 1-1로 비기면서 1위 자리를 굳혔다. 한국은 지난 2008년 이후 7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초대 대회인 2003년까지 포함해 통산 3번째 우승이다. 동아시안컵 참가국 중 3회 우승은 한국이 유일하다.
인천공항=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8.10/

어느덧 1년의 시간을 함께한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독일)이 지휘봉을 잡은 후 드디어 정상을 밟았다.

호주아시안컵 준우승은 예열이었고, 9일 막을 내린 동아시안컵에서 7년 만의 우승컵을 선물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10일 선수들을 이끌고 금의환향했다. 인천공항 입국장에 운집한 150명의 취재진에 그도 놀랐다. 쉴새없이 터지는 플래시에 휴대폰을 꺼내 그 광경을 고스란히 담았다. 슈틸리케 감독의 오늘이었다.

중국 우한에서 열린 동아시안컵은 한국 축구의 새로운 희망이었다. 작품을 빚은 주인공은 역시 슈틸리케 감독이었다. 사실 그도 우승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했다. 지난달 20일 최종엔트리를 공개한 자리에서 "첫 경기를 치르고 (목표가) 뚜렷하게 나올 것 같다. 최상의 전력을 준비한 홈팀 중국과 첫 경기를 치른다. 다른 경기도 보고 분석할 수 있다. 이 경기를 치르고 어떤 방향으로 갈지 나올 것 같다"고 했다.

개최국 중국과의 1차전에서 2대0으로 완승 후 비로소 "우승"이라는 단어를 토해냈다. 그리고 현실이 됐다. 정상 정복은 마지막 경기에서 결정됐다. 북한과의 최종전에서 득점없이 비긴 슈틸리케호는 1승2무(승점 5)로 대회를 먼저 마쳤다. 이어 열린 중국과 일본전에서 챔피언 운명이 결정됐다. 중국이 일본을 꺾을 경우 우승이 물거품될 수 있었지만 1대1로 무승부를 기록하며 우승이 확정됐다. 중국은 승점 4점(1승1무1패·골득실 0)으로 북한(승점 4·골득실 -1)을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일본이 최하위(승점 2)에 머물렀다.

우승보다 더 큰 환희는 재편된 한-중-일의 '축구 삼국지'였다. 동아시안컵은 A매치 기간에 열리는 대회가 아니다. 유럽과 중동파는 차출할 수 없다. 동아시아를 누비는 사실상의 순수 국내파들로 팀을 조각할 수 있다. 중국과 일본은 최종엔트리 23명을 국내파로 구성했다. 슈틸리케호는 무늬는 다르지만 K리거가 절대 다수였다. 23명 가운데 15명이 K리거, 5명이 J리거, 3명이 중국에서 뛰는 선수들로 진용을 꾸렸다.


7년만의 동아시안컵 우승에 성공한 축구대표팀이 10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취재진 사진을 찍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중국 우한에서 펼쳐진 2015 동아시안컵 1승 2무(승점 5)를 기록하며 자력으로 우승을 확정하진 못했지만 이어 열린 경기에서 중국과 일본이 1-1로 비기면서 1위 자리를 굳혔다. 한국은 지난 2008년 이후 7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초대 대회인 2003년까지 포함해 통산 3번째 우승이다. 동아시안컵 참가국 중 3회 우승은 한국이 유일하다.
인천공항=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8.10/
특수 환경인 북한을 제외하고 동아시안컵은 K리그, J리그, 중국 슈퍼리그의 자존심이 걸린 무대다. 무엇보다 중국의 행보가 관심이었다. 중국은 중장기적으로 월드컵 출전, 개최, 우승 '3대 과제'를 목표로 내걸었다. 아시아 최고 수준의 프로축구팀 육성도 포함시켰다. 프로리그는 이미 첫 열매를 맺었다. 2013년 광저우 헝다가 아시아챔피언스리(ACL)를 제패했다.

중국 프로구단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축구 굴기(일으켜 세움)' 정책을 앞세워 '쩐의 전쟁'을 펼치고 있다. 세계적인 명장과 선수들이 속속 중국 무대에 입장하고 있다. 중국 선수들의 눈높이도 자연스럽게 상승했다. 예전의 중국이 아니라는 평가가 대세였다.

2015년 동아시아의 축구 전쟁은 끝이 났다. 중국은 여전히 갈 길이 멀었다. 한국 축구가 가장 높이 날았다. 한-중-일, 3국 리그 가운데 K리그가 맨꼭대기에 섰다. K리그는 팬층이 가장 엷다. 평균 관중의 단위가 다르다. K리그가 4자리인 반면 J리그와 슈퍼리그는 5자리다. 그래도 경쟁력은 단연 으뜸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의 공이 크다. 사실 최종엔트리 선정 과정에서 기대보다 우려가 더 높았다. 만약 국내 감독이 대표팀을 꾸렸다면 다른 그림이 그려질 수 있었다. 그는 세상의 평가에 귀를 열지 않았다. 철저하게 객관적인 자료와 자신의 눈을 믿었다. 잣대는 달랐다. A매치 경험이 제로인 선수만 해도 무려 7명이나 됐다. 대표팀 평균 연령은 24.3세에 불과했다. 도박같은 실험이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그는 대반전에 성공했다. 경기력에서 압도했다.

K리그의 잠재력이 폭발한 것이 가장 큰 성과다. 김신욱(27) 김승규(25·이상 울산) 이정협(24·상주)의 경우 이미 꽃이 핀 얼굴이다. 여기에다 이재성(23) 이주용(23) 김기희(26·이상 전북) 김승대(24·포항) 이종호(23·전남) 홍 철(25) 권창훈(21·이상 수원) 정동호(25) 임창우(23·이상 울산) 등 젊은피들도 더 이상 태극마크가 어색하지 않다. 동아시안컵으로 대표팀은 더 두터워졌다. 기존의 유럽과 중동파들도 바짝 긴장해야 할 판이다. 자칫 주전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동아시안컵을 통해 K리그의 희망을 보여줬다. '뉴 페이스'들의 등장으로 한국 축구의 자산은 더 풍성해졌다.

또 하나 동아시안컵으로 여름방학에 들어간 K리그 클래식이 12일 재개된다. 태극전사들은 대표팀에 열광하는 팬들을 K리그에서도 만나기를 바라고 있다. K리그를 향한 진정한 격려가 필요할 때다.
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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