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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고개를 넘었다. 슈틸리케호가 5전 전승을 질주했다.
미얀마전은 올해 국내에서 벌어지는 마지막 A매치였다. 무실점 행진도 계속됐다. 올해 19차례 A매치에서 무실점은 16경기로 늘어났다. 15승3무1패로 극강의 상승세를 유지했다. 그러난 미얀마전만 놓고 보면 분명 아쉬움도 있었다.
미얀마는 절대 열세를 인정했다. 태극전사들이 볼을 잡으면 전원이 하프라인을 넘지 않았다. 극단적인 밀집수비를 펼쳤다. 슈틸리케호는 그물망 수비를 뚫는 것이 과제였다. 하지만 전반 초반 흐름은 다소 답답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빗셀 고베)의 서툰 볼터치와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의 템포 조절 실패로 좀처럼 탈출구를 찾지 못했다. 김진수(호펜하임)와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이 포진한 왼쪽 라인도 신통치 않았다. 집중 연마한 세트피스에서도 재미를 보지 못했다.
빗장을 푼 주인공이 기성용이었다. 전반 17분이었다. 그의 로빙패스가 한 치의 오차없이 이재성의 가슴에 배달됐다. 이재성은 가슴 트래핑 후 왼발로 골망을 흔들었다. 미얀마전의 승부처는 선제골 싸움이었다. 선제골이 얼마나 빨리 터지느냐에 사활이 걸렸다. 기성용이 '만능 키' 역할을 했다.
이재성의 선제골을 앞세워 슈틸리케호는 전반 30분 구자철, 후반 37분 장현수(광저우 부리), 후반 41분 남태희(레퀴야)가 릴레이 골을 터트리며 대승을 연출할 수 있었다.
기성용은 홀로 꾸준하다. 그라운드에 서면 늘 주장으로 건재를 과시하고, 전술의 핵으로 그라운드를 지휘한다. '슈틸리케호=기성용'이라는 등식이 결코 아깝지 않을 정도로 그는 찬사를 받기에 충분했다.
기복있는 플레이는 옥에 티
대승에 대한 의지가 너무 컸던 탓일까. 기복도 있었다. 특히 양쪽 윙백의 활약이 아쉬웠다. 왼쪽에는 김진수, 오른쪽에는 장현수(광저우 부리)가 위치했다. 김진수는 몸이 무거웠고, '포스트 차두리'로 오른쪽 측면에서 계속해서 시험대에 오르는 장현수는 옷이 맞지 않았다. 오버래핑을 할 타이밍을 찾지 못했다. 밀집수비에선 측면이 살아나야 한다. 그러나 윙백에서 효율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가지 못하면서 경쾌한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구자철과 지동원도 공격포인트를 올렸지만 분데스리거의 명성에는 부족했다. 둔탁한 플레이로 활로를 뚫는 데 애를 먹었다. 공수 연결 고리인 정우영도 매끄럽지 못했다. 곽태휘(알 힐랄)와 김영권(광저우 헝다)이 포진한 중앙수비는 전방으로 연결되는 볼 전개에 흠이 있었다.
다음 상대인 라오스도 안방이지만 밀집 수비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슈틸리케호는 9월 3일 홈에서 열린 라오스전에서 8대0으로 대승했다. 원정에선 그물망 수비를 뚫기가 더 어렵다. 수많은 세트피스 기회에서 단 한 번 골망을 흔든 점도 보완해야 한다.
수원=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