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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리(35·서울)의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
올 시즌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첫 대결에서 1대5로 대패했다. 차두리는 그 날 1-1 상황에서 부상으로 교체됐다. 차두리가 나간 후 서울은 후반 내리 4골을 허용했다. 9월 19일 가장 최근 슈퍼매치에서 한풀이를 했다. 차두리는 K리그 통산 2호골이자 쐐기골을 터트리며 팀의 3대0 완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그 경기가 차두리의 마지막 슈퍼매치가 됐다. 전북전에서 경고를 받은 차두리는 스플릿 세번째 라운드인 슈퍼매치에서 결장한다. 경고 3회가 누적돼 한 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지난해 FA컵 결승전도 악몽이었다. 상대가 성남이라, 우세가 점쳐졌다. 하지만 120분 연장혈투 끝에 득점없이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2-4로 무릎을 꿇었다. 눈물도 말랐다. 그는 성남의 우승 세리머니를 그라운드에서 지켜봐야 했다.
마지막 길, 마지막 홈경기에서 국내무대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릴 기회를 다시 잡았다. 차두리는 삼세번의 심정이다. '세 번째 실패는 없다'며 그 날을 묵묵히 기다리고 있다. 팀 환경은 지난해와는 또 다르다. 결승전을 앞둔 들뜬 분위기는 없다. 주장 차두리에게 마지막 우승을 선물하자며 똘똘 뭉쳤다.
차두리의 K리그 길을 연 최용수 서울 감독은 "슈퍼매치를 뛰지 못하는 두리가 뛸 수 있는 경기는 아쉽게도 3경기밖에 없다. 선수들은 물론 코칭스태프도 두리가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바라고 있다"며 "두리는 자기를 버리고 늘 팀을 위해 헌신했다. 우승으로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다. 토요일 결과로 두리의 마지막 가는 길이 아름답게 채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고요한(27)과 윤일록(23)은 이구동성으로 "두리 형은 팀 개개인 모두를 잘 챙겨주고 어떻게 하면 팀 분위기가 좋아질까 고민한다. 항상 고맙고 배우는 점이 많다. 두리 형이 꼭 FA컵 우승컵을 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올 시즌 여름이적시장을 통해 서울에 입성한 다카하기(29)도 "차두리가 팀 적응에 많은 도움을 줬다. 우승을 할 수 있는 마지막 찬스다. 선수들도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우승컵을 마지막 선물로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서울 팬들은 마지막 홈경기에서 차두리를 위한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두리형 가지마 ㅠㅠ', 팬들의 바람은 현실이 됐다. 1년 재계약했다. 그는 올초 "마지막 순간까지 좋은 경기력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그만두는 날, 팬들이 아쉬워하는 선수로 남는 것이 목표"라며 웃었다.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은퇴하는 차두리는 후배들의 귀감이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최후의 홈경기에서 '해피엔딩'을 꿈꾸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