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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동아시안컵은 한국축구의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부름을 받은 23명의 젊은 태극전사는 훈련과 3차례 경기 과정에서 검증을 받아야 했다.
이번 동아시안컵에서 한국이 7년 만에 우승을 일구는 동안 검증 과정을 성공적으로 치른 선수는 누굴까. 스포츠조선이 포지션별로 베스트를 찾아봤다.
GK 김승규 '대표팀 주전 욕심낼까?'
'캡틴'의 무게감으로 빛났다. 이번 대회에서 최우수 수비상을 받을 정도였으니 사실 긴 말이 필요없다. 김영권(25·광저우 헝다)은 슈틸리케 체제 이전부터 오랜기간 검증을 거친 중앙 수비수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예선부터 본선 무대에 이르기까지 수비라인의 중심을 책임졌다. 슈틸리케 감독도 이런 김영권의 자질을 인정하고 취임 초기부터 김영권의 중앙 수비 조합으로 누구를 붙이느냐를 주로 실험했다. 이번 동아시안컵에서도 붙박이로 뛰면서 김기희(26·전북) 김주영(27·상하이) 등과 번갈아 호흡을 맞췄다. 4백 수비라인에서 유일하게 빠짐없이 뒷선을 지켰다.
수비형 MF 장현수 'MVP의 진가'
부주장 장현수(24·광저우 부리)는 동아시안컵 최고의 선수(MVP)로 선정되자 "깜짝 놀랐다. MVP는 1%도 생각 못했다"고 말했다. 그의 역할이란 게 눈에 띄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고 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전-후방을 받쳐줘야 하는 것이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한국은 이번 대회 4개 출전국 가운데 가장 활발한 공격 전개와 오버래핑으로 우승팀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측면 선수들이 마음놓고 '돌격 앞으로'를 실행할 수 있었던 데에는 장현수에 대한 믿음, 장현수가 동료 선수들에게 주는 무게감이 컸기 때문이다. 일본전에서 침착하게 마무리한 페널티킥 선제골. 슈틸리케 감독이 장현수를 얼마나 든든하게 여기는지에 대한 방증이기도 하다.
2선 이재성 '누가 뭐래도 에이스'
이재성(23·전북)은 이번 대회에서 유럽파 공백의 아쉬움을 전혀 느끼지 못하게 한 독보적인 존재였다. 박지성 이청용과 같은 플레이를 펼쳐야 하는 이재성은 노련한 해외파와 함께 뛰었을 때 더욱 두드러져 보이는 데 유리하다. 하지만 발 맞출 시간이 부족했던 국내파끼리 조합에서도 그의 역할은 변함이 없었다. 중국전에서의 2골도 이재성의 발끝에서 시작되는 등 한국의 위협적인 공세는 이재성을 빼놓고 전개되기 힘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전에서 이재성이 선발에서 빠졌을 때 한국 경기력에 현격한 저하현상을 노출할 정도였다. 앞으로 해외파를 떨게 하는 중심에는 이재성이 자리잡을 전망이다.
최전방 이정협 '여전히 슈틸리케 스타일'
괜히 '슈틸리케의 남자'가 아니었다. 이번 대회에서 공격수 경쟁은 이정협(24·상주)과 김신욱(27·울산) 양대 구도였다. 결과가 말해준다. 이정협이 주연을 맡은 중국, 북한전에서의 한국 공격이 호평을 받은 반면 김신욱이 출전한 일본전은 아쉬움이 컸다. 아직 슈틸리케 감독은 장신 김신욱 활용법을 개발하기보다 마음에 깊이 품은 이정협을 더 선호하고 있다. 최전방 공격수인데도 수비에 가담하는 적극성과 공간을 창출해 주려는 열성이 여전히 뛰어났다. 2% 부족한 듯한 결정력이 여전한 숙제로 남았지만 이타적인 플레이로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훌륭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